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미술대학 설립 60주년 기념전 오프닝 현장
9월 14일 오후 4시,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KUMA미술관 1층. 앞줄부터 채워 달라는 안내가 몇 차례 반복되고, 이사장님과 총장님의 입장을 알리는 목소리에 박수가 터져 나온 뒤에야 자리는 비로소 정돈됐다. 미술대학 01학번 회화 전공 정환욱 동문과 08학번 회화 전공 임다임 동문이 공동 사회를 맡아 문을 연 이 자리는, 미술대학 설립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TIME-ARCHIVE 60, 다시 선언하다》의 오프닝이었다. 임다임 동문은 "모교 가장 찬란하고 뜻깊은 자리에 자랑스러운 후배이자 동문으로서" 서게 됐다며 감회를 전했다.
138인이 쓴 60년, 그리고 4층의 다음 세대
개회에 앞서 진행된 전시 소개에서, 이번 60주년 기념전에는 동문과 재학생, 교강사를 아우른 총 13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는 설명이 나왔다. 1층과 2층은 미술대학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동문 작가들의 작품으로, 3층은 현재 미술대학을 이루는 재학생과 교강사들의 작업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4층에는 "취향의 기록, 오늘의 작가, 내일의 컬렉션"이라는 이름의 신진 작가 기획전이 자리했다. 사회자는 이 전시가 "한국작가후원연대의 추천 작가와 우리 대학 출신의 신진 작가들로 구성"됐으며, "오늘의 예술적 취향과 선택이 미래의 컬렉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같은 기간 진행되는 한국작가후원연대의 통섭미술 취향의기록 그림감상문대회 역시 이 자리에서 함께 언급됐다.
"회고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선언하는 자리" — 나형민 미술대학장
단상에 오른 나형민 미술대학장은 먼저 조인원 이사장님을 비롯한 교무위원과 동문, 작가, 재학생과 내외 귀빈에게 인사를 전한 뒤, 미술대학의 발자취를 짚었다. "경희대학교 미술대학은 1966년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로 출발한 이후 지난 60년 동안 수많은 예술가와 교육자, 문화 전문가를 배출"해 왔으며, 2003년 미술대학으로 승격하고 2006년 오늘의 전시가 열리는 미술관을 완공하며 교육과 창작, 전시와 연구를 아우르는 기반을 다져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60주년 기념전은 지난 시간을 기념하는 회고의 자리를 넘어 경희 미술의 현재를 확인하고 새로운 미래를 선언하는 자리"라고 이번 전시의 성격을 규정했다.
나 학장은 AI와 뉴미디어 시대의 예술의 확장을 언급하며, 순수미술의 깊이를 토대로 디지털 미디어와 융복합 예술을 접목하고 있다는 점, 해외 대학과의 공동 전시와 국제 연수를 통해 학생들의 경험을 넓히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그는 "2030 한국 미술계를 선도하는 최고 미술대학을 목표로 전통과 미래, 예술과 기술, 한국과 세계를 잇는 창의적 아트 허브로 성장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고, 전시와 함께 조성되는 발전기금이 후배들의 장학과 첨단 교육 환경 조성에 쓰일 것이라며 학교 법인과 대학 본부, 미술대학 동문회, 한국작가후원연대, 그리고 소장을 통해 후원해 준 컬렉터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41년 전 이곳을 떠난 사람으로서" — 김재덕 동문회장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재덕 미술대학 동문회장(23대)의 축사는 한결 개인적인 결로 이어졌다. 그는 "미술 교육과로 시작해서 미술 대학까지 60년 여정이 오늘 빛을 발하는 자리"라 말문을 연 뒤, "저도 졸업한 지 벌써 41년이 된 것 같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 시간 동안 동문들이 작가와 교육자로서 이룬 성취를 되짚으며 "각자의 영역에서 정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뿌듯하다"고 소회를 전한 그는, 전시 준비를 이끈 나형민 학장과 정환욱 교수의 노고에 특별히 감사를 표하며 박수를 청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인원 이사장님을 향해 "미술대학에 앞으로도 많은 지원과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주셔서, 대한민국이 문화예술 국가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경희대학교에서부터 꽃을 피웠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며 축사를 마쳤다.
"우리 대학만큼 예술품이 많은 곳은 없다" — 조인원 이사장님의 격려사
세 번째 발언대에 선 조인원 이사장님의 격려사는 캠퍼스 곳곳의 예술 작품 이야기로 흘렀다. 그는 "우리 대학만큼 아마 예술품이 많이 유치된 대학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교시탑과 본관의 조형물, 그리고 경희의 통섭 정신을 담아 동서양의 문명사적 통섭을 형상화한 부조를 언급했다. 이어 그는 최근 자신이 펴낸 연설문집 이야기를 꺼냈다. 재임 기간의 연설을 모은 이 책의 제목은 《전환의 시대, 인간의 길을 묻다》. 표지를 고민하던 중 예전에 본 이탈리아 작가 아르날도의 도록을 떠올렸다고 했다. 시대의 위기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는 인류의 염원을 담아 금색으로 형상화한, 깨진 지구 안에 기계가 돌아가는 그 작품이 "경희가 넘어서고자 했던 그런 희망의 세계와 비슷한 생각을 담고 있지 않은가" 싶어, 작가에게 직접 편지를 써 허락을 구하고 표지에 실었다는 일화였다.
그는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고 박종애 학장과 함께 이곳을 둘러보며 나눴던 대화로 연결했다. "미대를 앞으로 세계 굴지의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던 그 대화를 떠올리며, 그는 "시대에 주는 영감과 메시지는 철학자의 안목에서 나올 수도 있지만, 우리가 예술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게 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희대학으로서는 그런 예술 전공하는 학부가 있다는 것이 정말 축복"이라며, 미래 인재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 활동이 계속되기를, 그리고 학교 차원의 지원도 계속되기를 당부하며 격려사를 마쳤다.
커팅에서 서명까지
세 사람의 발언이 끝난 뒤, 음악대학 대학원생 도예림 외 3인의 현악 4중주가 장내를 채웠다. 이어 조인원 이사장님, 김진상 총장님을 비롯한 주요 내빈과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상민 이사장, 김재덕 동문회장, 최희수 동문 선배 등이 단상에 올라 테이프 커팅을 진행했고, "하나 둘 셋" 구호와 함께 커팅이 마무리되자 큰 박수가 이어졌다. 기념 촬영은 미술관을 등지고 참석자 전원이 함께한 대형 사진으로 마무리됐고, 곧이어 60주년 기념 포스터 서명식이 진행됐다. 서명을 마친 내빈들은 나형민 학장의 안내를 따라 곧바로 전시장으로 향했다.
말이 남긴 자리
역사를 정리한 학장의 말, 41년 전 자신의 졸업을 떠올린 동문회장의 말, 캠퍼스의 예술품과 자신의 책 표지 일화로 예술의 힘을 이야기한 이사장님의 말 — 결은 서로 달랐지만 세 발언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켰다. 지난 60년이 다음 세대의 가능성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것. 그리고 그 바람은 이날 오프닝 직후 곧바로 4층에서 펼쳐진 138인 중 신진 작가들의 "취향의 기록"과, 학생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그림감상문대회로 이어지며 현재형이 되고 있었다.
@iartno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