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기록] 김로이 작가 @loy5702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1.07 10:25
[취향의 기록] 김로이 작가
@loy5702
김로이개인전
《자기생성 네트워크》
2026. 11. 06 – 12. 07
아트스페이스와이 @artspacey_gallery
<전시감상 요약문>
작품 감상 - 김로이(b.1983)
자기생성, 생명의 관계로 확장되다
이 상 민 | 미술인문 작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점 하나가 켜진다. 그 옆에 또 하나. 짙은 초록 격자 위에서 자개 원판이 하나씩 빛을 받다 보면, 어느 순간 거기에 나무가, 탑이, 혹은 한 사람의 실루엣이 서 있다. 누구도 그것을 그리지 않았다. 점들이 서로 이어졌을 뿐이다.
작년 아티스트토크에서 작가는 선이 라인이면서 '착할 선(善)'이기도 하다고 했다. "선을 넘지 말라"는 말에는 나를 배려해 달라는 마음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의 화면은 수평선과 수직선이 반복되는 선의 화면이었다. 그런데 신작 〈Autopoietic network〉 연작에서는 주인공이 점으로, 더 정확히는 '노드'로 바뀌었다. 오일러가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를 점과 선으로 바꿔 그리며 그래프 이론을 연 이래, 중요한 것은 '무엇이 무엇과 이어져 있는가'다. 수직선 다발 끝마다 자개 원이 매달리고 아래로 갈수록 하나의 줄기로 모이는 〈Autopoietic network 11〉은 노드와 엣지, 그리고 허브의 그림이다. 작년의 선이 '넘지 말아야 할 경계'였다면, 올해의 선은 '이어져야 할 관계'다.
〈Autopoietic network 8〉은 초록 격자의 일부 칸에만 자개를 박았다. 켜진 칸들이 모여 탑인지 나무인지 모를 형상을 이룬다. 폰 노이만과 콘웨이의 세포 자동자처럼, 위에서 설계하지 않았는데 아래에서 형태가 솟아오르는 '창발'이다. 켜진 칸과 꺼진 칸은 지난해 천안 개인전의 제목이었던 '바이너리 시스템'의 1과 0이기도 하다. 플루서가 말한 '점의 우주'를 김로이는 가장 느린 매체로 구현한다. 하루 가까이 말려야 하는 옻칠과 손으로 오려 앉힌 자개다. 디지털의 문법을 아날로그의 시간으로 다시 쓰는 긴장이 여기서 생긴다.
〈Autopoietic network 7〉에서는 민트빛 격자 위에 주황빛 유기적 형상이 놓였다. 그런데 격자는 그 형상 안에서도 끊기지 않는다. 스펜서-브라운이 말한 '구별'이 구별된 쪽 안으로 다시 들어오는 '재진입'이다. 루만이 사회체계이론의 뼈대로 삼은 이 원리처럼, 경계는 관계를 끊는 선이 아니라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선이다. 나와 너를 구별해야 비로소 너를 배려할 수 있다.
〈Autopoietic network 14〉의 둥근 자개 군집은 가장자리가 흐릿하게 바탕으로 녹아든다. 마뚜라나와 바렐라가 말한 세포처럼, 경계가 밖에서 주어지지 않고 점들이 모이고 흩어지며 스스로 막을 짓는다. 태아, 나무, 세포 군집 같은 생물학적 형상이 늘어난 이번 연작은 작년의 '루틴'과 '알고리즘'이 낳은 생명을 그린다. 화면도 어두운 절제에서 분홍·주황·청록의 포화된 보색으로 바뀌었다. 자개로 채운 작은 하트 소품들에는 '착할 선'이 가장 보편적인 기호로 돌아와 있다. 얼마 전 작가가 겪은 건강의 위기는 따스한 생명의 진화로 전환된 터닝 포인트였는지도 모르겠다.
인공신경망도 점과 연결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다. 그러나 그 가중치는 언제든 되돌릴 수 있다. 옻칠의 한 층은 되돌릴 수 없고, 한 번 앉힌 자개는 떼어낼 수 없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 쌓여 형상이 되는 것, 그것이 생명의 네트워크와 계산의 네트워크를 가르는 차이다. 『취향과 안목 왜 AI를 이기는가』에서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도 결국 이것이었다.
작년 작가는 관객에게 '나는 자기생성을 잘 하고 있는가'를 물었다. 올해의 그림은 그 질문을 바꾸어 돌려준다. '나는 어떤 연결 속에서 나를 만들고 있는가.' 자기생성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었다. 닫혀 있되 열려 있고, 경계를 긋되 그 경계로 관계를 맺는 일이었다. 열여섯 달 만에 다시 내려간 지하 전시장에서, 나는 한 작가의 체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자라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에 관객이라는 노드 하나로 잠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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