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내면, 시간과 물질 - 아트스페이스X 아트부산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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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페이스X, 아트부산 2026에서 한국 미술의 깊이를 묻다 8인의 작가가 펼치는 세대를 가로지르는 조형의 언어, 부산 벡스코에서 공개
이상민   승인 2026.05.21 00:07  |  최종 수정 2026.05.21 19:41

올해 아트부산(Art Busan 2026)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스가 있다. 서울을 기반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정직한 가치를 발굴·소개해온 아트스페이스X(Art Space X)가 강경구, 김기주, 김선두, 김유정, 신현경, 이경희, 차명희, 차민영 등 총 8인의 작가를 이끌고 부산 벡스코에 집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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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페이스X의 이번 아트부산 참가는 단순한 판매 행사가 아니다. 세대와 매체, 형식을 넘나드는 작가군을 한자리에 모아 한국 현대미술의 두께와 다양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일종의 기획전이자 선언이다. 갤러리는 이 라인업을 통해 '검증된 원로의 무게' '부상하는 중견의 에너지'가 공명할 때 비로소 미술 생태계가 건강해진다는 철학을 실천으로 보여준다.

"자연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회화" — 강경구 (b.1952)

한국 현대회화의 원로 강경구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0년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최된 제12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하며 화단에 확고히 자리매김한 작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 등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올해로 만 74세다.

그의 작업은 눈으로 보는 풍경화가 아니다. 절벽, 물길, 바람, 잔설까지자연 현장에서 온몸으로 받아들인 소리와 진동, 공기의 밀도가 즉흥적으로 화면 위에 풀려난다. 강경구의 그림이 '생각해서 그린 그림'이 아닌 '몸의 반응으로 그려진 회화'에 가깝다는 평가는 이런 작업 방식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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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구 Kang Kyungkoo - 임계리 Imgyu-li, Acrylic on canvas 80.5 × 234, 2023 cm



"자연이 예술로 변환되는 과정 자체가 작품" — 김기주 (b.1983)

1983년생으로 올해 만 43세인 김기주는 파리8대학교에서 조형예술과 현대미디어를 전공한 후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2023 11월부터 2024 4월까지 영은 레지던시를 거치며 국내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업의 핵심은 소나무를 직접 큐브 형태로 자르고, 태우고, 색을 입혀 배열하는 과정에 있다. '자연인간의 개입예술'로 이어지는 이 흐름이 작품 그 자체다. 결과물도 완벽하지만 '과정이 개념'인 작업이라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 액자까지 동일한 소나무로 제작하고 작품에 맞게 색조합하는 방식도 이 철학의 연장이다.

유럽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뒤 국내에 역으로 소개된 케이스로, 프랑스 마그나 갤러리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가격이 이미 한 차례 조정된 상태다. 아트스페이스X에서 연초 개인전을 열었을 당시에도 판매 반응이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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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주 Kim Gijoo - Assortiment n˚2602, Wood, Combustion, Acrylic 92.5 × 74.2cm, 2026


"멈춤과 느림의 회화" — 김선두 (b.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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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낮별-맨드라미 181x140cm 장지에 먹 분채 2026 (1)


 

중앙대학교 한국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김선두는 1984년 중앙미술대전 수상을 필두로 석남미술상, 부일미술대상, 서울특별시 문화상을 거친 국내 대표 한국화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호암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그의 작업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멈춤' '느림'이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면서 놓쳐버리는 감각과 시간, 삶의 진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그의 화면 안에 있다. 익숙한 장면과 사물 속에 스며 있는 시간의 두께, 지나감의 흔적, 기억과 상실의 감정을 함께 드러내는 작가로, 오랜 시간 두고 볼수록 가치와 만족도가 커지는 타입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식된 자연, 도시 속 공중식물의 질문" — 김유정 (b.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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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Kim Yujung - 이식된 자리 (Transplanted land), Fresco, Scratch on lime wall 55.4 × 55.4 cm, 2022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석사,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학과 박사를 마친 김유정은 이번 부스에서 가장 프리미엄 라인으로 소개되는 작가다.

