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 5년, 축제인가 시험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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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서울 5년, 축제인가 시험대인가    네이버 구글

메가갤러리의 퇴장이 말하는 것, 그리고 한국 미술 시장이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들
이상민   승인 2026.06.12 09:19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2026, 9 2~5, COEX)이 지난 6 9일 참가 갤러리 명단을 공개했다. 30개국 125개 이상의 갤러리가 집결하는 이번 에디션은 수치상으로는 안정적이다. 이 중 70% 이상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50개 이상의 갤러리가 서울에 상설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명단을 한 줄 한 줄 읽는 시선에는 자꾸 걸리는 이름들이 있다. 올해 참가하지 않는 이름들이다가고시안(Gagosian), 페로탕(Perrotin), 마시모 데 카를로(Massimo De Carlo). 이 세 갤러리의 부재는 단순한 일정 충돌이나 부스 비용 문제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것은 현대 미술 시장이 서울에 내리는 조용한 판결문의 일부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9월을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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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ieze_Seoul_2025 (출처: 프리즈 홈페이지)     


프리즈 발표에 따르면 갤러리 섹션에는 Canada , Commonwealth and Council , Galerie Lelong , Gladstone , Hauser & Wirth , Tina Kim Gallery , Lehmann Maupin , Lisson , Mazzoleni , Mennour , Meyer Riegger Wolff , Pace Gallery , Sprüth Magers , Thaddaeus Ropac , Esther Schipper , White Cube , David Zwirner 등 세계 유수의 갤러리 90곳이 참여한다 데이비드 코단스키(David Kordansky), 멘데스 우드 DM(Mendes Wood DM), 악셀 퍼부르트 갤러리(Axel Vervoordt Gallery)은 이전 전시회에 이어 이번 전시회에도 다시 참가한다.

 

이번 아트 페어에는 서울, 도쿄, 상하이, 싱가포르, 타이베이, 홍콩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러 갤러리가 참여하며,  아시아 아트 센터 , 드로잉 룸 , 갤러리 베이컨시 , 량 갤러리 , STPI 등이 포함되어 아시아 태평양 예술계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보여준다.

 

이번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주요 한국 갤러리로는 아라리오 갤러리 , 갤러리 바톤 , 갤러리 현대 , 가나아트 , 학고재 갤러리 , 제이슨 함 , 조현 갤러리 , 국제 갤러리 , 리안 갤러리 , P21 , PKM 갤러리 등 이 있다 . 프리즈 서울 2026에는 아노말리 , 마호 쿠보타 , 난즈카 , 스카이 더 배스하우스 , 타카 이시이 갤러리 , 타케 니나가와 , 타로 나스 , 도쿄 갤러리 + BTAP , 토미오 코야마 등 강력한 일본 갤러리들이 다시 한번 참여한다 .

 

이번 아트페어에는 Gajah Gallery , Galerie Kandlhofer , Hafez Gallery , Maki Gallery , Parra & Romero , Theo , What If the World 등 유럽,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전역에서 온 새로운 참가 갤러리들도 참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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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 -  아티스트 콜렉티브 야광(Yagwang)     (출처: 프리즈 홈페이지)


1. 44개의 빈자리가 말하는 것


프리즈 서울 2025에서 40개 이상의 갤러리가 재참가를 포기했다. 블럼(Blum), 카르마(Karma), 노이거림슈나이더(Neugerriemschneider) 등이 이름을 지웠다. 2026 에디션 역시 기존 참가 갤러리 중 44개가 불참을 선택했다. 반면 신규 및 복귀 갤러리 48개가 그 자리를 메웠다. 숫자로만 보면 '대체'가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이 교체의 질감은 다르다. 이탈한 갤러리들이 단순히 '더 좋은 기회'를 찾아 이동한 것인지, 아니면 서울에서의 수익성에 의문을 품고 물러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아트넷(Artnet News)의 분석에 따르면, 갤러리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페어 참가 우선순위를 직접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이 선택받는 시장이 아니라, 선택하는 시장의 눈길을 받아야 하는 처지임을 시사한다.

