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④】 페어 이후를 설계하라 - 미술감상교육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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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④】 페어 이후를 설계하라 - 미술감상교육의 필요성    네이버 구글

4일간의 잔치가 끝나고 트럭이 짐을 싣고 떠난 뒤, 부산에 무엇이 남는가. 관람객 몇 만 명, 판매 작품 몇 점 - 이 숫자들이 도시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 아트페어의 진짜 성패는 페어가 끝난 다음 날에 결정된다.
이상민   승인 2026.05.25 08:27  |  최종 수정 2026.05.25 08:29
[아트부산2026 특집] 연재 순서
【특집①】 장터인가, 플랫폼인가 - 무엇을 팔고 무엇을 남겼나
【특집②】 부산이라는 문법 - 지역성이 곧 세계성이 되려면
【특집③】 아트부산이 남긴 것들 - 놓치지지 말아야할 전시
【특집④ 최종회】 페어 이후를 설계하라 - 미술감상교육의 필요성


아트페어는 축제다. 그러나 축제는 끝난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마이애미가 아트바젤을 통해 얻은 것은 일주일간의 흥분만이 아니었다. 마이애미 디자인 디스트릭트 내 ICA 마이애미 미술관 바로 옆에 '드 라 크루즈 컬렉션' 미술관이 새로 개관하는 등, 페어가 불러온 자본과 문화적 에너지가 도시의 상설 인프라로 전환됐다. 페어 기간 동안 형성된 컬렉터 네트워크가 미술관 후원으로, 작가 레지던시로, 갤러리 신설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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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부산2026 전야제 전경



아트부산의 손영희 이사장은 한 언론에서 밝히기를, 페어를 처음 시작할 당시 불과 3~4개이던 페어가 이제는 100개를 육박한다며, 더 많은 고민과 방향성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솔직한 인식이다. 그리고 이 인식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생태계 육성의 문제 - 작가와 컬렉터

아트페어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신진 작가의 시장 진입로를 만드는 일이다. 올해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으로 진행했던 하나퓨처아트어워드(Hana Future Art Award)는 퓨처 섹션의 작가를 대상으로 파이널리스트 3인(팀)을 선정하고 5월 21일 VIP 프리뷰 당일 최종 수상자로 히피 한남의 류지민 작가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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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퓨처아트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히피한남의 류지민 작가 부스 전경



이 프로그램들은 가치 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아직 작다. 1인을 선정하고 1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반복되면, 그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이벤트다. 아트부산이 진정한 생태계 플랫폼이 되려면, 선정 이후의 경로까지 설계해야 한다. 작가가 페어에서 소개된 이후 어떤 컬렉터를 만나고, 어떤 갤러리와 연결되고, 이듬해 어떤 전시로 이어지는가 - 이 경로의 밀도가 페어의 진짜 역량을 결정한다.

컬렉터 교육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갤러리에서 아트살롱을 운영하고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미술인문학을 강의하면서, 우리나라 컬렉터 저변의 절대적 부족을 매일 실감한다. 아트부산이 단기 입장객 수보다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잠재 컬렉터를 실제 컬렉터로 전환하는 비율이다. 최근에는 아트부산을 중심으로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과 관광객도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아트부산은 서울 중심 구조를 보완하는 지역 분산형 국제 시장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해 왔다. 이 관람객들이 다음에는 컬렉터로 돌아오도록 설계하는 것 - 그것이 아트부산의 다음 과제다.

글로컬 전략의 실체

아트부산 2026의 총괄기획을 맡은 정선주 이사는 기성 페어와의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아시아 페어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참신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품은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 '글로컬 플랫폼'이라는 방향 자체는 정확하다. 그러나 이 개념이 구체적인 콘텐츠로 번역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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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아와세갤러리 전시 부스 전경



올해는 대만을 주빈국으로 선정해 아트 타이베이와 공동 심사·큐레이션을 진행하는 콘텐츠 공동 생산 모델을 실험했다. 이것은 주목할 만한 실험이다. 단순히 '교류'나 '협력'이라는 수사를 넘어 공동 생산이라는 개념은, 각 페어의 정체성이 충돌하고 협상하는 과정을 내포한다. 그 과정에서 아트부산만의 관점이 무엇인지가 드러날 것이다.

