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에서 빛으로, 그 첫 페이지가 서울에서 열렸다 - 화이트스톤 , 권순익 개인전 〈산에 비친 산, 물에 비친 물〉 개막 || 갤러리 | 아트인코리아 ArtIn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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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에서 빛으로, 그 첫 페이지가 서울에서 열렸다 - 화이트스톤 , 권순익 개인전 〈산에 비친 산, 물에 비친 물〉 개막    네이버 구글

8월 29일 토요일 오후 세 시, 서울 용산구 소월로 화이트스톤 갤러리. 화가 권순익(b.1959)의 개인전 〈산에 비친 산, 물에 비친 물〉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그의 첫 그림에세이 『틈에서 빛으로 From the Interstice, Into the Light』가 한국 독자 앞에 처음으로 놓였다. 흰 벽에 걸린 흑연의 광점들과, 붉은 표지의 책 한 권. 이날 갤러리 안에는 그 둘이 나란히 있었다.
이상민   승인 2026.08.30 11:42  |  최종 수정 2026.08.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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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만의 서울, 그리고 두 개의 개막

화이트스톤 갤러리가 서울에 문을 연 것은 2023년이다. 권순익의 첫 서울 개인전은 이듬해인 2024 7월에 열렸고, 그로부터 2년 만에 다시 같은 공간에서 두 번째 개인전이 시작됐다. 행사 진행을 맡은 이예리 큐레이터는 지난 전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뒤 이번 전시가 성사되기까지의 경과를 짧게 소개하며, 작가에게 전시 제목의 뜻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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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이예리 큐레이터, 이상민 이사장, 권순익 작가, 시라이시 유키오(白石幸生) 화이트스톤 갤러리 회장


  자신을 비출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권순익의 인사말은 짧았다. 평소 그의 화법 그대로였다. 산에 비친 산, 물에 비친 물이라는 제목이 무엇을 가리키느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산에 비친 산이라는 것은 결국 내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에 비친 물도 마찬가지고요. 자신을 비출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순익 작가

설명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러나 전시장을 한 바퀴 돌아본 사람이라면 그 한 문장이 벽에 걸린 작업들과 정확히 겹친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모래를 섞은 안료를 층층이 쌓고, 층과 층 사이에 생긴 틈에 흑연을 문질러 빛을 만드는 그의 積·(·) 방법론은 바깥의 풍경을 옮겨오는 일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반복해서 되비추는 일에 가깝다. 산이 산을 비추듯,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서서 자신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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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9일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권순익 개인전 〈산에 비친 산, 물에 비친 물〉 오프닝 리셉션 현장.


  막걸리 한 잔에 한 문장씩” — 책이 만들어진 자리

이어 이 책의 기획을 맡은 이상민 한국작가후원연대(KASC) 이사장이 축사를 위해 앞에 섰다. 그는 자신을컬렉터이자 작가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팬으로 소개하며 이 책이 시작된 지점을 밝혔다.

전시장에 가보면 작품은 너무 좋은데, 사람들이 작가를 잘 모를 때는 그 작품에 먼저 다가갈 수가 없습니다. 이런 책 한 권이 있으면 도록보다도 훨씬 더 작가님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민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평소 말수가 적은 작가가 막걸리 한 잔을 앞에 두면 이야기가 술술 나오더라는 것이다. 한 잔 하시고 글을 적고, 또 한 잔 하시고 글을 적고. 그렇게 모인 말들이 100개의 문장이 되었고, 100점의 그림과 한 쌍씩 마주 놓였다. 책은 한국어와 영어를 나란히 싣고 중국어 번역을 더해, 한국을 넘어 세계의 독자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이사장은 책이 상하이 춘미술관의 개인전에 맞춰 먼저 완성됐지만 국내 공개를 미뤄왔다고 밝히며, 이날이 한국에서의 첫 선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는 8 31일 월요일부터 교보문고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그는 김윤신, 시라이시 코에이, 야만 샤오, 펠릭스 궉 등 국내외에서 글을 보내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축사를 이렇게 맺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선생님이십니다. 제 말보다는, 이 책으로 인해 작가님이 더 알려지시고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으셨으면 합니다. 대만과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작가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상민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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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상민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권순익 작가,  시라이시 유키오 화이트스톤 갤러리 회장, 그리고 그림에세이를 출판진행한 이명선 대표(도서출판 더썬)

  김환기 다음으로 좋아하는 작가” — 화이트스톤 회장의 약속

마지막 축사는 시라이시 유키오(白石幸生) 화이트스톤 갤러리 회장이 맡았다. 그는 평소 한국에 상주하지 않지만,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권순익의 개인전을 축하하기 위해 일본에서 건너왔다. 다음 날 곧바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그는 『틈에서 빛으로』에 추천의 글을 보낸 시라이시 코에이 대표이사의 부친이기도 하다.

