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상 서울 첫 개인전 《지붕 아래, 우리》 — 열두 마리 동물이 대신 짊어진 우리 시대의 무게 || 갤러리 | 아트인코리아 ArtInKorea

어제 1,351명
오늘 942명
홈 > 아트인코리아 ArtInKorea > 갤러리
갤러리 (19)

Gallery 국내 주요 갤러리와 전시 공간들의 프로그램과 전시 소식, 공간 정보를 소개합니다. 갤러리별 전시 흐름과 운영 방향, 참여 작가 등을 통해 동시대 미술 공간의 다양한 움직임을 기록합니다.



이진상 서울 첫 개인전 《지붕 아래, 우리》 — 열두 마리 동물이 대신 짊어진 우리 시대의 무게    네이버 구글

머리 위에 집을 인 열두 마리의 동물이 서울에 왔다. 광주·전남 지역 무대에서 꾸준히 붓을 들어온 이진상 작가의 첫 서울 개인전이다. 9월 5일 갤러리0도씨에서 열린 오프닝은 개인전이자 출판기념회였고, 동시에 “요즘 잘 자느냐”고 서로에게 묻는 작은 마을이었다. 미술인문학자 이상민 한국작가후원연대(KASC) 이사장은 이 그림 앞에서 감상문 대신 동화를 썼다. 그렇게 태어난 책이 『지붕 아래, 우리』다. 관객들은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각자 자기
이상민   승인 2026.09.07 08:31  |  최종 수정 2026.09.07 08:39
a b

현수막 하나 때문에 택시를 탄 사람들

9 5일 토요일 오후, 갤러리0도씨의 문은 계속 열렸다 닫혔다. 광주에서 올라온 손님, 오후 일정을 비우고 달려온 컬렉터, 아이 손을 잡고 온 이웃이 뒤섞였다. 작은 공간이 금세 사람으로 찼다.


97e4dbcc0c79628bded359e3215ce105_1788737539_3187.jpg

이진상 개인전 《지붕 아래, 우리》 오프닝 겸 출판기념회 - 갤러리0도씨, AR갤러리


시작은 사소한 장면에서였다. 전시장 벽에 걸린 현수막 한 장. 갤러리0도씨 김영도 대표는 그 현수막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택시를 타고 목동 자택까지 다녀왔다. 그 이야기를 전하던 이상민 이사장의 목소리가 잠깐 잠겼다.

이런 것이 작은 씨앗이 돼서, 우리 작가님들이 힘을 얻고 작품 활동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이상민 KASC 이사장

현수막 한 장을 위해 왕복 택시를 타는 사람이 있는 전시. 이날의 성격은 그 장면 하나로 충분히 설명된다. 이것은 시장의 이벤트가 아니라, 한 작가를 서울로 밀어 올리기 위해 여럿이 어깨를 댄 자리였다.

남편 작품보다 훨씬 좋습니다

축사를 맡은 이는 한국구상조각회 전 회장이자 현 운영위원인 정국택 조각가였다. 그는 이진상 작가를 남편인 동료 작가를 통해 먼저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마이크를 잡자마자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남편 작품보다 훨씬 좋습니다. 훨씬 좋고, 나중에 더 유명한 작가가 될 겁니다. 남편이 열심히 밑거름이 돼서 이렇게 좋은 작가가 나오고, 훌륭한 작품이 나오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농담처럼 던져진 이 한마디에는 이날 전시의 서사가 압축돼 있다. 오랫동안위재환 작가의 아내로 먼저 불렸던 이름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자기 이름 석 자만 걸고 관객 앞에 선 것이다.

이진상 작가의 남편이자 한국구상조각회의 회원인 위재환 작가는 마이크 앞에서 솔직했다.

저도 전시하면 사람이 정말 많이 오는데, 그때보다 오늘이 더 떨리네요. 제가 아내에게 도움을 준 건 딱 하나예요. 집에 대한 부담감.”

웃음이 터졌지만, 이 문장이야말로 이번 전시의 열쇠였다.