도쿄 겐다이, 아트 자카르타, 아시아 나우 등과의 협력망을 통해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을 본격화하는 아시아 아트페어 협력 네트워크가 단순한 상호 홍보를 넘어서려면, 각 지역의 작가와 갤러리가 실제로 다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10월 프리즈 런던 기간에 '마이너 어트랙션'과 협업해 국내 갤러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은, 그 방향의 가장 현실적인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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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활동중인 네덜란드 작가 Robert Roest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더블유더블유엔엔(WWNN)의 부스 전경


아트페어의 본분 — 잔치인가 경연인가, 아니면 광장인가

아트페어를 '미술 잔치'라고 부르는 표현은 정확하면서도 위험하다. 잔치는 누군가의 경사를 함께 축하하는 자리다. 그런데 미술 시장에서 경사는 누구의 것인가. 갤러리의 것인가, 작가의 것인가, 컬렉터의 것인가. 아니면 도시의 것인가.

가장 이상적인 아트페어는 이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경사를 치르는 광장이다. 갤러리는 판매하고, 작가는 인정받고, 컬렉터는 발견하고, 도시는 기억된다. 그 광장이 부산이어야 할 이유 — 이것이 아트부산이 15년에 걸쳐 쌓아온 것이자, 앞으로 더 쌓아가야 할 것이다.

아트부산의 비전은 갤러리와 작가, 그리고 컬렉터를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미술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문장은 단순히 홈페이지에 적힌 미션 스테이트먼트가 아니라, 실제 프로그램과 예산과 인력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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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코바 쉬프트 갤러리 부스 전시 전경



하이브라는 거울 앞에서


마곡 코엑스에서 동시에 열린 제1회 하이브 아트페어는 국내 36곳, 해외 12곳 등 총 48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158명의 작가가 참여하는데 갤러리마다 단 한 명의 작가도 중복되지 않는다. 규모로는 아트부산의 절반에 못 미친다. 그러나 하이브가 던지는 질문은 규모를 넘어선다.


높은 부스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전시형 아트페어'를 표방하며, 단순 판매 중심의 아트페어가 아니라 갤러리의 기획력과 작가의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가나, 갤러리현대, 리안, 예화랑, 도쿄화랑, 뉴욕 CANADA, 독일 에스더쉬퍼, 상히읗 등 국내외 주요 갤러리가 이름을 올렸다. 이 라인업을 보면 불편한 진실이 하나 드러난다. 갤러리현대, 에스더쉬퍼, CANADA — 이 갤러리들은 아트부산에는 없었다. 즉, 하이브는 신생 페어임에도 불구하고 아트부산이 확보하지 못한 갤러리들을 데려왔다. 이것을 단순히 '규모가 작아서 가능했던 것'으로 읽으면 안 된다. 이 갤러리들이 하이브를 선택한 이유 — 부스비 구조, 서울이라는 위치, 마곡이라는 기업 집적 지역의 잠재 컬렉터층 — 를 아트부산은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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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아트페어 전시 전경



하이브 아트페어는 향후 기업들이 많이 모여 있는 마곡이라는 위치의 장점을 활용해 기업들과 갤러리의 아트 콜라보를 통한 수익 확대를 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 컬렉터'를 겨냥한 이 전략은 실제로 한국 미술 시장에서 아직 열리지 않은 문이다. 만약 하이브가 이 문을 여는 데 성공한다면, 아트부산이 경쟁해야 할 판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러나 하이브 역시 '신생'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첫 해의 실험이 얼마나 실제 거래와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이어지느냐는 두고 봐야 한다. 아트부산은 지금 가장 위험한 종류의 경쟁 상대를 만났다 — 잃을 것이 없는 도전자.


부산이라는 이름의 무게 — 아직 다 쓰지 않은 것들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온다. 아트부산은 부산이어야 하는가. 만약 벡스코 대신 서울의 어떤 전시장에서 똑같은 페어가 열렸다면 무엇이 달라졌겠는가. 이 질문에 "부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있다"고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아트부산은 비로소 '부산'이라는 이름을 온전히 가질 자격을 갖는다.


