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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후기] 이펄 개인전 — AR갤러리 연희동 전시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0.0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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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후기] 이펄 개인전 — AR갤러리 연희동 전시 작가 : 이펄 @leepearl_art 전시명 : 하나를 이루는 것들 (What Makes a Whole) 일정 : 2026. 10. 1 ~ 10. 21 (일~화 휴무) 장소 : AR갤러리 @ar.creator.space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33길 34) 연희동 AR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펄 작가의 개인전 《하나를 이루는 것들》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작가후원연대와 갤러리0도씨 @gallery.0doc 가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의 세 번째 개인전입니다. 대표작은 좌우로 대칭을 이루며 식물도감처럼 정돈된 형태를 취합니다. 씨앗에서 열매가 생기고, 그 열매가 뿌리를 내리고, 발아해 봉오리가 맺히기까지 하나의 생장 서사가 화면 위에 펼쳐집니다. 괴테는 『식물의 변형』에서 꽃잎도 줄기도 결국 하나의 원형 잎이 다양하게 변형된 결과라고 보았는데, 이펄 작가가 꽃과 줄기, 잎맥과 열매를 자유롭게 결합해 새로운 식물을 만들어내는 방식도 이와 비슷한 사유에 가까워 보입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식물이지만, 자연이 가진 구조의 문법만큼은 고스란히 따르고 있습니다. 화면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잎맥 사이로 표정 같은 것이 새겨져 있습니다. 작가는 식물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느꼈던 인간의 감정을 이 잎맥 위에 담아냈다고 말합니다. 작가노트에서 말하는 '아직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지 결정되지 않은 채 생명의 잠재성을 품고 있는 씨앗'이라는 표현처럼, 비교와 경쟁 속에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자신의 가능성을 긍정하려는 태도가 이 잎맥의 표정들에 스며 있습니다. 가장 최근 신작은 누워 있는 통나무에서 줄기가 자라나고, 그 곁에 버섯이 함께 피어난 모습을 그린 작업입니다. 작가는 식물에 기대어 살아가는 버섯도 또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그 존재가 자신이 만든 식물의 세계를 더 확장시킨다고 설명합니다. 죽은 나무를 분해하며 다음 생명이 자랄 토양을 만드는 균류의 생태처럼, 하나의 소멸이 다른 생장의 발판이 되는 순환이 이 그림에 담겨 있는 듯 합니다.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전환점은 〈가시의 자리〉입니다. 식물원에서 선인장을 관찰하던 중, 몸통이 잘린 자리 옆에서 새로운 가지가 돋아나는 모습을 포착한 작업입니다. 실제로 선인장은 생장점이 제거되면 위로 갈 영양분이 옆으로 분산되며 측아가 자라나는 습성이 있는데, 작가는 이 식물학적 사실을 그대로 화면에 옮기면서도 익숙한 데칼코마니 구도 대신 몸통에서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는 구조로 처음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씨앗이 아니라 상처 난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는 생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 제목처럼 서로 다른 부분들이 모여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과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펄 작가는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아직 결정되지 않은 채 변화할 가능성을 품은 씨앗이라는 은유로 관람자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식물도감처럼 정돈된 화면 안에 사실은 인간의 불안과 성장이 함께 자라고 있음을 말하는 전시였습니다. 글: 손만승 @art.connecter #연희동전시 #AR갤러리 #이펄작가 #한국화 #korean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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