97e4dbcc0c79628bded359e3215ce105_1788737561_3063.jpg

축사를 맡은 정국택 조각가(전 한국구상조각회 회장)


지붕은 어떻게 머리 위로 올라왔나

이진상의 이전 작업은 밝았다. 형광에 가까운 그린과 터콰이즈 바탕 위에 바셋하운드가, 왕관을 쓴 웰시코기가, 도넛 더미에 턱을 괸 비글이 앉아 있었다. 반려동물과 나, 일대일의 다정한 세계였다.

원래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삶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작업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너와 나 일대일의 관계가 아니라 지금 동시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문제로 끌고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냥 좋아서 그린 그림보다는, 내가 고민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 이진상

그 무렵 작가의 실제 삶에는이 있었다. 18년의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주택으로 옮기는 대공사였다. 남편의 증언은 구체적이다.

어마어마하게 힘들었어요. 원래 85킬로그램이었는데 지금 75킬로그램입니다. 175미터 골목길로 자재를 다 옮기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그때 아내도 같이 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게는 작가가 의도하기도 전에 캔버스 위로 올라왔다.

그때 저도 모르게 집에 대한 무거운 마음이 있었어요. 이사 문제도 있었고요. 그게 은연중에 지붕으로 작품에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이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면 조금 더 확장해서 현대인이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 지붕을 한번 얹어보자 했지요.” — 이진상

여기서 이 작업은 사적인 고백을 넘어선다. 작가는 열두 동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열두 동물 안에 들어 있는 우리를 그렸다고 말한다.

열두 동물이 주인공이 아니라, 모든 현대인이 12지신 안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현대인의 모습을 12지신으로 표현한 겁니다.”

남편의 말이 그 위에 겹쳤다. “작가는 자기 생활을 반영합니다. 자기 삶을 반영하고, 그게 주제가 되고, 그 주제가 녹아내려서 톤다운된 이 그림들이 나온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그림들이 좋습니다.”

 

97e4dbcc0c79628bded359e3215ce105_1788737586_6272.jpg

이진상 작가의 남편이자 조각가인 위재환 작가의 축사



[ 통섭미술 감상법으로 읽는 《지붕 아래, 우리》 ]

이상민 이사장은 미술 감상을정답 맞히기가 아니라나에게로 번역하기라고 말해온 연구자다. 그가 제안해온 통섭적 아트커뮤니케이션의 감상 순서를 따라 이 전시를 걸어보면, 열두 개의 지붕은 훨씬 또렷해진다.

첫 번째 문 · 멈춤설명을 듣기 전에 먼저 서 있기

전시장에 들어서면 색부터 다르다. 안쪽 공간의 옛 강아지 연작이 채도 높은 그린과 마젠타로 웃고 있다면, 이번 신작들은 일제히 톤이 내려앉아 있다. 작가 스스로가 그 이유를 숨기지 않았다.

그때는 기분이 좋았나 봐요. 색이 되게 강하고 밝은데, 이번 작품들은 톤다운이 많이 돼 있어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그림에 그대로 드러난 게 아닐까 싶어요. 나중에 집 문제가 해결되면 채도가 조금 더 밝아지지 않을까요.”

통섭미술 감상의 첫 단계는 이 낙차 앞에 그냥 서 있는 일이다.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몸이 먼저 느끼게 두는 것. 도슨트도, 캡션도 그다음이다.

두 번째 문 · 코드작가의 손이 남긴 흔적을 읽기

이진상 회화의 지문(指紋)은 패턴이다. 동물의 털과 옷, 배경의 면을 가느다란 펜선의 반복 문양이 빼곡히 채운다. 그런데 이번 열두 점을 순서대로 보면, 그 밀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초기작인 토끼와 호랑이는 촘촘하고, 뒤로 갈수록 여백이 생긴다.

초반 작품을 보시면 패턴이 정말 많이 들어가 있어요. 혼자 떼고 치고, 엄청 열심히 한 거죠. 그런데 두 점을 놓고 계속 보다 보니 사람 욕심이 과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비웠어요.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부분에만 펜을 주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통섭미술 감상법이 말하는아티스트 코드. 작가가 무엇을 그렸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그만두었는지를 보는 것. 비움은 게으름이 아니라 결단이다. 그리고 이 결단은 그대로 이 전시의 주제와 겹친다. 채워 넣는 삶에서 덜어내는 삶으로.