이번 페어에서 '부산성(Busanness)'은 얼마나 구현됐는가. 도모헌 오프사이트 전시, 부산아트위크, 커넥트 섹션의 '어바니즘과 로컬리티' 주제 — 방향은 맞다. 그러나 전시장 안에서, 부스 하나하나에서, 작가 선정의 논리에서 '부산'이 얼마나 작동했는지는 여전히 아쉽다. 국제 갤러리들이 가져온 블루칩 작품들은 어느 도시의 페어에 가든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것, 부산이라는 맥락이 작품의 의미를 바꾸는 경험 — 이것이 아트부산이 아직 충분히 만들지 못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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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비갤러리의 전시 부스 전경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의 항구와 역사, 아시아라는 지정학을 전시의 언어로 삼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해운대라는 공간 자체가 축제의 일부가 된다. 아트부산은 어떤가. 벡스코는 부산의 어떤 기억도 담고 있지 않은 컨벤션 센터다. 그 안에서 부산을 말하는 것은 내부로부터의 노력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정선주 이사는 "이는 기성 페어 간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협업 기반 네트워크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글로벌 시장과 연결하는 글로컬 플랫폼으로, 아트부산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선언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아트부산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는 아직 완성된 문장으로 쓰이지 않았다. 그 문장을 써내는 것 — 그것이 16회, 17회, 20회를 향해 가는 아트부산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숙제다.


페어는 4일로 끝났다. 그러나 이 질문들은 내년 5월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트부산은 해마다 조금씩 더 선명해진다.


 

미술감상 교육이 예비 컬렉터를 양성한다


이 지점에서 나는 KASC 이사장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학자로서 미술인문학 강사로서의 경험을 꺼내야 할 것 같다.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미술인문학 강의를 하고, 갤러리에서 아트살롱을 운영하면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림이 잘 보여요?" 이 질문에는 전제가 들어 있다. '나는 지금 그림이 잘 안 보인다.' 그런데 정확히는,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말해지지 않는 것이다. 그림 앞에서 무언가 느끼는데, 그것을 언어로 꺼내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받은 미술 교육을 솔직하게 돌아보자. 이 그림이 몇 년 작인지, 작가가 누구인지, 어느 사조에 속하는지 등등 많은 정보는 배웠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드는가?"를 물어본 선생님은 없었다. 지식은 주었지만 감상의 능력은 주지 않았다. 작품에 대해 말하는 법은 가르쳤지만, 작품과 대화하는 법은 가르치지 않았다.


이것이 구조적 문제다. 한국 미술 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공급 측에서 크게 성장했다. 작가는 늘었고, 갤러리는 생겨났으며, 아트페어는 100개를 육박한다. 그런데 정기적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진성 컬렉터의 수는 그 성장을 따라오지 못했다. 이것은 공급의 문제가 아니다. 수요의 문제, 보다 정확하게는 감상 교육의 공백이 만든 수요 부재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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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감상교육의 필요성



독후감이 독서 문화를 만들었다면


독서에는 '독후감'이라는 훈련 장치가 있었다. 방학 숙제로, 백일장으로, 독후감 대회로. 귀찮았지만 그 귀찮음이 수십 년에 걸쳐 작동하면서 독서 인구를 만들어냈다. 지금 이 나라에 북클럽이 있고, 출판 시장이 살아 있고, 베스트셀러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것은 그 유산이다. 미술에는 그에 상응하는 장치가 없었다. 그림감상문 대회는 없었다. 그림을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쓰는 훈련은 없었다. 다산 정약용은 "손으로 쓰지 않으면 읽은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보기만 하면 지나간다. 쓰면 남는다. 이 원리는 문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작가후원연대(KASC)가 오는 하반기 송파 엠아트센터와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창학 60주년 특별전을 계기로 '어린이그림감상문대회'를 준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린이들이 전시장에 가서 작품을 보고, 그 느낌을 글로 쓴다. 틀려도 괜찮다. 어색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그 행위 자체다. 그림 앞에 서서 자기 안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언어로 꺼내는 경험.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아트페어에 들어서도 말을 잃지 않을 것이다.


