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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후기] 이은영 개인전 — 갤러리밈 인사동 전시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0.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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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후기] 이은영 개인전 — 갤러리밈 인사동 전시 작가: 이은영 @_lee_eun.young 전시명: 명랑한 은둔자 (THE MERRY RECLUSE) 일정: 2026.10.14 ~ 10.19 (전시종료) 장소: 갤러리밈 GalleryMEME @_gallerymeme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5길 3, 3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접목선인장을 그린 그림들입니다. 이 소재와의 첫 만남은 누군가 웃는 얼굴로 선인장을 자르고 묶어 접붙이는 영상이었다고 합니다. 잔인하다는 느낌이 드는 동시에, 더 희귀하고 예쁜 돌연변이일수록 비싸게 팔린다는 사실이 묘하게 자기 모습 같았다고 이은영 작가는 말합니다. 작가는 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수능 과목, 토익과 토플, 유학까지 —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필요하다는 '스펙'을 하나씩 쌓아온 시간을, 작가는 접목선인장에 빗댑니다. 남이 원하는 모습대로 몸이 잘리고 이어붙여지는 것, 그게 처음 느낀 접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재를 3~4년째 붙잡고 있다 보니 의미가 조금씩 뒤집혔다고 합니다. 타인이 강제한 접목에서, 스스로 원하는 쪽으로 자신을 이어붙이는 접목으로. 실제로 접붙이기는 식물의 줄기 절단면에서 캘러스(유합조직)가 자라나 서로의 조직을 봉합하는 과정입니다. 다른 종을 접붙인 나무는 그 봉합선, 그라프트 라인을 평생 몸에 지니고 삽니다. 두 존재가 완전히 하나로 녹아버리는 게 아니라, 이어붙은 자리를 흉터처럼 간직한 채 자라는 셈이죠. 그림 속 인물들이 가시나 뿔, 투구 같은 방어기제를 몸에 덧댄 채 당당히 서 있는 것도 비슷하게 읽힙니다. 흉터를 지우는 게 아니라, 그 흉터까지 끌어안고 지금의 나로 서는 태도. 소뿔과 새 부리, 투구를 두른 삼면화 앞에 서면 이 느낌이 더 또렷해집니다. 미약한 존재가 쇠로 된 부리와 황소 뿔로 스스로를 무장한 모습이라고 작가는 설명했습니다. 출발은 죽음과 관련된 이미지였지만, 결과물은 연약함을 감추기보다 그 위에 갑옷을 포갠 쪽에 더 가깝습니다. 사과를 화살로 꿰뚫은 그림은 빌헬름 텔 이야기에서 가져온 모티프입니다. 스위스 민담 속 빌헬름 텔은 폭정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아들의 머리 위 사과를 화살로 맞혀야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다르게 살기로 한 선택이 억울한 폭력으로 되돌아오는 이 이야기는, 자기 속도로 살아가려는 사람이 종종 겪는 오해와 닮아 있습니다. 전시장 안쪽, 몸이 분절된 채로도 하나의 형상으로 읽히는 그림 앞에서는 작가가 들려준 다른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회사원 시절, 타인의 시선에 유독 예민했던 작가는 불편한 9cm 하이힐을 신고 다녔다고 합니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에서, 타인의 시선 아래 놓이는 순간 인간은 스스로를 바라보는 대상으로 의식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림 속 인물은 머리와 몸이 갈라져 있는데도 전체적으로는 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조여 온 자아와, 7년을 기다려서야 피어난 선인장 꽃처럼 뒤늦게 터져 나온 진짜 표정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명랑한 은둔자》라는 제목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세상의 시선에서 한 발 물러난 자리에서야 비로소 자기답게 웃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접붙여진 자리를 숨기지 않고 당당히 드러내는 이은영 작가의 그림들처럼요. 글: 손만승 @art.connecter #인사동전시 #갤러리밈 #이은영작가 #명랑한은둔자 #korean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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