시작점이 토끼였다는 사실도 코드다. “나를 붙잡고 있던 동물이 토끼와 호랑이였어요. 스타트가 토끼였고, 호랑이는 다른 느낌의 웅장함이 있으니 해보자 했죠.” 속도에 쫓기는 토끼와 강한 척해야 하는 호랑이작가가 가장 먼저 마주한 두 마리가 하필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두 강박이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옷도 코드다. 열두 마리는 모두 양털 질감의 비슷한 옷을 입고 있다. “하나에 집중시키면 다른 것이 다 풀어져요. 그래서 통일했습니다. 옷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개별의 취향을 지우자, 남는 것은 각자가 이고 있는 지붕뿐이다. 옷을 통일한 순간 이 연작은 열두 명의 초상에서 한 사회의 초상이 된다.


97e4dbcc0c79628bded359e3215ce105_1788737612_1025.jpg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이진상 작가



세 번째 문 · 통섭세 겹의 문맥을 겹쳐 보기

통섭미술 감상법의 핵심은 한 장의 그림 위에 서로 다른 지식의 층을 겹치는 데 있다. 이 전시에서는 최소 세 겹이 포개진다.

첫째, 전통의 층. 12지신은 달력이 아니라 열두 개의 인간 유형이다. 쥐는 생존과 기민함, 소는 인내, 호랑이는 권위, 용은 완성의 정점, 개는 충성. 작가는 이 오래된 상징 체계를 그대로 빌려온다.

둘째, 심리의 층. 그 위에 현대의 불안이 겹친다. 비교불안(), 번아웃(), 체면의 무게(호랑이), 속도 강박(토끼), 완벽주의(), 낙인과 편견(), 자유의 상실(), 군중 속 고독(), 정체성 혼란(원숭이), 의무감의 과잉(), 돌봄 제공자의 소진(), 결핍 없는 불안(돼지). 열두 개의 지붕은 곧 우리 시대 불안의 지도다.

셋째, 사회의 층. 지붕은 은유이기 이전에 부동산이고 주거다. 175미터 골목으로 자재를 나르던 부부의 실제 여름이 이 시리즈의 물질적 토대다. 그래서 이 그림들은 관념적이지 않다. 무겁고, 구체적이고, 만져진다.

세 겹을 겹쳐야 비로소 개별 작품이 열린다. 예컨대 푸른 기운이 감도는 말 그림. “말은 고민을 많이 담은 모습이라, 차가운 느낌의 블루톤을 써봤어요.” 자유를 상징하는 동물에게 가장 차가운 색을 입힌 이 선택은, 인류사에서 가장 많이 길들여진 동물이 말이었다는 사실과 정확히 맞물린다. 달린다고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네 번째 문 · 번역그림을 내 문장으로 옮기기

마지막 단계는 감상을 문장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상민 이사장이 KASC에서 그림 감상문 캠페인을 밀어붙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전시에는, 작가 자신이 먼저 번역을 끝내놓은 그림이 한 점 있다.

돼지 두 마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작품이다. 작가는 평소 작품 한 점씩 설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이날 한 번 깼다.

이건 제가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돼지 두 마리가 바라보는 게 저희 부모님이거든요. 지금 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같은 지붕 아래에서 두 분을 어떻게 구분할까 하다가, 계신 분은 현재의 모습으로, 안 계신 분은 과거의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같은 지붕 아래, 시제가 다른 두 존재. 이 한 점 앞에서 관객이 할 일은 분석이 아니다. 자기 집의 지붕 아래에서 이미 시제가 달라져버린 얼굴을 떠올리는 것, 그것이 번역이다.

전시장에는 준비한 작품이 모두 걸려 있지 않다. 딱 한 자리가 비어 있다.

여기 없는 건 모두가 등장하는 100호입니다. 사실 그 작품을 가장 먼저, 가장 훌륭하게 끝내서 이사장님께 제일 먼저 보내드리고 싶었어요. 책 표지에 그 그림이 나왔으면 했거든요. 그런데 이 아이들에게 너무 꽂혀서 끝내 손을 못 댔습니다.”

미완의 100호짜리 작품. 표지가 되지 못한 그림. 작가가 공개된 자리에서 스스로 밝힌 이 결핍은, 역설적으로 이 전시에서 가장 정직한 작품이 됐다. 완성하지 못한 채로 남겨두는 일그것 역시 지붕을 이고 사는 사람의 일상이다. 용은 전설이 되지 않아도 되고, 100호 작품은 다음 전시에 걸려도 된다.