그는 1967년 도쿄 긴자에서 시작한 갤러리가 지금은 도쿄와 타이베이, 홍콩, 베이징, 싱가포르, 서울로 이어져 있다고 소개한 뒤, 권순익을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받아들여 함께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로 김환기를 꼽으면서,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권순익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이야기는 구체적이었다. 올해 안에 베이징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에 갤러리를 하나 더 열 계획이며, 그곳에서도 권순익의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전시를 언급하며 인도와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로 이어지는 계획도 밝혔다. 이른바 브릭스(BRICS) 경제권을 향한 행보다. 그가 남긴 한 문장이 이날 축사의 핵심이었다.

정치와 경제가 멈추더라도, 예술은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시라이시 유키오 화이트스톤 갤러리 회장

축사 뒤에는 이틀 전 2층과 3층에 문을 연 주얼리 부문 소식과, 오는 11월 뉴욕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라는 계획도 짧게 전해졌다. 갤러리와 주얼리를 함께 아우르는 확장 구상이다. 그러나 이날 좌중이 가장 오래 기억한 것은 사업 계획이 아니라, 한 노년의 화상이 한국의 예순일곱 살 화가를 두고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고 말한 대목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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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익 작가, 시라이시 유키오 화이트스톤 갤러리 회장(왼쪽부터)이 『틈에서 빛으로』를 들고 기념 촬영했다.

  줄을 선 사람들사인회 현장

공식 순서가 끝나자 갤러리 한쪽 사인 테이블 앞으로 줄이 만들어졌다. 사전 예약으로 책을 구입한 이들이 QR을 보여주며 이름을 확인했고, 현장에서 책을 집어 든 이들이 그 뒤에 섰다. 작가는 줄이 줄어드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묻고, 표지를 넘겨 속지에 이름을 먼저 적은 뒤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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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에 독자의 이름을 먼저 적는 권순익 작가(왼쪽), 사인을 마친 책을 건네는 순간.


책을 받아 든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그 자리에서 선 채로 몇 장을 넘겨보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맞은편 벽의 그림을 보았다. 페이지 위의 그림과 벽에 걸린 실물 사이를 눈이 오갔다. 한 페이지에 한 문장, 마주보는 페이지에 한 점의 그림. 이 단순한 형식이 노린 것이 정확히 그 왕복이었다.

책의 판매 수익과 무관하게, 이날 현장에서 확인된 것은 하나였다. 그림 앞에서 말을 잃었던 사람들이, 책을 통해 비로소 그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작품과 관객 사이에 놓인 언어의 부재를 메우는 일. 한국작가후원연대가 이 책을 기획하며 세웠던 목표가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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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익 작가 그림에세이 『틈에서 빛으로』


  전시는 10 11일까지

개인전 〈산에 비친 산, 물에 비친 물〉은 10 11일까지 이어진다. 그림에세이 『틈에서 빛으로』는 8 31일 월요일부터 교보문고를 비롯한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으며, 전시 기간 중 갤러리 현장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전시

권순익 개인전 〈산에 비친 산, 물에 비친 물〉

기간

2026. 8. 29.() – 10. 11.()  ·  11:00–19:00 (월요일 휴관)

장소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 (서울 용산구 소월로 70)  ·  02-318-1012

도서

권순익 그림에세이 『틈에서 빛으로 From the Interstice, Into the Light

발행

도서출판 더선(THESUN)  ·  246  ·  28,000  ·  기획 이상민

판매

2026. 8. 31.()부터 교보문고 등 온·오프라인 서점 / 전시장 현장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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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익 개인전 〈산에 비친 산, 물에 비친 물〉 포스터. 오프닝 리셉션과 출간기념 사인회는 8 29일 오후 3시부터 열렸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창밖으로 늦여름의 볕이 누그러져 있었다. 흑연이 빛나는 것은 반복적인 노동 끝에 일어나는 물리 현상이다. 빛은 어둠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태어난다. 틈이 있어야 빛이 든다. 이날 화이트스톤 갤러리의 흰 벽 앞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손에 붉은 책 한 권씩을 들고 그 사실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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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익 작가 개인전 오프닝에 참석한 축하객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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