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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록] 임은희 작가 @scalim1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0.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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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록] 임은희 작가 @scalim1 임은희 개인전  《초록의 표정 the Expression of Green》 2026년 10월 22일(목) ~ 11월 7일(토) 갤러리0°C @gallery.0doc 관람 수~토 14:00~18:00 (일~화 휴관) 한국작가후원연대(KASC) '너이들 2년후' 공모 선정 갤러리·작가 멘토링 개인전 @artist.sponsor <전시감상 요약문> 전시감상 - 임은희 (b.1965) 숨는 것과 숨기는 것 이 상 민 | 미술인문 작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오프닝에서 임은희 작가는 자신이 찍어온 식물 사진 이야기부터 꺼냈다. 예쁜 꽃이 아니라 선인장, 축 늘어진 식물, 일그러진 식물들이었다. 나는 그의 그림 앞에서 늘 '수집된 풍경'을 떠올린다. 고양이와 달팽이, 체인과 진주와 과일이 개연성 없이 한 화폭에 모여 있지만, 저마다 보는 이의 기억과 이어진다. 작가는 뾰족한 잎끝의 방향에 집착한다고 했다. 실제와 다르게 '운율'을 주듯 바꾸어 그리는데, 그것이 감정을 형상화하는 과정 같다는 것이다. 내 눈에 그 잎끝들은 방향을 가진 벡터이고, 음악으로 치면 선율의 프레이징이다. 감정은 식물의 종류가 아니라 잎끝의 방향에 깃든다. 작가에게 초록은 연극 무대이고, 그 위에 등장인물이 올라 살아간다. 고양이는 '숨어있기 좋은 곳' 연작에서 식물 사이에 숨어 있던 인물을 동물로 바꾼 존재다. "안전한 곳에 은신했다가, 안전하다고 확인되는 순간에만 밖에 나오니까요." 고대 배우의 가면 페르소나처럼, 고양이는 사람의 얼굴로 드러내지 못한 불안을 대신 실어 나르는 가면이다. 대표작 〈Breath in Green〉의 늘어진 용설란 잎 사이에는 로봇 개가 있다. 주변 식물과 같은 색을 입고 보호색처럼 은폐되어 있어 묘하게 불편했다. 작가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사족보행 로봇을 단속에 투입하겠다는 뉴스를 보고 소름이 돋았고, 어떻게 표현할지는 몰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 여겨 일단 그림에 넣었다고 했다. 여기에 가장 날카로운 역설이 있다. 임은희의 세계에서 숨는 것은 늘 약자의 생존 전략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쫓는 자가 숨어 있다. 포식자를 피하려 주변에 녹아드는 것이 보호색이라면, 먹잇감에게 들키지 않으려 녹아드는 것은 공격 의태다. 고양이와 로봇 개는 같은 초록 안에 숨어 있지만, 하나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하나는 찾아내기 위해 숨어 있다. '초록 속의 숨'이라는 제목의 그림 한가운데서 숨 쉬지 않는 존재가 숨 쉬는 것들을 엿듣는다. 그의 출발점인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는 폭력을 피해 식물이 되었다. 십여 년이 지나 작가의 정원에 들어온 폭력은 기술의 얼굴을 하고 있다. 답을 그리기보다 질문을 숨겨둔 것, 나는 이것이 정직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림 속 사과는 한 입 베어 문 것이 아니라 다 먹고 버린 사과 심이다.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이 아니라 욕망이 소비된 뒤의 잔해다. 포도는 작가가 시각적으로 매료되어 넣었다는데, 한 관람객은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는 결실의 상징으로 읽었다. 나는 둘 다 맞다고 본다. 제욱시스의 포도 일화 이래 포도는 눈을 유혹하는 회화의 상징이었고,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는 지난 7월 갤러리7209 전시의 주제 'All My Relations'와 정확히 겹친다. 작가는 작품 속 존재들이 관람자에 따라 열 가지, 백 가지 이야기로 뻗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스튜어트 홀의 말처럼 의미는 송신자가 아니라 수신자의 해독에서 완성된다. '그냥 그렸다'는 나비, 이유를 모르겠다는 포도는 관람자를 위해 비워둔 자리다. 공감은 정답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해독이 어딘가에서 만나는 일이다. 임은희는 올해 르비드 갤러리, 갤러리7209, 갤러리 힐스, 갤러리0°C에서 네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이번 전시를 완결편이라 했다. 그 완결편 한가운데 작가는 풀지 못한 문제 하나를 로봇 개로 숨겨두었다. 완결 안의 미완, 나는 이것이 다음 장(章)의 씨앗이라고 본다. 초록의 표정은 결국 그 앞에 선 사람의 표정이다. 당신은 이 정원에서 숨는 쪽인가, 찾는 쪽인가. 임은희(b.1965)는 상명대학교 미술학과와 같은 대학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1998년의 첫 개인전 이후 2023년 갤러리 발트 《숨어있기 좋은 곳》으로 화단에 돌아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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