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01] 취향: 경영자는 왜 미술관에 가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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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01] 취향: 경영자는 왜 미술관에 가야 하는가 - <AI시대를 예술로 준비하는 리더십>    네이버 구글

이상민   승인 2026.07.05 11:19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1층 끝자락에 작은 그림 한 점이 걸려 있다. 가로 114cm, 세로 82cm. 제목은 〈감자 먹는 사람들(De Aardappeleters). 1885년 봄, 빈센트 반 고흐가 네덜란드 뉘넨 시절에 완성한 작품이다. 캔버스는 어둡다 못해 거의 검다. 흙빛 피부의 농부 다섯 명이 석유램프 하나에 의지해 감자를 나눠 먹고 있다.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왜 이렇게 어둡지?" "못생겼는데?"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그림 앞에서, 나는 오늘 경영자 여러분께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 당신의 조직에도 이런 그림을 걸 수 있는 '취향'이 있습니까?

이 연재는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12회에 걸쳐, 네덜란드 미술관 곳곳에 걸린 명화들을 통해 AI 시대 리더십의 핵심 키워드를 탐색할 것이다. 취향, 안목, 통섭, 협업, 관점, 직관…. 언뜻 경영과 무관해 보이는 이 단어들이 왜 지금 가장 절박한 경영 화두인지, 그 이유를 명화 앞에서 함께 찾아보자.


연재명 : AI시대를 예술로 준비하는 리더십 (총 12회)

01회차 취향 / 경영자는 왜 미술관에 가야 하는가

02회차 안목 / 안목: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경영의 눈

03회차 통섭 / 통섭: 경계를 넘나드는 지식의 리더십

04회차 협업 / 협업: 거인들도 홀로 서지 않는다

05회차 관점 / 줌 아웃: 관점을 확장하는 리더의 기술

06회차 직관 / 직관: 압축된 경험이 만드는 결정의 힘

07회차 상상력 / 상상력: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보는 힘

08회차 미적감수성 / 미적 감수성: 감도가 곧 경쟁력인 시대

09회차 회복탄력성 / 애질리언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탄력성

10회차 문제 재정의 / 문제 재정의: 질문을 바꾸는 자가 미래를 만든다

11회차 큐레이션 / 큐레이션 리더십: 선택하고 버리는 결단력

12회차 인간다움 / 인간이라는 유일한 예술: AI 이후 리더의 본질


AI '정답'을 찾고, 취향은 '방향'을 결정한다

GPT에게 "우리 회사 마케팅 전략을 짜줘"라고 입력하면 그럴듯한 보고서가 나온다. "경쟁사 분석을 해줘"라고 하면 체계적인 표가 만들어진다. AI는 수천만 개의 기업 사례, 수억 건의 소비자 데이터를 학습해 '평균적으로 옳은' 전략을 순식간에 제시한다. 이것이 AI의 탁월한 능력이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적인 물음이 생긴다. '평균적으로 옳은 전략' '우리 회사에 맞는 전략'인가?

아니다. 전략은 방향이고, 방향은 가치관에서 나오며, 가치관은 취향의 집합이다. AI는 당신 회사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한다. 그것은 리더의 몫이다. 리더의 취향이 곧 조직의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반 고흐가 〈감자 먹는 사람들〉을 그릴 때, 주변 화상(畫商)들은 그에게 밝고 팔릴 만한 그림을 그리라고 조언했다. 당시 시장의 '정답'은 사교계 인물화나 아름다운 풍경화였다. 그러나 반 고흐는 달랐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는 이 사람들이 접시를 향해 뻗은 그 손땅을 직접 판 그 손으로 음식을 먹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은 취향의 언어였다. '무엇이 팔리는가'가 아닌 '무엇이 진짜인가'를 향한 방향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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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먹는 사람들(De Aardappeleters) 빈센트 반 고흐, 1885, 캔버스 유화, 82 x 114 cm(출처: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취향은 나침반이다

취향(趣向) '마음이 향하는 곳'이다. 개인의 생애사가 응축된 감각적 선호체계로, 경험과 반추와 실패 위에 서서히 쌓인다. AI는 이것을 복제할 수 없다. 알고리즘은 과거의 패턴을 학습하지만, 취향은 과거를 뛰어넘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해 선택한다.

