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기획 2회 】 통섭미술 그림감상문, 세상 모든 지식으로 '취향의 기록' 작성하기
포스팅
미국 섬유예술가 셰일라 힉스(Sheila Hicks)의 《Bâtons de Parole》(배통 드 파롤, '말하는 막대기' 또는 '토킹 스틱') 작품을 관람하는 필자(장소: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다산 정약용은 귀양지 강진에서 18년 동안 500권이 넘는 저작을 남겼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경학(經學)·실학(實學)·의학·건축·음악을 하나의 사유 체계로 엮었기 때문이다. 한 분야의 지식은 다른 분야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것이 통섭(統攝, Consilience)의 핵심이다.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이 《통섭: 지식의 대통합》에서 제안한 이 개념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허물고 지식을 '큰 줄기'로 엮는 것을 의미한다. 통(統)은 '큰 줄기', 섭(攝)은 '잡다' - 즉 '큰 줄기를 잡다'는 뜻이다. 나는 이 개념을 미술감상에 적용했다. 철학, 문학, 과학, 경제학, 심리학 - 어떤 지식이든 그림 앞에 가져오면 그림은 더 풍요롭게 열린다.
아트커뮤니케이션 - 작가와 관람자 사이의 언어
나는 연세대에서 수학을, 중앙대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전공했다. 커뮤니케이션이 의사소통이듯, 작가도 작품을 통해 관람자와 소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트'에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접목해 '아트커뮤니케이션'이라는 장르를 만들었다. 미술사적 해석보다 인문학적 해석을 우선하고, 작가가 관람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에 주목하는 것이다.
알베르 키위(Albert Kiwi)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때 나는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의 '미디어는 메시지다'를 불러왔다. 작가의 '프레임이 곧 메시지다'라는 명제는 맥루한 이론의 현대미술적 전환이었다. 송은미 작가의 물고기 연작을 보면서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연결했다. 이렇게 제3의 지식 영역에서 끌어온 훅(hook)이 감상문을 평론이 아닌 에세이로 만든다.
감상문 쓰기의 5단계 구조
통섭미술 감상법으로 그림감상문을 쓸 때 나는 다음의 흐름을 따른다.
① 도입부 훅(hook): 제3의 지식 영역에서 시작한다. 역사적 인물, 문학 작품, 과학 이론, 철학 명제—무엇이든 그림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찾는다.
② 연결(connect): 그 지식이 작품과 어떻게 만나는지를 자연스럽게 이어 붙인다.
③ 분석(analyze): 작품의 조형 요소 - 색채, 형태, 질감, 구도 - 를 인문학적 언어로 읽어낸다.
④ 확장(expand): 감상자 자신의 삶과 경험으로 의미를 넓혀간다.
⑤ 작가 정보 + 풀아웃 인용구: 작가의 이력과 작업 노트를 근거로 삼고, 핵심 문장을 뽑아 인용한다.
이 구조는 논문이 아니다. 형식보다 흐름이 중요하다. 핵심은 '내가 왜 이 그림에 반응했는가'를 솔직하게 쓰는 것이다. 감상문은 정답이 없다. 개인마다 지식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작품도 다르게 읽힌다. 바로 그 지점이 미술감상의 매력이다.
통섭의 확장 - 한국 미술 생태계를 향하여
나는 갤러리에서 미술인문 아트살롱을 개설하면서 이 방법론의 효과를 직접 확인했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수강생들이 통섭미술 감상법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자, 그들은 작가의 팬이 되었다. 팬이 된 관람자는 전시장을 다시 찾고, 컬렉터가 된다. 감상문 쓰기는 미술 생태계 전체를 순환시키는 '효소'가 된다.
"지식은 경험을 통해 머리로 배우고 성장하지만, 지혜는 삶의 체험을 가슴으로 느끼고 성숙하게 된다. — 서양화가 박성남, 『통섭미술 취향의 기록 1』 추천사"
@iartno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