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①】 장터인가, 플랫폼인가 - 무엇을 팔고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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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마이애미'라는 수식어는 꿈인가, 현실인가. 15년이 지난 지금, 아트부산은 부산이라는 도시의 이름을 달 자격이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거래가 이뤄지는 부스 너머, 이 페어가 쌓아온 것과 아직 쌓지 못한 것을 냉정하게 짚어볼 때다.
이상민
승인 2026.05.22 06:20 | 최종 수정 2026.05.22 07:58
[아트부산2026 특집] 연재 순서
【특집①】 장터인가, 플랫폼인가 - 무엇을 팔고 무엇을 남겼나
【특집②】 부산이라는 문법 - 지역성이 곧 세계성이 되려면
【특집③】 아트부산이 남긴 것들 - 놓치지지 말아야할 전시
【특집④】 페어 이후를 설계하라 - 미술감상교육의 필요성
아트페어란 무엇인가. 미술계 종사자들은 으레 "갤러리와 컬렉터를 연결하는 시장"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트페어는 본질적으로 도시의 문화 자산을 소비하고 증폭시키는 일종의 사회적 의례다. 바젤이 그랬고, 마이애미가 그랬으며, 베니스가 그렇다. 페어가 끝나고 나서 그 도시에 무엇이 남는가 - 그 질문 앞에서 아트부산은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
2012년 첫 개최 이후 꾸준한 성장과 차별화된 기획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했다는 공식 서술은 맞다. 그러나 그 성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느 지점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 2023년 22개국 145개, 2024년 20개국 129개, 2025년 17개국 108개, 그리고 올해 18개국 107개라는 갤러리 수는 단순한 '질적 선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미술시장의 전반적 침체가 겹쳤다 해도, 이 수치는 아트부산이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는 사실을 숫자로 보여준다.
아트쇼부산에서 아트부산으로,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었다
부산, 경남지역의 문화 인프라 발전을 위해 2012년 아트쇼부산을 처음 개최한 이래 10여 년 만에 아트부산을 국내 대표 프리미엄 아트페어로 성장시켰다는 자평은, 사실 반만 맞다. 아트쇼부산의 태생적 목적은 지역 문화 인프라의 확충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아트부산은 그 로컬리티를 자산으로 삼으면서도, 동시에 글로벌 페어를 지향한다. 이 두 방향이 충돌하지 않으려면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단순히 해외 갤러리 비중을 늘리거나, 유명 작가 이름을 내세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아트페어는 태생부터 그 도시의 성격을 먹고 자란다. 바젤(Art Basel)이 스위스 금융 중심지의 중립성과 정밀함을 닮았다면, 마이애미는 평화로운 해변가와 자유로운 분위기가 전 세계 미술계를 주도하는 갤러리와 컬렉터, 후원가들을 모으며 마이애미 비치를 힙한 문화 도시로 재생시킨 페어다. 프리즈 런던은 테이트모던과 서펜타인이 버팀목이 된 비평 도시 런던을 기반으로 했다. 페어와 도시는 서로를 먹여 살린다.
부산은 어떤 도시인가. '한국의 마이애미'로 불리는 부산은 예술, 휴양, 문화 인프라가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도시라고 아트부산 스스로 정의한다. 그러나 이 정의는 아직 '선언'에 가깝다. 마이애미가 아트바젤을 통해 단순한 휴양 도시에서 미국과 중남미의 연결통로이자, 슈퍼리치들의 전통적 휴양지이면서도 신규 부동산 투자처로 각광받는 복합 문화 거점으로 변모하기까지는 20여 년의 축적이 필요했다. 부산 역시 그 시간의 축적 안에 있다.
비교의 지점들 - 키아프, 화랑미술제, 그리고 지방 페어들
국내 아트페어 지형을 냉정하게 보자. 1979년 시작된 화랑미술제는 한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최장수 아트페어로, 한국화랑협회 주최로 협회에 소속된 갤러리들만 참여 가능하며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협회 중심의 폐쇄성이 한계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한계가 곧 정체성이기도 하다. 화랑미술제는 처음부터 '한 해의 미술 시장 분위기를 점치는' 지표 역할을 자임해 왔다.
키아프(KIAF)는 2002년부터 시작된 이후, 2022년 프리즈 서울이 합류하면서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프리즈 서울과 KIAF는 매년 같은 공간(코엑스)에서 열리며, 국제적인 현대미술과 한국미술 시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 결합은 국내 미술시장의 외연을 비약적으로 넓혔다. 그러나 프리즈라는 브랜드에 종속될 위험성,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 편중의 심화라는 그늘도 함께 드리웠다.
대구아트페어는 오랫동안 지역 기반의 중견·원로 작가 중심 시장으로서 나름의 저력을 유지해왔다.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컬렉터의 비중이 높고, 작품에 대한 설명과 상담 역시 비교적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루어지는 편이며,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조용하다는 것은 열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성찰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아트부산이 찾아야 할 자리는 어디인가. 이제 특화된 아트페어가 필요한 시대라는 인식 속에서, 아트부산은 한국 미술시장에서 서울 중심 구조를 보완하는 지역 분산형 국제 시장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이브'의 등장이 던지는 질문
올해는 '부스비 폐지' 등 파격적 조건을 내건 서울의 신규 페어 '하이브 아트페어'(5월 21~24일)와 개최 시기가 겹치면서, 지역과 성격은 다르지만 동일한 기간에 열리는 두 아트페어가 미술계 안팎의 우려처럼 '큰손' 컬렉터와 관람객의 분산을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이 경쟁을 위기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 하이브의 등장은 오히려 아트부산에게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서울이 줄 수 없는 무엇을 갖고 있는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아트부산은 살아남는다. 아트부산 입장에서는 서울의 신규 페어 공세 속에서 지역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독보적인 콘텐츠를 보여줄지가 큰 숙제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적 한계'라는 표현 자체가 이미 문제다. 부산은 한계가 아니라 자산이다. 그 자산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이다.
필자는 이 지점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페어의 진정한 역할은 작가를 발굴하고 생태계를 육성하는 일이다. 거래 수치, 입장객 수, 참여 갤러리의 브랜드만으로 페어를 평가하는 관행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아트부산이 15주년에 '전환의 원년'을 선언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방향은 맞다. 문제는 그 선언이 얼마나 깊이 있는 실천으로 이어지는가다.
다음 회에는 부산이라는 지역성이 세계성이 되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 지 알아보고자 한다.
@iartno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