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취향의기록] 송지인(b.1998) - 금색 선은 누구의 시선인가
흰 종이 위로 검은 풀들이 사선으로 쓸려 간다. 오른쪽 위와 아래에 아틀라스나방 두 마리가 날개를 펼쳤고, 가운데에는 난초사마귀가 방사형으로 터지는 흰 빛을 등지고 서 있다. 풀잎 사이에는 사마귀붙이와 작은 개체들이 흩어져 있다. 그리고 화면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황금빛 선들이 있다. 이 선이 가장 먼저 설명되어야 할 요소다.
이 선들은 장식이 아니다. 《Gazes》 연작을 다룬 비평문은 황금빛 선을 비인간적 시선을 시각화한 장치로 규정한다. 선들은 화면을 수직 또는 사선으로 가로지르며 각 개체와 관계를 맺고, 관객은 무의식적으로 그 선을 따라가며 개체들의 위치와 상호작용을 읽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응시하는 자와 응시되는 자의 경계가 흐려진다. 제목이 '시선'의 복수형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객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화면 안쪽에서도 보고 있으며, 그 시선의 궤적이 금색으로 그어져 있다.
이 문제의식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송지인은 자신의 작업이 인지적 사각지대에 대한 관찰에서 도출된다고 설명해 왔다. 소외된 사건과 상황, 특정 인간과 동식물을 목격하고 수집해 비판적 리얼리즘의 시각 언어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2022년 개인전 《하찮은 것, 들여다보기》는 버려지는 식물의 생을, 2024년 《Freaky Freaky》는 17~18세기 프릭쇼에 동원되었던 실존 인물들의 초상을 다뤘다. 창과 응 벙커, 애니 존스, 조지프 메릭 같은 이름들이 대형 화면으로 그려졌고, 전시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을 물었다.
그 질문이 종의 경계로 옮겨 간 지점이 하이브리드 연작이다. 출발은 비둘기였다. 날개 달린 쥐라는 멸칭에서 따온 〈Rat with Wing〉 연작이 그것이고, 이후 수집한 비둘기 이미지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각 개체에 기호를 매기고 두셋을 골라 조합한 뒤 드로잉으로 기록하고 실물 크기 패널로 옮기는 공정이 정립되었다. 〈D+I+K〉(2021)라는 제목은 그 조합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2023년에는 눈과 꼬리, 다리와 피부 등 이백 개의 레퍼런스에 번호를 붙여 개체를 만들고 서식지와 번식 방식까지 설계했다. 기호를 붙이고 선별하고 기록하는 이 절차는 미술보다 분류학의 형식에 가깝다.
《Gazes》는 그 방향이 한 번 뒤집힌 연작이다. 작가노트에 따르면 여기 등장하는 곤충들은 실재하는 개체들이며, 대신 그들이 놓인 서식처가 합성된다. 하늘과 구름, 물과 괴석, 연기와 초목이라는 초충도의 구성 요소를 차용하고 변형해 새 서식처를 만들고 거기에 실재 개체를 유입시키는 것이다. 이전까지 합성의 대상이 몸이었다면 이제 환경이 합성된다. 만들어진 생물을 실제 세계에 놓는 대신, 실제 생물을 만들어진 세계에 놓는 쪽으로 옮겨 온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이 세 곤충인가. 난초사마귀는 꽃을 흉내 내는 의태로 알려져 있고, 연구자들의 관찰에서는 주변의 실제 꽃보다 더 많은 매개 곤충을 끌어들인 사례가 보고되었다. 사마귀붙이는 이름과 앞다리가 사마귀를 닮았지만 계통상으로는 풀잠자리 무리에 속하는 수렴진화의 사례다. 아틀라스나방은 앞날개 끝의 무늬가 뱀 머리를 닮아 포식자를 물러서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세 개체 모두 자기 아닌 무언가를 닮은 존재들이고, 그 닮음은 모두 누군가의 눈이 형성한 것이다. 돌연변이와 이종성에 관심을 둔다는 작가의 문장이 실재 표본에서 확인되는 지점이다.
재료도 하루아침에 정해진 것이 아니다. 금분과 청동 안료는 2021년 〈도바리움〉 이래 수묵과 함께 꾸준히 쓰여 온 조합이고, 〈종찬탑〉과 〈첫 번째 창〉, 〈나방〉이 모두 수묵에 금분을 올린 작업이다. 먹과 금을 함께 써 온 초충도와 불화의 계보 위에서, 그 금이 이 연작에 이르러 시선을 그리는 선이 되었다. 덧붙이면 이 연작의 대작 제목에 쓰인 'Hiibrid'는 하이브리드에 인사말 'hi'를 겹친 조어로, 이질적인 존재를 향한 환대의 제스처를 뜻한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관찰이 판정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는 장치다.
1998년생으로 2022년 경희대 한국화 전공을 졸업하고 2024년 동 대학원 석사를 마쳤으며, 2026년에는 일민미술관이 주최한 런던 전시 《다시 그린 세계》에 참여했다. 컬렉터에게 53×45cm의 이 작품은 대형 연작의 축소판으로서 의미가 있다. 같은 해의 〈Gazes – A genealogy of Hiibrid〉가 162.2×130.3cm인 것을 감안하면, 이 소품은 같은 어법을 손에 잡히는 크기로 확인할 수 있는 판본이다. 종이에 올린 수묵과 수채는 자외선에 약하니 차단 유리를 쓰고, 금속 안료가 제 몫을 하려면 비스듬히 드는 빛이 낫다. 그리고 눈높이에 걸기를 권한다. 시선을 제목으로 삼은 작품이니, 마주 볼 수 있는 높이에 두는 것이 맞다.
글 이상민
미술인문학자, 커뮤니케이션 연구자. 한국작가후원연대(KASC) 이사장, 이노바랩(주) 대표. 연세대학교 수학, 중앙대학교 대학원 언론학 전공. 《통섭미술관기행》, 《아티스트 코드 80》, 《컬렉터스 코드 80》, 《취향과 안목 왜 AI를 이기는가》 등 통섭미술 및 경제경영 시리즈 저술. 한국구상조각회, 양평아트로드포럼 기획이사.
@iartno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