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후기] 구나 개인전 — PS CENTER 을지로 전시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1.08 12:55
[전시후기] 구나 개인전
— PS CENTER 을지로 전시
작가: 구나 @doublexguna
전시명: 파치 과일과 자비
일정: 2026.10.08 ~ 11.07 (전시종료)
장소: PS CENTER @p.s.center
(서울 중구 창경궁로5다길 18, 3층)
을지로 PS CENTER에서 열린 구나 작가의 개인전 《파치 과일과 자비》을 전시 마지막날 다녀왔습니다. 파치는 흠이 나거나 깨져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물건을 뜻합니다. 과일로 치면 상품 상자에 들어가지 못하고 따로 빠지는 것들입니다.
구나 작가는 아픈 몸의 경험에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교외의 야외 작업장에서 투명한 FRP를 굳히는데, 굳으면서 휘고 얼룩지는 것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전시장에서 본 얇고 반투명한 판에도 분홍빛 얼룩이 남아 있었습니다.
첫 공간에는 층층이 얹힌 선반이 있었습니다. 〈레드브라운하얀서리선반 위 여섯토르소와물빛얼굴〉에서는 FRP로 만든 판과 그릇 위에 마른 열매와 과일이 놓여 있습니다. 전시장에 붙은 글에 따르면 선반 위 과일은 날마다 껍질이 얇아집니다. 선반은 그대로인데 과일만 변해 갑니다.
〈나의검은갈색의열병과온천수2〉는 바닥에 누운 둥근 철판입니다. 한쪽에는 바퀴가 기대 있고, 다른 쪽에는 구멍이 뚫려 물이 고여 있습니다. 구나 작가는 여기에 실제 모과와 파치 과일을 본떠 만든 과일을 함께 놓았습니다. 진짜 모과는 향을 풍기며 천천히 무르지만, 본뜬 과일은 처음 모습 그대로 남는다 합니다.
다른 공간 바닥에는 흙과 석고를 굳힌 판이 깔려 있었습니다. 〈베이지블랙브라운의 시골엘레지〉입니다. 열매와 돌이 박혀 있고, 가까이서 보면 옥수수 속대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습니다. 땅을 잘라 낸 단면을 바닥에 눕혀 놓은 것 같았습니다.
흠 난 과일은 보통 골라내어 옆에 놓입니다. 이 전시에서는 그런 과일을 선반에 올리고, 철판에 놓고, 흙판에 박아 두었습니다. 그렇게 놓인 것을 한참 보고 있으니 흠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마른 열매의 주름과 FRP 판의 얼룩이 나란히 놓여 있을 뿐이었습니다.
불교 경전 『대지도론』에는 대자는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대비는 중생의 괴로움을 뽑아 준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구나 작가가 말한 자비는 괴로움을 뽑아 주는 쪽이 아닙니다. 절망과 사랑을 함께 지닌 몸들, 흠 난 것들을 서로의 곁에 두는 쪽입니다. 전시장의 철판과 선반, 흙판 위에서 과일들은 그렇게 놓여 있었습니다.
글: 손만승 @art.connec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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