덧붙이자면, 그리기 위해 작가가 찾은 모델은 멀리 있지 않았다. “최대한 제 주변에 있는 아이들을 찾아서 보고 그렸어요. 얘는 제가 키우는 진돗개 마루예요.” 용처럼 만날 수 없는 존재만 상상으로 채웠다. 통섭적 감상이 결국 도달하는 자리도 똑같다. 멀리 있는 미술사가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삶.


97e4dbcc0c79628bded359e3215ce105_1788737635_0124.jpg

인사말을 전하는 이진상 작가


 

감상문을 쓰던 사람이, 처음으로 동화를 썼다

이날 자리가 특별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전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가 하나로 묶였다는 점이다. 이상민 이사장은 마이크를 잡으며 이렇게 인사했다.

덩달아 작가가 된 이상민입니다. 오늘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이 아니라 동화 작가로 인사드리게 됐네요.”

그는 오랫동안 그림 감상문을 써온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상문이 아니라 동화를 썼다.

이진상 작가의 작품에는 다른 그림들과 달리 이야기가 참 많이 들어 있어요. 그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 작품을 동화로 쓰면 정말 잘 전달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제가 글 작가 할게요하고 시작했어요.”

쓰는 동안 12지신을 다시 공부했다고 했다. “그들이 가진 성격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일까를 계속 고민하면서 썼습니다.”

제목도 그의 것이다. 전시 제목과 책 제목이 같은 이유가 여기 있다.

처음엔 그냥지붕을 이고 있는 동물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작품을 보다가 갑자기 제 자신이 투영되더라고요. 나도 지붕을 이고 있구나. 직장이라는, 가족이라는, 일이라는 지붕을 누구나 다 이고 있겠구나. 그래서지붕 아래, 우리가 전시 제목도 되고 책 제목도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은 세 겹으로 짜였다. 열두 편의 우화가 먼저 오고, 각 장 끝에 한 문장의 잠언이 놓이고, 그 아래 짧은 인문 메모가 따라붙는다. 이야기로 읽고, 문장으로 새기고, 지식으로 정리하는 구조다. 우화 사이사이에는 작가의 강아지 연작이 감초 조연으로 끼어든다. 그들은 현명하지 않다. 틀린 조언을 하고, 도넛을 먹고, 여행 가방에서 불쑥 튀어나온다. 무거운 열두 개의 지붕을 순간순간 가볍게 만드는 것이 그 엉뚱함이다.

책 후반부에는 이 프로젝트의 야심이 숨어 있다. 열두 동물이 숲속에 모여 그림 감상문 대회를 여는 것이다.

제가 꿈꾸는 게 한국작가후원연대의 그림 감상문 캠페인이거든요. 이미 한 번 했고, 대학에서 또 한 번, 연말에 또, 내년에 또 할 겁니다. 열두 동물이 감상문 대회를 어떻게 펼치는지 보시면 아주 흥미진진하실 거예요.”

책 속의 동물들이 그림 앞에서 각자의 문장을 쓰고, 책 밖의 독자들이 같은 일을 하도록 부추기는 구조. 미술 감상 교육을 오래 해온 기획자다운 설계다.


97e4dbcc0c79628bded359e3215ce105_1788737657_7667.jpg

이진상 개인전 《지붕 아래, 우리》 오프닝 겸 출판기념회 - 갤러리0도씨, AR갤러리


다섯 번째 지붕 — KASC 출판후원 프로젝트

이 책은 한국작가후원연대의 출판후원 프로젝트 다섯 번째 결과물이다. KASC는 만 2년 된 비영리 단체다. 시작은 소박했다. 몇몇 컬렉터가 작가의 전시를 다녀와 감상문을 쓰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 전부였다.

그것이 임의단체로 등록됐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사단법인으로 발족할 겁니다. 불과 2~3년 만에 단체가 굉장히 많이 성장했어요. 그동안은 전시 지원을 했는데, 어느 순간저 작가님은 책이 하나 있으면 작품이 더 돋보이겠다싶어서 전시할 때 책을 선물해드리는 프로젝트를 마련한 겁니다.”

