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투자 #01】 레버리지와 과신 | 브뤼헐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태양을 탐한 대가 || 원피스 | 아트인코리아 ArtIn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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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승의 ONE PIECE는 전시 전체가 아닌 작품 하나에만 집중해, 다양한 분야와 연결 짓는 통섭적 감상문 연재입니다. '많이'보다 '깊이' 보자는 다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https://artinkorea.kr/one





【명화와 투자 #01】 레버리지와 과신 | 브뤼헐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태양을 탐한 대가    네이버 구글

욕심껏 날아오른 자가 떨어져도, 농부는 밭을 간다
아트커넥터   승인 2026.09.17 11:59  |  최종 수정 2026.09.1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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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제목에 '이카로스'가 들어가 있는데, 아무리 봐도 이카로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 이 그림 앞에 섰을 때 저도 한참을 찾았습니다. 화면 한가운데에서는 붉은 옷의 농부가 말을 몰아 밭을 갈고 있습니다. 그 뒤로 양치기가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오른쪽 아래 물가에서는 낚시꾼이 줄을 드리웁니다. 바다에는 돛을 부풀린 범선이 지나가고, 수평선에는 해가 반쯤 잠겨 있습니다. 평화로운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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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르 브뤼헐,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1560년경, 캔버스에 유채, 73.5 × 112cm, 벨기에 왕립미술관(브뤼셀) 소장       

주인공은 오른쪽 아래 구석에 있습니다. 범선 옆 물 위로 삐져나온 두 다리, 그게 전부입니다. 신화에서 가장 극적인 추락을 화가는 그림에서 가장 작은 사건으로 그려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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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르 브뤼헐,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부분), 1560년경, 캔버스에 유채, 73.5 × 112cm, 벨기에 왕립미술관(브뤼셀) 소장       

아버지의 경고: 너무 낮게도, 너무 높게도 날지 마라

이야기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명장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에게 바닷길이 막혀 크레타를 떠나지 못합니다. 그는 "땅과 바다는 막아도 하늘은 막지 못한다"며 새 깃털을 밀랍으로 붙여 날개를 만듭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며 당부합니다. 너무 낮게 날면 바다의 물기가 날개를 무겁게 하고, 너무 높이 날면 태양이 밀랍을 녹이니 그 중간으로 날아라.

우리는 이 신화를 "높이 날지 마라"로만 기억합니다. 하지만 경고는 두 방향이었습니다.

투자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너무 낮게 나는 것은 전 재산을 예금에만 묻어두는 일입니다. 당장은 안전해 보여도 물가라는 습기가 서서히 날개를 적시고, 20년 뒤 구매력은 조용히 가라앉아 있습니다. 너무 높이 나는 것은 빚을 내고 몇 배의 레버리지를 걸어 수익을 키우려는 일입니다. 올라갈 때는 짜릿하지만, 밀랍은 생각보다 빨리 녹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용기를 비겁과 무모함 사이에 있는 덕이라고 했습니다. 투자의 용기도 그렇습니다. 시장에 머무를 용기와 욕심을 멈출 용기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노벨상을 받은 이듬해, 날개가 녹았다

철없는 소년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역사상 가장 똑똑했던 이카로스들이 있습니다.

1994년 미국에서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출범했습니다. 월가의 전설적인 채권 트레이더 존 메리웨더가 이끌었고, 옵션 가격결정 이론의 대가 마이런 숄스와 로버트 머튼이 파트너로 합류했습니다. 두 사람은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LTCM의 수익은 아주 작은 가격 차이에 막대한 차입을 얹어 만든 것이었습니다. 모델은 정교했습니다. 하지만 모델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계산한 일이 1998년 러시아의 채무불이행과 함께 현실이 되었습니다. 넉 달이 채 안 되어 46억 달러가 사라졌습니다. 결국 뉴욕 연준이 나서 14개 금융기관을 불러 모았고, 이들이 약 36억 달러를 긴급 투입했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바로 이듬해의 일입니다.