반 고흐의 두 번째 명작 〈해바라기(Sunflowers)를 보자. 1888년 아를에서 그린 이 그림은 화면 가득 노란 꽃들이 터질 듯 배열되어 있다. 반 고흐는 폴 고갱을 자신의 아틀리에로 초대하기 위해 이 작품을 그렸다. 친구를 맞이하는 공간을 꾸밀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그가 선택한 것은 해바라기였다. 시장의 수요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으로 고른 꽃이었다. 그리고 그 취향은 130년 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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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Tournesols) 빈센트 반 고흐, 1888, 캔버스에 유채, 92.2 x 73 cm(출처: 런던 내셔널 갤러리)

 

 

스티브 잡스는 "취향이 애플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취향은 단순한 디자인 선호가 아니었다. 기술과 인문학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겠다는 방향성,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들겠다는 가치관, 사용자가 기기를 쓸 때 기쁨을 느껴야 한다는 믿음이 모든 것이 그의 취향이었고, 그 취향이 조직 전체의 나침반이 되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 미완성이 만든 완성

반 고흐 미술관에는 〈별이 빛나는 밤에(The Starry Night)의 습작이 소장되어 있다. 가장 유명한 버전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있지만, 암스테르담에는 이 계열 작품들이 여럿 전시된다. 생레미 정신병원 창문 너머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린 이 그림에서 반 고흐는 실재하는 하늘이 아니라 '자신이 느낀 하늘'을 그렸다. 소용돌이치는 구름, 폭발하는 듯한 별빛, 마을을 내려다보는 사이프러스 나무이 모든 것이 데이터가 아닌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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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강 위의 별이 빛나는 밤 스케치, 빈센트 반 고흐가 외젠 보흐에게 보낸 편지에 동봉됨 (앞면), 빈센트 반 고흐, 1888, 펜과 잉크로 종이에 그린 그림, 9.5cm x 13.5cm (출처: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 조사 데이터가 그려준 하늘과, 리더가 직접 느낀 하늘은 다르다. 데이터는 과거를 측정하고, 취향은 미래를 상상한다. AI가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는 시대일수록, 리더에게는 자신만의 '별이 빛나는 밤'—아직 데이터로 증명되지 않은 방향성을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취향은 어디서 기르는가

반 고흐는 10개 이상의 언어를 읽었고, 문학·신학·음악을 두루 섭렵했다. 그의 취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감상과 경험의 퇴적 위에서 발효되었다. 취향은 노출과 반추의 산물이다.

미술관이 바로 그 훈련의 공간이다. 명화 앞에 서면 우리는 자동으로 질문하게 된다. "이 그림에서 화가는 무엇을 선택했는가?" "왜 이 색인가?" "무엇을 버렸는가?" 이 질문들은 경영자가 전략을 세울 때 해야 할 질문들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화가는 캔버스에서 편집자이고, 경영자는 시장에서 편집자다.

매달 이 지면에서 우리는 네덜란드 미술관의 명화를 통해 그 질문을 함께 연습할 것이다. 반 고흐가 감자밭에서 인간의 존엄을 발견했듯, 여러분도 각자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AI가 계산해주지 못하는 가치취향, 안목, 통섭, 협업를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다음 달에는 렘브란트의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앞에서 '안목'을 이야기한다. 데이터가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 리더십의 두 번째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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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산성본부 <월간품질경영> KSA 매거진 - 연재명 : 명화와 마주한 경영자 202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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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생산성본부 <월간품질경영> KSA 매거진 - 연재명 : 명화와 마주한 경영자 2026년 7월호 

       


       

이 칼럼에서 소개한 명화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1885) —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반 고흐 〈해바라기〉(1889) — 런던 내셔널 갤러리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1889, 계열작) —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글쓴이: 이상민

미술인문학자·커뮤니케이션 연구자. 연세대 수학·중앙대 대학원 언론학 전공. 전략기획 컨설팅펌 이노바랩() 대표, 한국작가후원연대(KASC) 이사장. 『취향과 안목, AI를 이기는가』 『통섭과 협업, AI 이후 인간의 전략』 『통섭미술관기행·네덜란드』 저자. 대학 평생교육원 미술인문학 강의, 갤러리 아트살롱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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