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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록] 김한결 작가 @art.realbird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0.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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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록] 김한결 작가 @art.realbird 우리의 노래는 어디까지 닿을까 김한결 · 정성오 2인전 2026. 10. 21(수) – 11. 7(토) | 수–일 13:00–18:00 갤러리 실버팁 | 서울 성동구 동호로2길 26-1 ​@gallery_silvertip <전시감상 요약문> 전시감상 - 김한결 (b.1993) 코끼리는 오늘 아침에도 양말을 고른다 이 상 민 | 미술인문 작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불황에도 립스틱은 팔린다. 큰 꿈을 내려놓은 사람들이 작은 사치로 자신을 지킨다는 '립스틱 효과'다. 김한결 작가에게 그 립스틱은 양말이었다. 주머니 가볍던 이십 대, 옷은 엄두를 못 내도 삼만 원짜리 양말이면 '진짜 비싼 것'을 산 기분이었다. 그렇게 모은 양말이 백 켤레가 넘는다. 회색 아니면 검정뿐인 내 발목을 내려다보며 알았다. 이 작가에게 양말은 소품이 아니라 세계관의 입구라는 것을. 〈매일의 선택〉은 아침에 양말을 고르는 장면이다. 그런데 곁의 풍선이 묵직하다. 작가는 일부러 무겁게 그렸다. 가장 가벼운 선택에도 어제의 기분과 내일의 바람이 고인다. 작가의 코끼리는 사는 게 무거워 풍선이 되고 싶다. 쿤데라가 끝내 답하지 않은 질문, 무거움과 가벼움 중 무엇이 옳은가 앞에서 코끼리도 머뭇거린다. 정말 원하는 게 풍선일까, 코끼리로 사는 걸까. 그 망설임이 풍선 꼬리를 단 '코끼리 인간'을 낳았다. 원하던 것은 못 됐지만 아무것도 안 된 것도 아닌 존재. 작가의 자화상이자 확신 없이 욕망하는 우리 모두의 초상이다. 바람이 찬 풍선은 아직 남은 희망, 빠진 풍선은 '안 됐구나' 하는 결론이다. 〈미련과 희망〉은 희망이 미련이 된 마음을 그린다. 장화를 신은 코끼리도 있다. 눈물을 많이 흘리면 소중한 양말이 젖으니까. 〈눈물 대신 콧물〉의 코끼리는 안 됐지만, 울지는 않는다. 다리가 없는 코끼리도 있다. 왜 다리가 없느냐 물었더니 아직 덜 된 거란다. 완성된 코끼리 인간이 되기 전의 존재. 다리가 생기면 장화를 신고, 장화를 신으면 눈물에도 양말을 지킬 수 있다. 작가의 세계에서 장화는 슬픔에 대한 대비이고, 양말은 그 대비가 지켜야 할 작은 행복이다. 덜 된 존재에게도 다음은 있다. 오지 않은 다리처럼, 아직 고르지 않은 내일의 양말처럼. 얇게 여러 번 쌓은 아크릴 글레이징은 이전의 흔적을 지우지 않는다. 고쳐 그린 밑그림이 비쳐 나오는 '펜티멘토'의 어원은 '뉘우치다'다. 김한결의 바탕은 의도된 펜티멘토, 망설임과 실패의 흔적이 쌓여 고요한 바탕이 된다. 브뤼헐의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에서 소년이 바다에 빠져도 농부는 묵묵히 밭을 간다. 흔히 세상의 무관심으로 읽히는 장면을 작가는 뒤집는다. "내가 망해도 세상이 멀쩡하니 다행"이라고. 사회학을 공부한 눈답다. 화면의 넓은 여백은 비어 있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존재를 버텨주는 굳건한 세계다. 〈안녕, 슬픔〉은 슬픔을 맞이하면서 떠나보낸다. 만남과 작별이 같은 단어인 한국어의 '안녕'처럼. 〈Still Breathing〉의 풍선은 생명이 없는데도 작은 숨을 쉰다. 〈미련 날리기〉에서는 풍선 꼬리가 하늘로 날아간다. 정월대보름 액막이연처럼, 다 떨치지 못해도 한 가닥씩은 날려 보낼 수 있다. "내가 망해도 세상이 멀쩡하니까, 또 다음을 기약할 수 있잖아요." — 김한결 서강대에서 사회학과 심리학을 공부하고 리서처로 사람과 데이터를 읽던 작가는 이제 캔버스 위의 코끼리를 읽는다. 2026년 첫 개인전 《코끼리 둥지》를 열었고, 그림만 보고도 김한결의 것임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자기 언어가 생겼다. 찍어낸 듯한 장식화가 넘치는 시절에 그보다 귀한 것은 없다. 내일 이 양말을 신고 오겠다며 작가는 웃었다. 우리는 모두 풍선 꼬리 하나쯤 달고 산다. 그래도 괜찮다. 세상은 멀쩡히 굴러가고, 우리는 내일 아침에도 양말을 고를 것이다. 회색과 검정뿐인 내 서랍에도 다른 색 양말 한 켤레쯤 들여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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