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기록] 김윤신 작가 @kimyunshin_art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1.06 11:46
[취향의 기록] 김윤신 작가
@kimyunshin_art
김윤신 개인전
《새로운 연속(In the Continuum)》
2026년 11월 5일~12월 24일
리만머핀 서울(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13)
@lehmannmaupin
<전시감상 요약문>
전시감상 - 김윤신 (b.1935)
나누어도 줄지 않는 것에 대하여
이 상 민 | 미술인문 작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1 + 1 = 1’은 산수 시간의 대표적인 오답이다. 그런데 아흔한 살의 조각가 김윤신은 반세기 가까이 거의 모든 작품에 이 오답을 이름으로 붙여 왔다. 둘을 더해도 하나, 둘로 나누어도 하나라는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다. 수학을 전공하고 예술을 이야기해 온 필자는 권순익 작가의 그림에세이 『틈에서 빛으로』 추천사를 계기로 작가와 가까워졌고, 이 산술의 수학적 의미를 따라가며 리만머핀 서울의 개인전 《새로운 연속(In the Continuum)》을 읽는다.
먼저 합이합일이다. 수학에는 1 + 1 = 1이 참인 세계가 있다. 컴퓨터를 움직이는 불 대수에서 ‘참 또는 참’은 여전히 참이고, 집합을 자기 자신과 합쳐도(A∪A) 그 집합 그대로다. 이를 멱등성이라 한다. 그러나 김윤신의 1은 더해지는 순간 전혀 다른 1이 된다. 작가가 영혼을 나무에 더하면 작가도 나무도 아닌 작품이 태어난다. “나무가 바로 나예요”라는 작가의 말은 이 등식의 증명이며, 부분의 합보다 큰 전체를 말하는 ‘창발’을 1970년대에 이미 끌과 망치로 보여준 셈이다.
다음은 분이분일이다. 산수에서 1 ÷ 2는 반쪽이지만, 세포는 분열해도 온전한 세포 둘이 되고, 프랙털은 아무리 잘게 나누어도 조각마다 전체를 닮는다. 공 하나를 나누어 똑같은 공 두 개를 만드는 바나흐-타르스키의 역설은 분이분일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수식이다. 평면 작업에서도 큰 면이 작은 삼각형과 마름모로 쪼개지지만, 화면은 줄지 않고 오히려 증식한다. 데데킨트는 부분이 전체와 같아지는 집합을 무한이라 정의했다. 나누어도 줄지 않는 것, 김윤신의 분이분일은 이 무한의 정의를 나무와 물감으로 번역한 것이다.
두 번째 축은 2000년대 회화에 담긴 디아스포라의 정서다. 2층에 걸린 아르헨티나 시절의 〈환희〉 〈원초적 생명력〉 〈내 영혼의 노래〉 연작에는 씨앗 같은 형상이 바람에 날리듯 흩어져 있다. 디아스포라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씨앗을 흩뿌리다’이다. 원산에서 서울, 파리를 거쳐 마흔아홉에 지구 반대편으로 건너간 작가의 삶은 흩뿌려진 씨앗의 궤적 그 자체다. 놀라운 것은 정서의 방향이다. 아르헨티나가 국가부도로 휘청이던 2001년, 예순여섯의 이방인이 그린 것은 그리움의 회색이 아니라 ‘환희’였다. 그의 디아스포라는 뿌리 뽑힘의 슬픔이 아니라 낯선 땅에 다시 뿌리 내리는 생명의 기쁨이다. 남미 토테미즘의 색에서 오방색을 다시 만난 것 또한 한국과 남미가 하나의 ‘김윤신의 색’이 된 디아스포라의 합이합일이다.
세 번째 축은 회화-조각으로 이어지는 개념의 철학이다. 코로나19 시기 남은 나뭇조각에 색을 입히며 시작된 작업은, 귀국 후 나무조각을 알루미늄과 브론즈로 주조하고 그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리는 〈노래하는 나무〉로 발전했다. 원작에서 금속의 쌍둥이가 나뉘고(分) 저마다 다른 색이 더해지니(合), 구조는 보존되고 얼굴만 바뀌는 동형의 미학이다. 특히 〈노래하는 나무 1984-11U1〉은 아르헨티나 정착 후 첫 작품의 번호를 이어받아, 이민의 첫 작품이 41년 만에 금속의 몸으로 모국에서 다시 태어났음을 보여준다. 복제의 기술인 주조 위에 손으로 그림을 더해 모든 판본을 하나뿐인 작품으로 되돌리니, 벤야민이 말한 아우라를 되살리는 셈이다. 나무껍질의 결을 간직한 채 금속으로 건너간 재료의 이주는 작가의 생애와 꼭 닮았다.
전시 제목의 ‘연속체’는 틈 없이 이어진 실수의 직선을 뜻하고, 칸토어는 그 짧은 한 토막에도 직선 전체만큼의 점이 있음을 증명했다. 김윤신의 70년도 그렇다. 2001년의 〈환희〉와 2026년의 〈영혼의 빛〉 사이에도, 1984년의 첫 이민 작품과 2025년의 〈노래하는 나무〉 사이에도 끊긴 데가 없다. 어느 시기를 잘라 보아도 작가의 전부가 들어 있고, 이주와 귀향이라는 큰 틈마저 연속의 일부가 된다. 나누어도 줄지 않고 더해도 넘치지 않는 것, 그것은 아흔한 살 조각가가 평생에 걸쳐 써 내려간 무한의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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