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기록] 최태훈 작가 @choitaehoon__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1.08 10:52

[취향의 기록] 최태훈 작가
@choitaehoon__
최태훈 개인전
<불의 사제(The Priest of Fire)>
2026년 11월 4일 ~ 17일
전시 한벽원미술관 @hanbyeokwon_museum
후원 한주아트스페이스(김한일 회장) @hanju_artspace
<전시감상 요약문>
작품 감상 - 최태훈(b.1965)
불을 지키는 자, 상처로 철을 빚다
이 상 민 | 미술인문 작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건넨 대가로 바위에 묶여 날마다 간을 쪼였다. 불은 선물이면서 형벌이고, 불을 다루는 자는 상처를 입는다. 그 불을 가장 오래 지킨 신은 다리를 저는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였다. 가장 상처 입은 몸이 가장 단단한 것을 빚은 것이다. 전시장에서 그 신화의 오늘을 만났다. 30여 년 동안 플라즈마 불꽃으로 철을 뚫어 온 조각가 최태훈이 10년 만에 <불의 사제>로 돌아왔다.
전시장에서 처음 보이는 것은 힘이다. 검게 그을린 철판이 기울고 말리고 허공에 떠 있다. 그러나 다가서면 그 힘은 무수한 구멍으로 뚫려 있고, 표면은 용암이 굳은 듯하다. 강함과 약함이 한 몸에 있다.
최태만 평론가는 그를 문래동 철공소에서 자란 '철과 불의 아이'라 부르고, 쇠를 먹고 불을 뿜는 불가사리에게서 그의 저돌성을 읽는다. 그 기질은 한때 큰 성공을 낳았다. 대기업과 공공미술의 대형 조형물을 만들며 작업실에서 35명이 일했다. 그러나 자기 이름이 붙은 작품이 쏟아지는 동안 정작 그는 설 자리를 잃었고, "내가 이러려고 작가의 길을 갔나"라는 공허함에 붙잡혔다.
작가는 지난 10년을 내면의 수련이라 불렀다. 100점이 넘는 드로잉을 그리고, 새 계획을 버린 뒤 결국 가장 자기다운 언어인 플라즈마로 돌아왔다. 그는 이를 '한 바퀴를 빙 도는 느낌'이라 했고, 이번 전시를 '첫 번째 개인전'이라 부른다. 오랜 친구 김한일 회장(한주아트스페이스)의 후원 속에서 이번에는 제자의 도움 없이 혼자 일곱 점을 만들었다.
전시 제목은 최태만 평론가가 붙였다. 작가는 옛 사제의 가장 큰 역할이 불을 지키는 일이었음을 알고서야 그 제목을 이해했다고 했다. 최태만은 플라즈마 불꽃을 프로메테우스와 헤파이스토스의 불이 오늘에 되살아난 것으로 읽는다. 작가는 그 작업을 자기 학대라 말하지만, 평론가는 사제가 불의 제전을 올리며 자신을 정화하는 과정이라 본다. 나는 그 사이에 '단련'이라는 말을 놓고 싶다. 단련되는 것은 철만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다.
그는 철을 "꺾이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녀석"이라 부른다. 구멍은 용접으로 붙인 것이 아니라 열로 뚫어낸 것이다. 철을 얼마나 붙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비웠느냐가 질감을 정한다. 30여 년 다듬어 온 이 방법을 그는 자신의 '무기'라 부른다. 그는 젊은 작가들이 자본의 논리에 쫓겨 작품이 아닌 장식물을 만들고 있다고 우려하며, 제자들에게 "세상을 좇지 말고 세상이 너를 바라보게 하라"고 말해 왔다.
일곱 점은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텅 빈 채 기울어진 사각 틀, 바닥에서 떠오른 듯한 덩어리, 타원형 구멍이 뚫린 외투 같은 형상, 별이 박힌 밤하늘 같은 철판, 산수를 닮은 부조, 검은 철과 은빛 철이 맞닿은 'Dual Skin', 회오리처럼 솟아오르는 기둥이 있다. 마지막 작품은 구겨진 시간에서 다시 일어선다는 이번 전시의 문장처럼 보였다.
가장 놀라운 장면은 바닥에 있다. 구멍을 지난 빛이 수백 개의 작은 고리로 맺힌다. 구멍 하나하나가 바늘구멍 사진기처럼 조명을 비추는 것이다. 그 위에 서면 작품의 그림자와 내 그림자가 겹친다. 위상수학에서 구멍 하나가 도형의 정체를 바꾸듯, 구멍을 얻은 철은 덩어리에서 숨 쉬는 피부가 된다. 메를로퐁티의 말처럼 피부는 나를 가두는 벽이면서 세계와 맞닿는 곳이다. 예전보다 훨씬 촘촘해진 구멍은 그가 건너온 시간의 밀도이기도 하다.
최태만은 그 표면에서 바로크적 격정과 추상충동을, 나아가 우울과 신들린 광기가 진자처럼 오가는 모습을 읽는다. 상처는 감춰지지 않고 구조가 된다. 매끄러움이 지배하는 AI 시대에, 저항하는 물질 앞에 몸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감상의 기본이다. 바닥의 빛 고리는 사진이 아니라 그 자리에 선 몸에게만 열린다.
그의 10년은 침묵이 아니라 응축이었다. 불은 모든 것을 태우지 않는다. 불이 지나간 자리에는 더 열린 것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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