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에 새로운 '통로'가 열리다 - 갤러리발트 청담 개관전 ⟪PASSAGE⟫ 오프닝 현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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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에 새로운 '통로'가 열리다 - 갤러리발트 청담 개관전 ⟪PASSAGE⟫ 오프닝 현장 스케치    네이버 구글

지난 7월 3일 금요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골목에 새로운 예술 공간이 문을 열었다. 갤러리발트(Gallery Wald) 청담이 개관전 ⟪PASSAGE⟫로 첫 인사를 건넨 것이다. 전시는 8월 1일까지 이어진다.
이상민   승인 2026.07.04 08:26  |  최종 수정 2026.07.04 11:05

숲에서 시작된 갤러리, 청담으로 가지를 뻗다

갤러리발트(대표 오영주)는 이번이 첫걸음이 아니다. 2022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롯데몰 수지점 5층에 문을 연 갤러리발트는 그동안 신진·중견작가를 지원하는 기획전 중심의 운영으로 수도권 미술계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키워온 공간이다. 독일어로 ''을 뜻하는 갤러리 이름에는 예술가들이 쉬고 성장하는 터전이 되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갤러리를 이끌어온 오영주 관장은 로사 오(Rosa Oh)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화가이기도 하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덴마크 유학을 거쳐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열어온 그는 숲과 바다, 빨간 지붕과 집 등을 소재로 위로와 쉼을 그려왔다. 창작이 주었던 치유의 경험을 다른 작가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갤러리 설립의 계기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수지점 시절 갤러리발트의 운영 방식은 뚜렷한 색깔을 지녔다. 대관료를 받지 않는 초대전을 원칙으로 삼아 경력이 많지 않은 청년·신진작가에게 개인전과 2인전, 기획전의 기회를 열어주었고, 쇼핑몰이라는 입지를 살려 미술관이 낯선 일반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판매 수익금을 잠비아 어린이 교육 지원으로 연결한 '잠비아 생태마을 후원 특별기획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우크라이나어과 및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과 함께한 우크라이나 평화 포스터전 등 예술과 사회공헌·국제교류를 잇는 프로젝트도 여러 차례 선보이며 지역 미술계의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처럼 '지역 기반의 작가 육성형 갤러리'로 자리를 잡아온 갤러리발트가 이번에는 청담이라는 미술시장의 중심지에 새 거점을 마련했다. 수지에서 다져온 신진작가 발굴과 기획전 운영의 노하우가 청담의 컬렉터층, 국내외 화랑 네트워크와 만나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는 이번 개관전 ⟪PASSAGE⟫에서부터 가늠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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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발트 전경


거리에서 먼저 만나는 갤러리

청담동 101-13, 유리 커튼월 건물의 1. 흰 파사드 위에 'GALLERY WALD'라는 간판이 단정하게 자리 잡았고, 그 위로는 흰색 인체 조각이 걸터앉아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붙든다. 도로에 면한 두 개의 대형 쇼윈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전시장이다. 왼쪽 창에는 추니박(Chuni Park)<유채밭이 있는 제주성산포>의 아름다운 풍경이 걸려, 유채꽃의 강렬한 색채 대비가 회색빛 도심 골목에 환한 숨구멍을 낸다. 오른쪽 창 너머로는 화이트큐브 내부의 회화와 조각들이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전시는 시작되고 있었다.

'통로'라는 이름의 개관 선언

개관전의 제목 'PASSAGE'는 의미심장하다. 통로, 이행, 건너감. 새 공간이 작가와 관람자, 예술과 일상, 그리고 어제의 미술과 내일의 미술 사이를 잇는 통로가 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참여 작가는 모두 11. 추니박, 데이비드 염(David Youm), 제이류(J Ryu), 지오최(Jioh Choi), 김영곤, 김지숙, 김지영, 김현주, 문민, 하종욱, 한준호가 회화, 조각, 도자, 혼합매체를 아우르며 저마다의 '통로'를 펼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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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발트 전시장 내부 전경    


전시장 안은 흰 벽과 노출 천장의 담백한 화이트큐브다. 입구 쪽 기하학적 추상 회화에서 시작해, 한준호의 숲 연작과 하종욱의 시간의 흔적과 기억의 층위를 표현한 화면을 지나, 안쪽 벽면의 데이비드 염 연작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그 자체로 하나의 '패시지'를 이룬다. 회색 배경 위에 오렌지색 패딩을 입은 인물, 자전거를 끌고 가는 뒷모습, 파란 화면 속 힙색을 멘 사내. 염 작가의 인물들은 가족과 오래된 골목, 기억 속 풍경을 소환하며 과거의 불안과 위안을 동시에 어루만진다. 그 곁에는 문민의 알루미늄 인체 조각이 사각 프레임 안에 갇힌 동시대인의 고독을 곧추세우고 있고, 김현주의 'Neo-Flower' 연작과 김지영의 유기적 형상, 김지숙의 동화적 점토 조각이 희망과 생명의 서사로 화답한다. 제이류가 일상의 사물에 개입시킨 강렬한 색채, 지오최가 동양화의 미학 위에 회화·도자·영상·AI를 넘나들며 쌓아 올린 초현실적 화면, 김영곤의 절제된 목조각 회화까지구상과 추상, 전통과 동시대가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음악과 꽃, 그리고 사람들

오프닝 리셉션은 격조 있는 살롱의 풍경이었다. 검은 드레스의 바이올리니스트와 키보드 연주자의 이중주가 제이류의 색채 가득한 화면을 배경으로 울려 퍼졌고, 검은 테이블 위에는 보랏빛 튤립과 들꽃 어레인지먼트 사이로 정성스러운 케이터링이 차려졌다. 오영주 갤러리발트 대표는 데이비드 염의 작품 앞에 서서 개관 인사를 전하며 공간이 지향하는 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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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삿말을 전하는 오영주 갤러리발트 대표


전시장은 이내 작가와 컬렉터, 미술계 인사들로 가득 찼다.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대화를 나누는 이들, 잔을 들고 그림을 오래 바라보는 이들. 개관전 오프닝 특유의 설렘과 활기가 화이트큐브를 데웠다. 청담이라는, 이미 수많은 갤러리가 밀집한 동네에서 신생 공간이 던지는 첫 수는 화려한 스펙터클이 아니라 '좋은 작가들과 좋은 관계 속에서 함께 가겠다'는 담담한 다짐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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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의 시작에서

개관전은 한 갤러리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첫 문장이다. ⟪PASSAGE⟫가 보여준 문장은 명료하다. 세대와 매체를 아우르는 폭넓은 작가 스펙트럼, 거리를 향해 열린 쇼윈도의 개방성, 음악과 환대가 어우러진 살롱적 감수성. 여기에 수지에서부터 이어온 신진작가 지원과 사회공헌의 철학까지 더해진다면, 갤러리발트 청담이 앞으로 어떤 작가들을 발굴하고 어떤 컬렉터들과 만나며 이 '통로'를 넓혀갈지 그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PASSAGE⟫ 8 1()까지,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1오후 6시에 관람할 수 있다(··공휴일 휴관, 해외 전시 일정에 따라 운영 시간 변동 가능).

 

GALLERY WALD CHEONGDAM 개관전 ⟪PASSAGE⟫

기간  : 2026. 7. 3(금) – 8. 1(토)

참여 작가  : Chuni Park, David Youm, J Ryu, Jioh Choi, 김영곤, 김지숙, 김지영, 김현주, 문민, 하종욱, 한준호

장소  : 갤러리발트 청담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01-13)

관람시간  : 화–토 11:00–18:00 (일·월·공휴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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