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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록] 정성오 작가 @antithese.art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0.2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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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록] 정성오 작가 @antithese.art 우리의 노래는 어디까지 닿을까 김한결 · 정성오 2인전 2026. 10. 21(수) – 11. 7(토) | 수–일 13:00–18:00 갤러리 실버팁 | 서울 성동구 동호로2길 26-1 ​@gallery_silvertip <전시감상 요약문> 전시감상 - 정성오 (b.1973) 도시 산책자의 존재를 지키는 방식 이 상 민 | 미술인문 작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정성오 작가의 인스타그램은 하나의 레코드장이다. 잭 존슨의 〈It's All Understood〉, 토드 구스타브센의 〈Restored, Returned〉, 패트리샤 바버의 《Verse》, 펜 릴리의 〈Someone Else's Trees〉. 크게 외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오래 머무는 노래들이다. 그의 플레이리스트를 먼저 듣고 그림 앞에 서자, 그 노래들이 화면 속에서 다시 흘러나왔다. 그의 그림은 보는 그림이기 전에 듣는 그림이다. 작가를 처음 만난 곳은 어느 갤러리 오프닝이었다. 말없이 작품 사이를 서성이던 그에게 말을 건넸고, 그는 전시를 준비 중인 작가라고 했다. 센티멘털한 그 사람이 그리는 그림이 궁금했고, 전시가 열리면 불러 달라는 약속이 오늘의 인연이 되었다. 얼마 전 중국 출장 중 겪은 묘한 우연을 스토리에 올렸을 때, 작가는 자신도 그런 일을 자주 겪는다고 답했다. 카를 융은 인과로는 설명되지 않지만 의미로 연결된 사건의 만남을 '동시성'이라 불렀다. 황금풍뎅이 꿈을 이야기하던 내담자 앞에 그것을 닮은 딱정벌레가 날아든 일화처럼, 마음과 세계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이다. 정성오의 그림은 마음속 노래와 눈앞의 풍경이 겹치는 찰나를 붙잡은 기록이다. 나 역시 이번 출품작 〈해질녘, 후암동〉에서 작은 동시성을 만났다. 내가 살고 걷는 바로 그 동네를, 닉 드레이크의 〈Day Is Done〉과 함께 누군가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작가는 오랫동안 아트디렉터로 일한 디자이너였다. 모두가 맞다고 한 큰길을 걷다 골목으로 빼꼼 들어가 드로잉하던 순간을 그는 "삶의 기도를 하던 순간"이라 불렀다. 그의 계정명 antithese는 헤겔 변증법의 '반(反)'이다. 헤겔에게 '반'은 파괴가 아니라 더 높은 '합'으로 나아가는 운동, 곧 버리면서 간직하는 '지양'이다. 그는 붓과 디지털 툴을 양쪽 날개라 말한다. 기업인의 큰길을 걷다 예술의 골목으로 들어선 나 역시, 그 길이 부정이 아니라 통섭이라는 합으로 가는 길이었음을 안다. 그의 그림 앞에 서면 먼저 손이 반응한다. 두껍게 올린 임파스토의 질감 때문이다. 메를로퐁티는 화가가 몸을 세계에 빌려주어 그린다고 했다. 꾸덕한 붓질에는 그 골목의 햇빛과 바람이 남아, 그림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겪은 것'을 전한다. 베르그송이 말한 '지속'처럼, 그는 기억 속에 오래 머무는 1초를 골라 캔버스에 고정한다. 〈동네수퍼〉의 빨간 자전거라는 푼크툼에 장필순의 〈빨간 자전거 타는 우체부〉를 짝지은 것도 작가의 동시성이다. 포스터 메인작 〈음악이 있는 풍경〉과 〈음악 듣는 소녀〉는 작가를 가장 정확히 대표한다. 작업실의 스피커와 음악이 흐르는 방, 그 안에서 홀로 귀 기울이는 사람. 바슐라르가 말한 몽상의 구석이자 작가의 자화상이다. 눈과 입이 없는 인물의 얼굴에는 보는 이의 마음이 들어가, 그림 속 노래는 관객마다 다른 곡이 된다. 전시 제목 〈우리의 노래는 어디까지 닿을까〉가 묻는 것이 이것이다. 〈작은 카페〉, 〈카페 안빈낙색〉 같은 카페와 〈금호동〉, 〈사간동, 서울〉 같은 동네 풍경도 많다. 카페는 올든버그가 말한 '제3의 장소'이고, 골목을 거니는 그는 벤야민의 '산책자'다. 나도 머리가 복잡할 때면 후암동과 해방촌 골목을 걷고, 그 걸음 속에서 영감을 선물로 받는다. 스피노자는 모든 존재가 자기 존재를 지속하려 애쓰는 힘을 '코나투스'라 했다. 정성오가 그림과 글과 음악을 붙잡는 것은 그의 코나투스다. 나 역시 그림을 보고 글을 쓰며 나의 코나투스를 실현한다. 그의 그림 앞에서 우리는 골목의 노래를 듣고 묻게 된다. 나의 노래는 지금 어디까지 닿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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