이 대회의 교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이 『통섭미술 그림감상문 - 세상의 모든 지식으로 그림을 읽는 법』이다. 나는 이 책에서 '통섭미술감상법'이라는 방법론을 제안한다. 핵심은 단순하다.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미술사를 알 필요가 없다.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 - 수학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어머니의 밥상이든 - 그 모든 것이 그림을 읽는 렌즈가 될 수 있다. 수학을 전공하고 언론학을 공부한 필자가 350여 명 작가의 전시 감상문과 전시서문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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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미술감상법 일러스트



'취향의 기록 6단 프레임'이 만드는 일

그림감상문을 쓰기 어렵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형식'이 없기 때문이다. 독후감에는 '줄거리 요약 + 느낀 점'이라는 최소한의 틀이 있었다. 그림감상문에는 그 틀조차 없었다. 나는 이것을 '취향의 기록 6단 프레임'으로 정리했다. 훅(Hook) - 연결(Bridge) - 분석(Analysis) - 확장(Expansion) - 작가(Artist) - 기록(Record). 제3의 지식으로 그림에 들어서고, 그림과 지식을 잇고, 작품을 들여다보고, 의미를 넓히고, 작가의 맥락을 녹여 자신만의 기록을 완성하는 6단계다.


이 프레임은 감상의 결과물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다. 감상 자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이 그림에 대해 뭔가를 써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그림 앞에 더 오래 서 있게 된다. 보통 5초면 지나쳤을 작품 앞에 5분을 서 있게 된다. 색을 더 자세히 본다. 붓 자국을 따라간다. 제목을 다시 읽는다. 쓰기가 보기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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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기록 6단 프레임



나는 지난 5년간 350여 명 작가의 작품에 그림감상문을 써왔다. 그 과정에서 세 가지 변화를 목격했다. 감상자 자신이 달라진다. 한 번 깊이 들여다본 작가의 작품은 이후에도 다른 눈으로 보이고, 그것이 관심으로, 관심이 애정으로, 애정이 컬렉팅으로 이어진다. 또한 작가와의 관계가 달라진다. 내 감상문을 읽은 작가들 중 다수가 "이렇게 읽어주신 분은 처음"이라며 연락을 해왔고, 그 감상문에서 새 시리즈의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도 있었다. 그리고 생태계가 달라진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감상문을 읽고 전시장을 찾아간 사람들이 있었고, 그중 일부는 작품을 구매했다. '취향의 기록' 한 편이 잠재 컬렉터를 전시장으로 이끌고, 작가와 컬렉터를 연결하는 다리가 됐다.



아트페어는 미디어다


커뮤니케이션학자로서 나는 이것을 '수용자 개발(Audience Development)'의 관점으로 본다. 아트부산이 4일간 수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미디어 이벤트로서의 페어가 만드는 도달(Reach)이다. 그러나 그 도달이 실제 컬렉터로의 전환(Conversion)으로 이어지려면,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도달만 있고 전환이 없으면, 미술 시장은 늘 잔치는 크고 거래는 적은 구조를 반복한다. 미술감상 교육은 그 전환율을 높이는 가장 근본적인 투자다.

아트페어의 성패를 판매 금액과 관람객 수로만 재는 시대는 이제 지나야 한다. 이번 페어를 다녀간 사람 중 몇 명이 6개월 후 갤러리를 찾아갔는지, 1년 후 처음으로 작품을 구매했는지 — 이 후행 지표가 페어의 진짜 성과다. 그리고 그 지표를 움직이는 것은 '좋은 전시'가 아니라 '감상할 수 있는 관람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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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 2026 현장 전경



그 관람객을 만드는 일 - 그것이 아트부산이 4일 이후에도 해야 할 일이고, 한국작가후원연대가 어린이그림감상문대회를 시작하는 이유이며, 이 책을 쓰는 이유다.


아트페어는 커뮤니케이션학 측면에서 하나의 미디어다. 메시지가 있고, 채널이 있고, 수신자가 있다. 아트부산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아시아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는 메시지는 아직 선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채널로서의 부산은 아직 도시 전체가 페어와 연동되지 않고, 수신자인 컬렉터와 관람객은 페어 기간의 일회적 경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아트부산 2026이 맞이했던 15주년은 숫자로서의 이정표가 아니라, 방향으로서의 전환점이어야 한다. 규모가 아닌 밀도, 수량이 아닌 관계, 행사가 아닌 생태계. 이 전환이 실제로 이루어질 때, 아트부산은 비로소 '부산'을 이름으로 가질 자격을 온전히 갖게 된다.

잔치는 4일로 끝났다. 그러나 광장은 남는다. 아트부산이 만들어야 할 것은 그 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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