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기록] 문서정 작가 @moorin.art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0.24 10:33
[취향의 기록] 문서정 작가
@moorin.art
문서정 개인전
『숨은 전언, 여백에 남은 말』
2026. 10. 23 – 11. 11 | 14:00–18:00
AR Creator Space @ar.creator.space
관람 수~토 14:00~18:00 (일~화 휴관)
한국작가후원연대(KASC) '너이들 2년후' 공모 선정 갤러리·작가 멘토링 개인전 @artist.sponsor
<전시감상 요약문>
전시감상 - 문서정 (b.2002)
흘러내린 것은 물감이 아니라 말이었다
이 상 민 | 미술인문 작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연희동 갤러리 AR의 방명록에는 이름 대신 전하지 못한 말을 적는다. 물멍하듯 그림을 바라보다 끝내 건네지 못한 감정 한 줄을 남기고 가는 자리다. 이 작은 장치에 전시의 문법이 다 들어 있다. 그림은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숨어 있던 말을 불러낸다.
작가는 젯소를 여러 번 올린 바탕에 방해말(方解末)과 호분을 깔고 분채를 얹는다. 방해말의 원료인 방해석은 빛 하나를 두 갈래로 가르는 이중굴절로 유명하다. 투명한 결정을 글씨 위에 올리면 한 줄이 두 줄로 겹쳐 보인다. "슬픈 감정과 기쁜 감정은 연결되어 있다"는 작가의 말을 들으며 그 광물을 떠올렸다. 우리는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운다. 문서정의 바다가 평온하면서도 서러운 것은, 바탕부터 하나를 둘로 굴절시키는 광물로 지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心鏡(심경)』 연작에서 작가는 물감을 흘러내리게 하는 방식과 레이어를 쌓는 방식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흐름이 기법적 효과에 그친다는 크리틱도 받았다고 한다. 나의 대답은 분명하다. 흐르기가 백 배 낫다. 쌓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흐름은 우연과 즉흥의 영역이라 두 번 나오지 않고 망치기도 쉽다. 물리학의 언어로 흐름은 비가역적이다.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의 기억"을 이보다 정확히 번역하는 기법은 없다. 흐름은 기법이 아니라 주제다. 눈물만큼 직관적인 감정의 이미지도 없으며, 물이 흘러내리는 화면이 이어질 때 그것은 반복이 아니라 일관성이 되고, 일관성은 곧 스타일이 된다. 컬렉터가 "이 작가 누구지?" 하며 캡션 앞으로 다가서는 순간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화면을 만났을 때다.
이 바다가 슬픈 이유는 색과 기법의 궁합에 있다. 녹색이 한 방울만 섞였어도 풍경은 '지금 여기'로 끌려왔을 것이다. 청회색은 풍경을 기억의 저편으로 밀어내고, 과하지 않은 절제가 시선을 붙든다. 해안의 바위를 그린 작품에서는 방해말을 줄이고 모래와 돌의 거친 질감을 살렸다. 바다 한가운데가 아니라 '해안 가까이'라는 감각이다. 기억이란 늘 그렇게 물가에 서서 바라보는 것이다. 발을 담글 수도, 등을 돌릴 수도 없는 거리에서.
화면의 검은 선은 수용성 스틱으로 그었다. 마르면 연필처럼, 물이 닿으면 수채화처럼 번지고 지워진다. 분채와 달리 흔적 없이 거둘 수 있는 재료다. 뇌과학은 기억이 꺼내볼 때마다 다시 쓰인다고 말한다. 기억을 그리는 선이 확정된 선이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축적과 지움이라는 방법론이 재료 수준에서 완결된다.
신작의 기암절벽은 가족과 함께한 해외의 장소에서 왔다. 여행지가 아니라 추억의 장소다. 이국의 풍경이 동양화의 몸을 입자 낯설지 않은 산수가 된다. 마음의 거울은 대상이 아니라 비추는 자를 비춘다. 다만 넘버링 제목보다 시적인 문장형 제목이 이 그림들에 더 어울린다. 번호 사이에 버려진 작품이 많다는 작가의 말처럼, 살아남은 그림은 이미 저마다의 문장을 품고 있다.
메시지는 수신자에게 도달할 때 완성된다. 문서정의 그림에 담긴 것은 끝내 도달하지 못한 말들이다. 그 말은 여백에 고여 있다가 그림 앞에 선 낯선 이의 마음에서 비로소 수신된다. 전언(傳言)이란 그런 것이다. 작가는 묻는다. "당신의 심경은 어디에 멈춰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슬픔인지 위로인지 모를 감정이 흘러내렸다. 아무리 슬퍼 보여도 그것이 나의 추억이라면, 우리는 그 풍경에서 오히려 위로받는다. 이것은 바다 그림이 아니라, 풍경을 새롭게 해석하는 법에 관한 그림이다.
문서정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2026년 첫 개인전 『숨은 전언, 여백에 남은 말』(갤러리 AR)을 열었고, 『너이들 2년후』(강남문화재단, 갤러리 0℃), 『Invisible Moments』, 『추동推動』, 『어제로지어낸오늘』(홍익대 현대미술관) 등 기획전과 예술의전당 청년미술상점, ASYAAF, OPUS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작성자가 제공한 링크 보기
https://www.instagram.com/p/De2xmVWE0i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