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무겁지?" 그 한마디에 호랑이가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이진상 서울 첫 개인전 《지붕 아래, 우리》 || 피드 Feed | 아트인코리아 ArtIn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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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무겁지?" 그 한마디에 호랑이가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이진상 서울 첫 개인전 《지붕 아래, …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09.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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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무겁지?" 그 한마디에 호랑이가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이진상 서울 첫 개인전 《지붕 아래, 우리》 머리 위에 집을 인 열두 마리의 동물이 서울에 왔다. 이진상 작가의 첫 서울 개인전이다. 9월 5일 갤러리0도씨 오프닝은 개인전이자 출판기념회였고, 동시에 "요즘 잘 자느냐"고 서로에게 묻는 작은 마을이었다. 축사를 맡은 한국구상조각회 전 회장이자 조각가인 정국택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웃으며 말했다. "남편 작품보다 훨씬 좋습니다. 나중에 더 유명한 작가가 될 겁니다." 농담처럼 던져진 이 한마디에 이날의 서사가 압축돼 있다. 오랫동안 누군가의 아내로 먼저 불렸던 이름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자기 이름 석 자만 걸고 관객 앞에 선 것이다. 남편이자 동료 작가인 위재환 조각가도 솔직했다. "저도 전시하면 사람이 많이 오는데, 그때보다 오늘이 더 떨리네요. 제가 아내에게 도움을 준 건 딱 하나예요. 집에 대한 부담감." 웃음이 터졌지만, 이 문장이야말로 전시의 열쇠였다. 이 시리즈의 출발은 사적이었다. 반려동물과의 다정한 일대일 세계를 그려온 작가는 18년의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주택으로 옮기는 대공사를 겪었다. "그때 저도 모르게 집에 대한 무거운 마음이 있었어요. 그게 은연중에 지붕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 고민이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면 현대인의 시선으로 이 지붕을 한번 얹어보자 했지요." 열두 동물이 주인공이 아니라, 모든 현대인이 12지신 안에 들어 있다는 발상이다. 이상민 KASC 이사장의 통섭미술 감상법을 따라 걸으면 열두 개의 지붕은 훨씬 또렷해진다. 첫째, 멈춤. AR갤러리 안쪽의 옛 강아지 연작이 채도 높은 그린으로 웃고 있다면 신작은 일제히 톤이 내려앉아 있다. 그 낙차 앞에 그냥 서 있는 일이 감상의 시작이다. 둘째, 코드 읽기. 초기작 토끼와 호랑이는 펜선 패턴이 촘촘하지만 뒤로 갈수록 여백이 생긴다. "욕심이 과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비웠어요." 무엇을 그렸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그만두었는지를 보는 것. 채움에서 덜어냄으로, 비움의 결단은 그대로 전시의 주제와 겹친다. 셋째, 통섭. 12지신이라는 전통의 층 위에 비교불안·번아웃·완벽주의·군중 속 고독 같은 심리의 층이 겹치고, 그 아래 주거라는 사회의 층이 받친다. 자유의 동물인 말에 가장 차가운 블루톤을 입힌 선택이 그래서 아프다. 달린다고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넷째, 번역. 돼지 두 마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그림 앞에서 작가는 원칙을 깼다. "저희 부모님이에요. 지금 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같은 지붕 아래, 계신 분은 현재의 모습으로 안 계신 분은 과거의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분석이 아니라 자기 집 지붕 아래 이미 시제가 달라진 얼굴을 떠올리는 일, 그것이 감상이다. 전시장에는 딱 한 자리가 비어 있다. 책 표지로 쓰고 싶었으나 끝내 손대지 못한 100호짜리 작품이다. 완성하지 못한 채 남겨두는 일 역시 지붕을 이고 사는 사람의 일상이다. 같은 날 태어난 책 『지붕 아래, 우리』는 감상문을 써온 이상민 이사장이 처음으로 쓴 동화다. 제목도 그가 지었다. "작품을 보다가 갑자기 제 자신이 투영되더군요. 직장이라는, 가족이라는 지붕을 누구나 이고 있겠구나." 열두 편의 우화와 한 문장의 잠언, 짧은 인문 메모가 세 겹으로 짜였고, 강아지 연작이 감초 조연으로 끼어들어 무거운 지붕을 순간순간 가볍게 한다. 한국작가후원연대(KASC) 출판후원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결과물이다. 이 전시는 해결책을 주지 않는다. 다만 아무도 지붕을 내려놓으라 다그치지 않고, 옆에 와서 묻는다. 요즘 잘 자? 지붕 무거워? 말로 꺼낸 무게는 혼자 안고 있던 무게보다 언제나 가볍다. 책임감을 안고 사는 일이 미덕이 아니라 기본값이 된 시대에, 이진상의 열두 동물은 그 시대의 초상이면서 가장 다정한 안부다. 전시 《지붕 아래, 우리》 | 9월 5일~22일 | 갤러리0도씨, AR갤러리 도서 『지붕 아래, 우리』 | 그림 이진상·글 이상민 | 204쪽 | 22,000원 | 도서출판 더썬 ※ 심층리뷰 원문은 아트인코리아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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