어떤 작가에게는 작품과 에세이를, 어떤 작가에게는 작품과 몇 줄의 글을 붙였다. 이번에는 작품과 동화였다. 올해 여섯 번째로 이 시즌은 마감된다.

작가님들도 좋아하시지만, 오히려 작가님 팬들이 더 좋아하세요. 그리고 부담 없이 사 가십니다. 이건 단순한 작품집이나 도록이 아니라, 우리가 머리에 이고 있는 짐과 지붕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이니까요.”

실제로 이날 현장은 사인회 줄로 한동안 정체됐다. 열다섯 권, 열여덟 권씩 차에 실어 가는 이가 있었고, 광주로 내려가는 손님을 위해 단체 사진 순서가 앞당겨졌다. 한정판 200부는 일련번호와 두 저자의 공동 사인이 들어간다.


97e4dbcc0c79628bded359e3215ce105_1788737683_2971.jpg

갤러리0도씨 김영도 대표의 인사말


지붕은 무거운 것이 아니었다

이 전시가 관객에게 건네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집값도, 회사도, 돌봐야 할 사람도 전시장을 나서면 그대로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그림들 앞을 지나온 사람은 조금 가벼워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여기서는 누구도 지붕을 내려놓으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다만 옆에 와서 묻는다. 요즘 잘 자? 지붕 무거워? 호랑이가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 장면이, 이 전시 전체의 온도다. 말로 꺼낸 무게는 혼자 안고 있던 무게보다 언제나 가볍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작가는 아직 그리지 않은 그림 한 점을 이야기한다. 열두 동물이 열두 개의 지붕을 동시에 내려놓고, 그 지붕들이 광장에 쌓여 서로 기대며 하나의 집이 되는 장면이다.

우리는 저마다 지붕을 이고 산다. 그런데 가끔, 그 지붕들이 모이면 마을이 된다. 그리고 마을이 되면, 그 안에서 쉴 수 있다. 지붕은 무거운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내어줄 수 있는 것이었다.” — 『지붕 아래, 우리』 에필로그 중

9 5일 저녁, 갤러리0도씨에는 실제로 그런 마을이 잠깐 세워졌다. 현수막을 가지러 택시를 탄 대표, 아내의 첫 서울 전시에오늘이 더 떨린다던 남편, “남편 작품보다 훨씬 좋다며 웃던 조각가, 감상문을 쓰다가 동화 작가가 되어버린 이사장, 그리고 책 열다섯 권을 차에 싣고 가려던 사람들. 그날 그 공간에 있던 모두가 지붕을 하나씩 이고 있었고, 잠시 그것을 나란히 내려놓았다.

책임감을 안고 사는 일이 미덕이 아니라 기본값이 되어버린 시대다. 이진상의 열두 동물은 그 시대의 초상이면서, 동시에 가장 다정한 안부다. 서울에서 처음 여는 개인전이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는 것이 작가의 다음 지붕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전시 · 도서 정보

전시

이진상 개인전 《지붕 아래, 우리》

기간

2026 9 5() ~ 922()

장소

갤러리0도씨, AR갤러리

출판기념회

2026 9 5() · 개인전 오프닝 연계 진행 (저자 인사 · 현장 사인회)

도서

『지붕 아래, 우리』어른들을 위한 그림동화

저자

그림 이진상 · /기획 이상민

사양

신국판 변형(150×200mm) / 204 / 22,000

ISBN

979-11-999521-6-4

펴낸곳

도서출판 더썬 · 제작지원 한국작가후원연대(KASC)

한정판

일련번호 넘버링 + 두 저자 공동 사인 200 (KASC 사전예약)

 


  이상민

미술인문학자, 커뮤니케이션 연구자. 한국작가후원연대(KASC) 이사장, 이노바랩() 대표. 연세대학교 수학, 중앙대학교 대학원 언론학 전공. 《통섭미술관기행》, 《아티스트 코드 80, 《컬렉터스 코드 80, 《취향과 안목 왜 AI를 이기는가》 등 통섭미술 및 경제경영 시리즈 저술. 한국구상조각회, 양평아트로드포럼 기획이사.

 
0 Comments
아트인코리아 그림감상문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