프리즈 서울은 초기 흥행 검증의 단계를 지나 수익성·컬렉터 품질·부스 전략으로 선별되는 단계에 진입했다. 이제는 화려한 개막이 아니라, 조용한 재참가 결정이 시장의 신뢰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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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gwang_Frieze_LIVE_0      (출처: 프리즈 홈페이지)  



2. 페로탕의 이탈, 조용한 충격


세 갤러리 중 가장 상징적인 부재는 페로탕이다. 파리에서 출발해 뉴욕, 홍콩, 도쿄를 거쳐 서울에 자체 갤러리 공간을 운영 중인 페로탕은 서울 컬렉터들에게 가장 친숙한 '국제 갤러리'였다. 서울 서교동의 페로탕 서울 공간은 현재도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페어 부스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마시모 데 카를로는 한때 압구정 로데오에 서울 지점을 열었다가 철수한 이력이 있다. 이 갤러리의 서울 재진입과 이탈의 역사는 한국 시장의 변동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가고시안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과 손잡고 팝업 전시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서울에서의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 이들은 서울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페어 부스라는 '공식 채널'을 포기한 것이다.

이 미묘한 차이를 읽어야 한다. 부스 없이도 서울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면, 부스 참가 비용 대비 수익성이 그만큼 낮다는 결론이 된다. 갤러리의 재무적 판단은 언제나 시장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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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ieze Seoul 2025. (사진=WeCap Studio, 프리즈.)


3. 아트바젤과의 방정식


흥미로운 사실은, 프리즈 서울 미참가 갤러리들을 아트바젤 홍콩 2026 불참 리스트와 비교했을 때 겹치는 이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Mai 36 Galerie가 유일한 교집합 사례에 가깝다. 이것은 두 가지 해석을 허용한다.

첫째, 프리즈 서울 미참가 갤러리들이 아트바젤 홍콩을 아시아 핵심 노출 창구로 재확인하고, 예산과 VIP 관리 역량을 그쪽으로 집중시켰을 가능성이다. 아시아 컬렉터 접점이라는 관점에서 홍콩과 서울은 여전히 위계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수 있다.

둘째, 글로벌 갤러리들이 '지리적 가지치기(geographic pruning)'에 나서고 있다는 시장 분석과 연결된다. 2026년 미술 시장 보고서들은 메가갤러리들이 물리적 편재 전략에서 전략적 고임팩트 활성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모든 페어에 부스를 내던 시대는 끝났다.

아트바젤과 프리즈 사이에서 서울의 위치는 '선택받는 목적지'인가, '취사선택 대상'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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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PI, 프리즈 서울 2025. 제공 프리즈. (사진 : 위캡 스튜디오)     


4. 새 얼굴들, 그리고 제도화의 확장


물론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데이비드 코단스키(David Kordansky), 멘데스 우드 DM(Mendes Wood DM), 악셀 퍼부르트 갤러리(Axel Vervoordt Gallery) 등 규모 있는 갤러리들이 복귀했다. 한국 기반 갤러리 11개가 새로 합류해 전체 참가 갤러리의 70%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재 갤러리로 구성됐다.

구조적으로도 이번 에디션은 성숙의 징후를 보인다. 'Material Practice(물질적 실천)' 'Spotlight' 두 개의 신규 큐레이션 섹션이 도입된다. 독립 큐레이터 조혜영이 기획하는 Material Practice는 공예와 디자인을 현대 미술의 수집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시도다. 서울·한국의 물질 전통을 국제 무대에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Spotlight 섹션은 서양 미술사가 조명하지 못한 20세기 작가들 - 세키네 노부오(Nobuo Sekine), 포포(Po Po), 곽훈(Hoon Kwak) 등의 솔로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한다.

Focus 섹션이 처음으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메리카의 신진 갤러리까지 포함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프리즈 서울이 '아시아 페어'라는 지역 한정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서울 아트위크와의 연계도 강화됐다. MMCA 서울의 서도호 전시, 리움미술관의 구정아, 그리고 무엇보다 센터 퐁피두 한화의 개관과 함께하는 《큐비스트: 현대 시각의 발명》전은 페어의 문화적 밀도를 높인다.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와의 일정 겹침도 한국을 글로벌 미술 지도 위에 복합적으로 위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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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삼청 나잇'이 열렸던 삼청동 일대. (출처 : 프리즈 누리집 갈무리)    



5. 다섯 번째 해가 던지는 진짜 질문

프리즈 서울 파트너십, 5년 연장 확정의 의미

지난해 12, 프리즈와 화랑협회 간의 5년 파트너십 연장이 공식 확정됐다. 이는 서울이 아시아 미술 시장의 단기 이벤트 공간이 아닌 중장기 허브로 인정받았다는 신호다. 그러나 현장의 시각은 더 냉정하다. 많은 관계자들은 이 연장을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로 읽는다.

프리즈 서울은 개막 이래 매년 70,000명 이상의 관람객을 유치했다. 48개국에서 방문객이 찾아왔고, 160개 이상의 주요 미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2025년에는 헤이스터 우리스 부스에서 마크 브래드포드의 트립티크가 450만 달러에 팔려 프리즈 서울 단일 작품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수치는 인상적이다.

