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앞에 오래 머문 시간이 상장이 되었다" 경희대 미대 60주년과 함께한 그림감상문대회
겹겹이 모인 꽃잎에서 토끼 귀를 찾아낸 여덟 살, 그림 속 노란 새를 끝내 위로해 준 열 살, 철선으로 된 말 조각 앞에서 갑골문의 말 마(馬) 자를 떠올린 어른. 작품 앞에 오래 머문 사람들이 그 시간을 글로 남겼고, 그 글이 상장이 되어 돌아왔다.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설립 60주년 기념 특별전과 연계해 열린 「제2회 KASC 통섭미술 ‘취향의 기록’ 그림감상문대회」 시상식이 9월 28일 오후 5시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미술관(KUMA) 4층에서 열렸다. 경희대학교 미술대학(학장 나형민)이 주최하고 한국작가후원연대(KASC, 이사장 이상민)가 주관한 이번 대회에는 어린이부 58편, 일반부 48편 등 모두 106편의 감상문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어린이부 55명과 일반부 8명 등 63명이 상을 받았고, 참가자를 지도한 7개 단체가 우수지도자상을 받았다.
노랑이의 꿈, 철로 만든 낙서 … 대상은 박정온 · 이은지
어린이부 대상인 경희대학교 총장상은 삼선초등학교 3학년 박정온 어린이의 「노랑이의 꿈」에 돌아갔다. 인신영 작가의 〈삼삼춘몽〉 속 노란 새와 눈을 맞추고, 새의 목소리를 상상하다가 끝내 그 새를 위로하는 이야기를 지어낸 글이다. 작품 제목을 "노랑이의 꿈"으로 되받아 읽으며 끝까지 자기 목소리를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부 대상은 박예지 작가의 〈흔적〉을 갑골문과 자신의 낙서, 철선의 흔적으로 이어 읽은 이은지 씨의 「철로 만든 낙서」가 차지했다.
미술대학 학장상인 금상은 어린이부 김지유(미사중앙초 6) · 김윤진(향동초 5) · 박서진(언주초 2), 일반부 이지은 · 박정민 · 임남이 씨가 받았다. 미술대학 동문회장상인 은상은 어린이부 이선우(미사중앙초 6) · 한수현(향동초 5) · 김시헌(서원초 5), 일반부 송유환 씨에게 돌아갔다. 동상과 장려상, 창의도전상은 KASC 이사장상으로 시상했다.
총장상과 동문회장상은 김진상 총장과 김재덕 동문회장을 대신해 나형민 미술대학 학장이 수여했고, 이사장상은 이상민 이사장이 직접 전달했다. 어린이부 대상부터 동상까지 수상자에게는 미술용품이, 일반부 수상자에게는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기념품이 부상으로 함께 전달됐다. 사회는 안혜은 KASC 이사가 맡았다.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보았는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나형민 학장은 심사평에서 "가장 무겁게 본 것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보았는가였다"고 밝혔다. 심사는 단행본 『통섭미술 그림감상문』의 통섭미술감상법에 따라 통섭의 독창성, 감상의 진정성, 문장의 완결성, 언어의 명확성, 형식 준수의 다섯 항목으로 진행됐다. 특히 어린이부는 지식의 양보다 자기 눈으로 본 것을 자기 말로 쓴 진솔함에 무게를 뒀다.
나 학장은 "꽃잎을 수많은 토끼 귀로 본 어린이, 밤 풍경이 왜 하얀지 묻다가 그림의 본질은 명암이라는 자기 이론에 도달한 어린이가 있었다"며 "이 어린이들은 통섭이라는 말을 몰라도 이미 통섭하고 있었다"고 평했다. 지도교사들에게는 "서툰 맞춤법과 엉뚱한 비유는 고쳐야 할 흠이 아니라 그 아이만의 목소리"라며, 문장을 대신 써 주기보다 "무엇이 보였니?" 하고 한 번 더 물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상민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작가만으로는 예술이 완성되지 않는다. 작품 앞에 멈춰 서서 오래 바라보고, 그것을 자기 말로 기록하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예술은 한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감상은 창작의 반대편이 아니라 창작의 나머지 절반"이라며 "오늘 상을 받는 어린이 가운데 누군가는 작가가 되고, 누군가는 작가를 후원하는 컬렉터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특별전 기간에 어린이 〈나도 작가〉 체험 프로그램을 이끈 노상미 KASC 이사와, 그림감상문대회 홈페이지를 기획한 김영도 KASC 이사도 함께했다.
송파에서 경희대로, 12월에는 전국으로
그림감상문대회는 송파에서 열린 제1회 대회로 첫발을 뗐다. 이번 제2회는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60주년 기념전과 손잡고 대학 미술관으로 무대를 옮겼다. 제3회부터는 전국 대회로 규모를 키운다. 11월 초부터 한 달간 전국을 대상으로 감상문을 공모하고, 12월 19일 대치역 인근 강남구민회관에서 KASC 총재 취임식을 겸한 시상식을 연다.
KASC의 구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년 5월에는 전국 100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전국 규모의 그림감상문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갤러리가 저마다 감상의 현장이 되고, 관람객 누구나 가까운 전시장에서 작품 한 점을 골라 자기만의 감상을 써 보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상민 이사장은 "미술관과 갤러리의 문턱을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작품 앞에 오래 머무는 경험을 선물하는 것"이라며 "그림감상문대회를 한 번의 행사가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누구나 참여하는 감상 문화 운동으로 키워 가겠다"고 밝혔다.
컬렉터 스터디에서 감상 문화 운동으로 … KASC의 3년
한국작가후원연대는 컬렉터들이 모여 함께 미술을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에서 출발했다. 이후 전시 리뷰를 쓰고, 작가와 갤러리를 이어 주는 매칭 프로그램에 힘을 쏟았다. 작가를 후원하는 일이 곧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눈에서 시작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창립 3년 차를 맞은 올해, KASC는 그 눈을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미술 감상을 확산시켜 성숙한 컬렉팅 문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작품을 오래 보고 자기 말로 기록할 줄 아는 관객이 많아질수록, 작품을 아끼고 오래 곁에 두는 컬렉터도 늘어난다는 판단이다. 그림감상문대회는 그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사업이다. 오늘 원고지에 첫 문장을 적은 어린이들이 KASC가 그리는 내일의 컬렉터이자 후원자다.
|
한국작가후원연대(KASC)는 한국작가후원연대(Korea Artist Sponsor Club)는 작가 후원 문화와 지속 가능한 미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컬렉터들의 미술 스터디 모임으로 시작해 전시 리뷰, 작가와 갤러리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3년 차를 맞아 미술 감상의 확산을 통해 성숙한 컬렉팅 문화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대표 사업인 「취향의 기록」 그림감상문대회는 이상민 이사장의 통섭미술감상법을 바탕으로, 제1회 송파 대회와 제2회 경희대 대회에 이어 12월 제3회 전국 대회, 내년 5월 100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전국 규모 대회로 이어진다. |
@iartno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