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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록] 이펄(이진주) 작가 @leepearl_art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0.0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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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록] 이펄(이진주) 작가  @leepearl_art 한국작가후원연대 @artist.sponsor 너이들 2년후 project 이펄(이진주) 초대개인전 〈하나를 이루는 것들 What Makes a Whole〉 2026. 10. 1 – 10. 17   수–토 14:00–18:00  ·   AR갤러리(AR Creator Space) @ar.creator.space @gallery.0doc <전시감상 요약문> 전시감상 - 이펄(이진주) 작가(b.2000) 몸통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들 이 상 민 | 미술인문 작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연희동 골목, 파란 창틀의 작은 갤러리. 정면 벽에 살구빛 바탕의 거대한 식물이 서 있었습니다. 처음엔 꽃병, 다시 보니 사람의 얼굴. 좌우로 늘어진 열매는 귀걸이처럼, 아래로 굽이치는 뿌리는 땅을 딛은 다리처럼 보였습니다. 그림이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 대칭이라는 생명의 문법 좌우대칭은 자연이 질서를 만드는 가장 오래된 방법입니다. 하지만 손으로 그린 대칭은 결코 완전한 거울이 아닙니다. 붓이 만든 미세한 어긋남이 그림에 숨을 불어넣습니다. 작가는 씨앗에서 열매, 뿌리, 발아, 꽃으로 이어지는 한 생애를 이 화면에 담았다고 했습니다. 잎맥 사이에는 작은 얼굴들이 숨어 있습니다. 식물을 그리며 느낀 사람의 감정이 표정이 된 것이지요. 꽃잎도 수술도 결국 잎의 변형이라 본 괴테처럼, 서로 다른 부분이 모여 하나를 이룹니다. 🌵 씨앗이 아니라 몸통에서 그런데 제 발길을 붙잡은 건 창문 아래 낮게 걸린 35cm의 작은 그림 〈가시의 자리〉였습니다. 선인장은 밑동이 잘리면 그 옆에서 새끼를 칩니다. 갈라진 단면 옆으로 가시를 두른 새 생명이 고개를 내밉니다. 상처의 자리가 곧 탄생의 자리입니다. 지금까지 이펄의 식물은 씨앗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 속 생명은 이미 살아온 몸, 상처 입은 몸에서 다시 태어납니다. 최근작 〈얽히며 새로 자라나는〉에서도 쓰러진 통나무 위로 버섯이 돋습니다. 끝난 것처럼 보이는 자리에서 연결이 시작됩니다. 시선은 전체의 대칭에서 부분의 확대로, 줄기와 뿌리와 껍질 속으로 깊어지고 있습니다. ✍️ 나의 취향이 기록한 문장 처음부터 완전한 하나는 없습니다. 잘린 밑동에서, 쓰러진 통나무에서, 남의 껍질 위에서 생명은 다시 자리를 찾습니다. 하나를 이룬다는 것은 처음부터 하나였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들이 얽히고 기대며 끝내 하나가 되어간다는 뜻입니다. 장지 위에 분채와 과슈를 겹겹이 올린 한국화의 재료, 서양 식물도감의 관찰, 수학의 대칭과 생물의 변이가 한 화면에서 만납니다. 오늘 제 취향은 가장 큰 그림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의 작은 선인장 앞에 머물렀습니다. 가시가 있던 자리에서 새 생명이 돋는다는 것. 2000년생 젊은 작가가 걸어갈 길에 대한 저의 예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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