[전시후기] 백진기 개인전 — 키미아트 평창동 전시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0.30 12:59
[전시후기] 백진기 개인전
— 키미아트 평창동 전시
작가: 백진기 @bjk9456
전시명: 유영하는 영원 Fluid Eternity
일정: 2026.10.13 ~ 11.30
장소: 키미아트 @kimiart_2003
(서울시 종로구 평창30길 47)
전시 제목인 《유영하는 영원》의 뜻을 백진기 작가에게 물었더니 두 가지라고 했습니다. 하나는 돌 자체입니다. 대리석은 석회암이 땅속의 열과 압력을 받아 다시 결정을 이룬 것이라, 사람 한평생과는 비교가 안 되는 시간을 건너온 재료입니다. 그 돌이 작가 손을 거쳐 작품이 되면 앞으로도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영원에 닿고 싶다는 작가 자신의 마음입니다.
〈흐름〉 연작 앞에서는 제목의 '유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리석은 한 번 깎으면 되돌릴 수 없어서 대개 모형과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시작합니다. 이 연작은 반대였습니다. 작가는 그 순간 올라오는 감각을 따라 깎았고, 작업하다 뜻밖에 생긴 변화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비틀리며 구멍이 뚫린 기둥과 표면을 거칠게 쪼아 낸 기둥은 같은 흰 돌인데도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옆방에는 커다란 원환이 놓여 있습니다. 백진기 작가는 이 방을 이번 전시의 대표 장면이라고 하면서 원환을 운명의 수레바퀴에 빗댔습니다. 가장자리는 매끈한 원이 아니라 일렁이듯 굴곡이 져 있습니다. 순환하는 것에 작가가 즉흥적으로 손을 댄 자국이라고 합니다. 바닥에는 온전한 구가 흩어져 있어 원환의 흔들림과 나란히 놓입니다. 색을 쓰지 않고 순백으로 맞춘 것은 대리석의 물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조각적 드로잉〉이라는 이름에 대해 물었더니, 그린다는 것은 더하는 일이고 새긴다는 것은 덜어내는 일이라 말합니다. 대리석을 캔버스 삼아 그리듯 새겼다는 뜻입니다. 둥근 부조는 한가운데에서 바깥으로 소용돌이치듯 자국이 퍼지고, 베이지색 판은 칸마다 자국의 방향이 달랐습니다. 산지마다 돌의 성질이 달라서 광택이 나지 않는 돌도, 쉽게 부서지는 돌도 있다고 합니다. 그 사정을 헤아려 가며 깎는다고 했습니다.
가장 오래 서 있었던 곳은 〈부재의 흔적〉 앞입니다. 두 개의 받침 위에 아치 모양의 돌이 다리처럼 걸쳐 있습니다. 조각가는 돌을 덜어내며 작품을 만들고, 덜려 나간 돌은 버려집니다. 백진기 작가는 그중 무엇이 산물이고 무엇이 부산물인지 오래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무언가를 세우기보다 몸이 움직인 곡선의 흔적을 새겨 보여주려 했다고 합니다. 아치 아래의 공백도 돌만큼 작품의 일부로 보였습니다.
2016년 《Amor Fati》에서 작가는 조각가로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십 년이 지난 이번 전시에서는 영원을 향한 갈망을 이야기합니다. 전시장 벽에는 전도서 3장 11절이 적혀 있었습니다.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지만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처음과 끝은 사람이 헤아릴 수 없게 하셨다는 구절입니다. 영원에 닿을 수 없으니 다시 돌 앞에 선다는 작가의 말과 겹쳐 읽혔습니다. 전시장을 나서면서 《유영하는 영원》이라는 제목을 한 번 더 떠올렸습니다.
글: 손만승 @art.connec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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