가장 높이 날았던 사람들이 가장 빨리 떨어졌습니다. 지능은 밀랍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과신이라는 태양

행동재무학에서는 자기 판단을 실제보다 믿는 경향을 '과신 편향'이라 부릅니다. 이 편향이 얼마나 비싼지 보여준 연구가 있습니다. 브래드 바버와 테런스 오딘은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 6 6천여 가구의 거래 기록을 분석했습니다. 가장 자주 사고판 집단의 연 순수익률은 11.4%, 같은 기간 시장 평균 17.9%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논문 제목은 「거래는 당신의 부에 해롭다」였습니다.

몇 번 수익이 나면 사람은 그것을 실력이라 믿습니다. 그러면 거래가 잦아지고, 베팅이 커지고, 빚까지 끌어옵니다. 이카로스도 처음부터 태양으로 돌진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날아보니 쉬웠고, 한 뼘 더 올라가도 괜찮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밀랍이 흘러내렸을 것입니다.

그림이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오비디우스의 원전에도 낚시꾼, 양치기, 농부가 나옵니다. 원전에서 그들은 하늘을 나는 아버지와 아들을 올려다보며 신이 나타났다고 놀랍니다. 브뤼헐은 이 세 사람을 그대로 데려와서 모두 무심하게 바꿔놓았습니다. 아무도 추락을 보지 않습니다.

플랑드르에는 사람이 죽어간다고 쟁기가 멈추지는 않는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브뤼헐이 이 말을 떠올리며 붓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소년이 바다에 빠지는 동안에도 고개 한번 들지 않는 농부를 보면, 아마 그랬을 것 같습니다.

이 무심함을 가장 날카롭게 읽어낸 사람은 영국 시인 W.H. 오든입니다. 1938년 겨울, 오든은 브뤼셀 왕립미술관에서 이 그림 앞에 섰고, 미술관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미술관(Musée des Beaux Arts)」이라는 시를 썼습니다. 시에서 무심한 것은 농부만이 아닙니다. 햇살은 여느 때처럼 물속으로 사라지는 하얀 다리를 비추고, 하늘에서 소년이 떨어지는 광경을 보았을 범선도 갈 곳이 있었기에 조용히 항해를 이어갑니다. 세상 전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갑니다.

한 사람에게는 세상이 끝나는 순간이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평범한 오후였던 것입니다.

투자자에게는 서늘한 장면입니다. 레버리지로 계좌가 녹아내려도 시장은 당신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저 범선처럼 제 갈 길을 갈 뿐입니다. 시장은 다음 날에도 열리고, 누군가는 여전히 매수 버튼을 누릅니다.

그런데 같은 농부를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는 무심한 것이 아니라, 자기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의 눈은 발밑의 밭고랑에 있습니다. 오늘 몇 고랑, 내일 또 몇 고랑. 극적인 것은 없지만 계절이 바뀌면 그 밭에서는 반드시 무언가가 자랍니다.

장기 분산투자는 이 농부를 닮았습니다. 매달 정한 금액으로 시장 전체를 사고, 나머지는 시간에 맡깁니다. 씨앗이 잘 자라는지 궁금하다고 매일 땅을 파헤치는 농부는 없습니다. 인덱스펀드를 처음 만든 존 보글은 투자자들에게 무언가를 하려 들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조언했습니다. 지루하고 자랑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날개 단 소년이 아니라 쟁기를 쥔 농부입니다.


【액자 속 한 문장

높이 나는 사람은 박수를 받고, 밭을 가는 사람은 수확을 거둔다.

누군가 "이번엔 확실하다"며 레버리지를 권한다면 브뤼셀의 이 작은 그림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오른쪽 아래, 물 위로 삐져나온 두 다리를 말입니다.

ㅡ 손만승
@art.connecter
@lazyca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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