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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후기] 추니박 개인전 — 세종뮤지엄갤러리 광진구 전시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09.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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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후기] 추니박 개인전 — 세종뮤지엄갤러리 광진구 전시 작가 : 추니박 @chuni_park 전시명 : 산수풍경의 기록 일정 : 2026. 9. 4(금) ~ 9. 13(일), 09:30~17:00 장소 : 세종뮤지엄갤러리 1관 @sejong_museum_gallery 세종대학교 세종뮤지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추니박 작가의 개인전 《산수풍경의 기록》에 다녀왔습니다. 2001년 동풍전 이후 25년간 이어온 산수풍경 작업을 한자리에 모은 회고적 성격의 전시로, 작가 스스로 쓴 서문과 함께 구성되어 한 화가가 하나의 화두를 붙들고 걸어온 시간을 그대로 따라가 볼 수 있었습니다. 초기작에서는 소유하지 않는 그림을 실험했었습니다. 칠판에 분필로 산수를 그리고 관람객이 다시 지우는 〈무소유-칠판산수〉, 얇은 한지에 흐린 먹으로 그린 풍경을 공중에 매달아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흔들리게 만든 작업이 그것입니다. 작가는 이를 기억이 사소한 것들로부터 흐려지고 사라지는 감각에 대한 오마주라 말합니다. 이후 추니박 작가는 여행과 사생을 통해 자신만의 필법을 구축해 갑니다. 라면 가락을 겹쳐 산맥을 표현한 〈라면산수〉, 압정과 철선의 질감을 살린 필법, 여행지에서 주운 돌에 그 풍경을 담아낸 〈채집된 산수〉까지, 10년에 걸쳐 쌓은 100여 권의 화첩과 스케치북이 이 모든 실험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미국 서부를 여행하며 그린 작업들에는 자연의 시간이 그대로 새겨져 있습니다. 2018년 산불로 그을린 요세미티 엘캐피탄 앞 나무들을 그린 그림은, 화재로 형태가 완전히 바뀌어버린 풍경을 두고 작가가 "예술가는 만들 수 없는, 자연이 만든 모뉴먼트"라 부른 장면입니다. 오리건의 레드우드를 그린 작업도 흥미롭습니다. 레드우드는 뿌리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물의 높이를 넘어서면, 잎으로 바다 안개를 직접 흡수해 아래로 내려보내는 방식으로 수분을 얻는다고 합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스스로 존재를 유지하는 나무의 생리가, 오래 머물며 관찰한 뒤에야 그려낼 수 있었던 작가의 작업 방식과 겹쳐 보입니다. 전시에는 최치원의 발자취를 따라 하동, 가야산, 경주를 문인·시인들과 함께 여행하고 돌아와 완성한 대형 산수도 걸려 있습니다. 북종산수와 남종산수, 대관산수의 화법을 빌려와 신라 시대 인물의 흔적과 자신의 생각을 층층이 쌓아 올린 작업으로, 한동안 창고에 있다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세상에 나왔다고 합니다. 통일신라 말의 학자가 남긴 발자취가 21세기의 붓끝에서 다시 살아나는 셈입니다. 작가는 동양 산수화의 시점을 "걸으면서 관찰하는 것"이라 설명합니다. 한 지점에 서서 멀어질수록 작아지는 서양식 원근법과 달리, 동양화는 걷는 사람의 시선을 따라 여러 장소의 풍경이 나란히 이어 붙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여러 시점의 사진을 이어 붙인 조이너 작업에서 이런 동양적 시선의 영향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추니박 작가의 대작 앞을 걷다 보면 실제로 그 풍경 속을 걷는 듯한 감각을 받게 됩니다. 2016년부터 3년간 그린 〈치유의 숲〉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숲을 오래 관찰하며 완성한 연작이고, 여기서 뻗어나간 〈사유의 숲〉은 그 숲에서 한 발 벗어나 자신의 생각으로 돌아가는 장소로 그려집니다. 실재하는 숲에서 마음속 풍경으로 옮겨가는 이 흐름은, 클로드 드뷔시가 눈앞의 바다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오랜 인상을 음으로 재구성해 〈바다〉를 완성했던 방식과도 닮아 있습니다. 대상을 오래 바라본 뒤에야 비로소 자신만의 언어로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요. 이번 전시는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법을 넘어 자신만의 산수풍경을 완성하는 일에 몰두해 온 추니박 작가의 여정을 한자리에서 되짚어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스케치북을 손에서 놓지 않고 묵묵히 이어온 그 시간의 결과물 앞에서, 관람객 각자도 자신만의 걸음으로 이 풍경을 통과하게 됩니다. 글: 손만승 @art.connecter #광진구전시 #추니박작가 #세종뮤지엄갤러리 #산수화 #korean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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