그러나 Business of Fashion의 표현을 빌리면, '버즈만으로는 거래가 닫히지 않는다.' 2025 VIP 데이의 판매 속도는 느렸다는 것이 딜러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서울의 대중문화와 식문화 시장은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현대미술 시장은 여전히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인프라의 공백, 제도화의 숙제

한국 미술 시장이 진정한 국제적 허브가 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국제 정전(正典) 생산 능력, 한국 작가들을 국제 미술사의 맥락에 위치시키는 영문 비평과 아카이브의 부재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아트넷, 아트포럼, 프리즈 매거진에 한국 작가를 다루는 심층 비평이 쌓이지 않는 한, 2차 시장에서의 가격 형성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가격 데이터의 투명성 문제도 있다. 국내 갤러리와 경매사들의 거래 데이터가 아트프라이스(Artprice), 아트시(Artsy)와 같은 국제 플랫폼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세컨더리 유동성이 제한된다. 미술금융 인프라담보 대출, 분할 소유권, 아트펀드의 미성숙도 컬렉터 저변 확대를 막는 구조적 요인이다.

전문 인력의 문제도 있다. 국제 미술 시장에서 교섭하고 컬렉터를 관리하며 미술관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갤러리스트와 어드바이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도시 동선의 문제 - COEX를 중심으로 한 거래 공간이 이태원·삼청·성수의 갤러리 생태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 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프리즈 서울은 한국 미술 시장의 성적표가 아니라, 숙제 목록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행사 자체의 성공과 시장의 성숙도는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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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즈 서울 2025 현장. (사진 :프리즈 서울 사무국)


6. 서울이 '선택받는 도시'가 되기 위한 조건


프리즈 서울이 아트바젤 홍콩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행사 그 자체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홍콩이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도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소더비스·크리스티의 경매 인프라, 영문 비평의 생산, 금융 규제 환경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서울은 그 모든 것을 동시에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K-문화의 글로벌 파고는 분명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한국 작가들이 소더비스와 크리스티의 이브닝 세일에 꾸준히 등장하고, 1차 시장과 2차 시장 모두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신호를 구조로 바꾸는 것은 민간의 열의만으로 되지 않는다. 예술인 활동증명 제도의 강화, 공공 미술관의 국제 교류 역량 제고, 미술 전문 인력 양성 시스템, 작가 아카이브의 디지털화 - 이 모든 것이 맞물려야 한다.

페어 기간 서울 전역에서 펼쳐지는 미술주간(Seoul Art Week)의 라인업은 인상적이다. MMCA의 서도호, 리움의 구정아,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의 솔 르윗, 그리고 센터 퐁피두 한화의 개관까지. 이 도시가 가진 문화적 에너지는 진짜다. 그것을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의지가 남아있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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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즈서울위원회에 합류한 커먼웰스 앤 카운슬의 김기범(왼쪽)과 정영

맺음말: 다섯 번째 해, 새로운 출발점


2022년 첫 번째 프리즈 서울의 설렘을 기억한다. 가고시안, 페로탕, 데이비드 즈워너, 하우저 앤 워스가 COEX에 나란히 부스를 차리는 풍경은 그 자체로 선언적이었다. 서울이 아시아 현대미술의 새로운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현실처럼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다섯 번째 해는 다르다. 흥분이 가라앉은 자리에 더 냉정한 질문들이 들어섰다. 메가갤러리의 일부는 부스 없이도 서울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신규 갤러리들은 그 빈자리를 채우며 올라온다. 큐레이션은 더 정교해졌고, 제도적 연대는 5년 연장으로 공식화됐다. Material Practice, Spotlight, Focus의 확장은 프리즈 서울이 단순한 세일즈 이벤트가 아닌 담론 생산의 장으로 진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44개 갤러리의 빈자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시장이 이 도시에 던지는 청구서다. 영문 비평, 가격 투명성, 세컨더리 유동성, 미술금융, 전문 인력, 도시 생태계의 연결이 인프라의 공백들이 채워지지 않으면, 프리즈 서울은 '아시아에서 가장 활기찬 파티'로만 기억될 위험이 있다.

기대와 우려는 동전의 양면이다. 그러나 프리즈 서울이 진정한 허브가 될 수 있느냐의 답은 9월의 COEX가 아니라, 그 이후 364일 동안 이 도시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상민 / 한국작가후원연대(KASC) 이사장, 미술인문학 작가

저서: 《통섭미술관기행》 《아티스트 코드 80》 《컬렉터스 코드 80》 《취향과 안목 왜 AI를 이기는가》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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