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후원연대(KASC) 창립 2주년 특집 컬럼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07.26 16:48
한국작가후원연대(KASC) 창립 2주년
특집 컬럼
「화이트월 이후의 갤러리」
이상민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컬럼 요약문>
※ 컬럼 전문은 아트인코리아 www.artinkorea.kr 를 참조하세요.
컬렉터가 작가를 후원하려면, 먼저 갤러리가 건강해야 합니다. 컬렉터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작품 앞에 오래 머물며 취향이 자라나는 자리, 그 자리가 갤러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자리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첫째, 갤러리의 유통 독점이 끝났습니다. 작가에게는 이제 지자체 문화재단, 백화점, 기업 미술관, 팝업, SNS 직거래 등 여러 대안이 있습니다. 둘째, 더 근본적인 문제는 AI입니다. 인간 인지 정보의 93%를 차지하는 시각과 청각은 이미 디지털이 완벽히 복제합니다. 사람들은 이제 전시장에서 '의견을 나누는' 대신 '올릴 사진을 찍습니다.' 화이트큐브라는 형식 자체가, 스스로 스마트폰 화면과 같은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남은 것은 디지털이 못 베끼는 7%, 후각·미각·촉각입니다. 메를로퐁티가 말한 '총체적 신체 경험'을 되찾는 공간연출과 미식이 갤러리의 새 무기입니다.
『취향과 안목, 왜 AI를 이기는가(이상민 지음)』에서 다룬 청담동 몽고트(MONGOAT)가 좋은 예입니다. 회화·공간디자인·골동품 감정을 모두 거친 장은미 대표는 작업의 개념을 '공간의 언어'로 번역합니다. 유럽 골목을 닮은 좁고 아늑한 매장, 회화 옆에 놓인 오브제와 꽃, 그리고 성수연방에서 열었던 팝업 <작가의 집>. 성수연방은 입점 매장들이 중세 길드처럼 상생하는 연합체입니다. 작은 갤러리의 활로는 더 넓은 흰 벽이 아니라, 이미 밀도 있는 장소 안으로 들어가는 데 있습니다.
해외는 이를 더 밀고 나갑니다. 영국 서머셋의 하우저 앤 워스는 폐농장을 갤러리·레스토랑·정원이 하나인 부지로 되살렸습니다. 로스 바는 그 자체로 작품이자 실제 운영되는 바이고, 레스토랑의 고기는 같은 농장에서 자란 것입니다. 본 풍경과 먹은 음식이 같은 땅에서 나오는 경험, 이건 화면이 절대 못 줍니다. 밀라노 폰다치오네 프라다의 바 루체는 웨스 앤더슨이 설계했는데, 그는 "이상적인 앵글이 없는, 실제 삶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촬영이 아니라 머무름을 위한 공간이라는 선언입니다.
취향은 정보가 아니라 체류 시간 속에서 자랍니다. 미식과 공간연출은 사치가 아니라, 체류 시간을 늘리는 가장 효율적인 장치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제언합니다. 개별 갤러리의 각자도생을 넘어, 공유 수장고와 컬처럴 파트너십으로 자원을 나누고, 중립을 버리고 담론을 가진 플랫폼이 되며, 관객을 지식 생산의 협력자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KASC는 그 사이에서 감상 교육과 연합의 촉매, 언어의 기록이라는 역할을 맡겠습니다.
작가를 후원하는 일은 결국, 취향이 자라는 자리를 늘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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