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후기] 이진상 개인전 — 갤러리0도씨 연희동 전시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09.06 11:37
[전시후기] 이진상 개인전
— 갤러리0도씨 연희동 전시
작가 : 이진상 @jinsang_artist
전시명 : 지붕 아래, 우리
일정 : 2026. 9. 5 ~ 9. 22 (일·월·화 휴무)
장소 : 갤러리0°C @gallery.0doc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천로 180, 1층)
/ AR갤러리 동시 진행
연희동 갤러리0도씨에서 열리고 있는 이진상 작가의 개인전 《지붕 아래, 우리》에 다녀왔습니다. 12지신 동물들이 저마다 지붕 하나씩을 머리에 이고 서 있습니다. 처음 제목은 단순히 '지붕을 이고 있는 동물들'이었지만, 작품을 마주한 이들이 자기 자신과 겹쳐 보면서 지금의 제목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배경입니다. 채도를 낮춘 단색 바탕 위에 정면을 응시하는 얼굴이 있는가 하면, 고개를 살짝 돌려 옆을 보는 얼굴도 있습니다. 어딘가 오래된 증명사진 같습니다. AI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말이 '인간 증명'입니다. 이제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화면 속 열두 존재들은 각자의 지붕을 이고 서서 매일같이 자신을 증명해 나가는 현대인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직장이라는 지붕, 가족이라는 지붕, 일이라는 지붕 — 누구도 예외 없이 무언가를 머리에 얹고 살아갑니다.
그리스 신화 속 아틀라스는 하늘을 짊어지는 형벌을 받았습니다.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산 정상으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를 두고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는 시지
프를 행복한 인간으로 상상해야 한다." 짐을 벗는 것이 아니라, 짐을 진 채로 살아가는 그 자체가 삶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진상 작가의 화면에도 그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키우는 진돗개 마루를 비롯해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존재들을 최대한 찾아 그렸습니다.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작품은 부모님이라고 합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지금 곁에 계신 어머니를, 같은 지붕 아래 다른 시간으로 나누어 담았습니다.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현대인이 스스로를 착취하는 성과주체가 되었다고 진단합니다. 지붕은 누가 씌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전시는 그 무게를 덜어주지 않습니다. 다만 나만 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열두 개의 얼굴로 조용히 보여줄 뿐입니다.
글: 손만승 @art.connecter
이 전시는 그림동화 《지붕 아래, 우리》 출판기념회도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이진상 작가의 그림에 이상민 이사장 @iartnoori
의 글이 더해진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한 위재환 작가님 @gummhan 정국택 작가님 @kuk.taek 김성지 작가님 @sungji0305 만나서 반가웠고,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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