그의 작업은 프레스코 기법을 기반으로 하되, 색을 쌓는 방식이 아닌 회벽을 긁어내면서 이미지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식된 자연'이라는 핵심 개념 아래 틸란드시아라는 공중식물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며, 흙 없이 공기 중 수분으로 살아가는 이 식물은 도시 환경 속 자연의 상태를 상징한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부산시립미술관 등 다수 공공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2018년 호반그룹 남도문화재단 청년작가공모전 대상, 2025년 홍콩 소버린 아시아 미술상, 홍콩여성보그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주목까지 받고 있다.



"누적과 축적의 회화, 색연필로 쌓은 시간" — 신현경 (b.1955)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신현경은 색연필과 드로잉 기반의 치밀한 수작업으로 화면을 완성하는 작가다. 처음 볼 때는 단정하고 고요한 인상이 먼저 오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하나하나 손으로 쌓아 올린 선과 레이어가 굉장한 밀도를 이룬다. 눈에 띄게 자극적이지 않지만, 오래 보고 있을수록 화면의 결이 드러나고 정서적 잔향이 깊게 남는다. 컬렉터 입장에서는 쉽게 소모되지 않고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유형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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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경_깊은 꿈, 57x77cm, 종이에 연필,색연필,  2026


"동양 철학과 현대적 주제가 만나는 내면의 서사" — 이경희 (b.1961)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한 이경희는 목판화 작업을 기반으로 한 판화가이자 동시대 회화를 병행하는 작가다. 현재까지 18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뉴욕, 멕시코, 러시아, 포르투갈, 프랑스, 홍콩, 대만, 중국 등에서 단체전을 가졌다.

Sovereign Asian Art Prize 파이널리스트 30인에 선정됐고, 스페인에서 Persona Art Honours, Van Gogh Tribute Award를 수상하는 등 해외 평가도 탄탄하다. 전통적인 동양 기법을 바탕으로 목판화, , 한지, 에브루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결합해 인간 내면의 갈등과 사회적 억압을 시각화한다. 관람자가 스스로 내면과 대화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도록 열려 있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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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Lee Kyunghee - 우연적 필연24124-void, Wood engraving, Ink, Collage on hanji, 60 × 50 cm, 2024


"선이 공간을 열고 시간을 새기다" — 차명희 (b.1947)

올해 만 79세의 차명희는 서울대학교 회화과 학사 및 석사를 졸업한 동양화의 원로 작가이자, 이번 부스에서 가장 깊은 연륜과 무게를 지닌 존재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영국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에 작품이 소장돼 있어, 이미 제도권 컬렉션 차원에서 충분히 검증된 작가다.

차명희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이다. 형태를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공간을 열고 시간을 새기는 힘으로서의 선이다. 수직으로 올라가는 선들은 생명의 에너지를 드러내고, 수평으로 흐르는 선들은 사유의 물결을 기록한다. 화면 안에서 긴장과 이완, 응축과 확산이 반복되며 자연의 원리와도 같은 리듬이 형성되고, 그 리듬은 보는 이의 잠재된 감각을 서서히 깨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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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명희 Cha Myunghi -  순간 Moment, Acrylic, Charcoal on canvas 91 × 72


"공간 안에 또 다른 공간을 만드는 설치" — 차민영 (b.1977)

홍익대학교 판화과 학사·석사·영상학 박사를 졸업하고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 중인 차민영은 이번 라인업에서 유일하게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다.

가방이라는 오브제를 매개로, 공간 안에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작업 방식이다. 겉에서 보면 하나의 물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빛과 통로, 창과 시선이 열리면서 전혀 다른 차원의 공간이 생성된다. 대표작 〈Corner of Light〉는 평범한 오브제가 시선의 입구가 되어 또 다른 차원을 열어주는 작업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포스코미술관, Galerie Baudoin Lebon(프랑스), David N. Kowitz Fairlight Hall(영국), 경기도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등 기관, 기업, 해외 컬렉션이 모두 형성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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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영 Cha Minyoung - Silver sash door -2, Antique suitcase, Led lamp, Etc, 20 × 41 × 18.5 cm, 2025


아트스페이스X의 철학 — "작가를 믿고, 시간을 믿는다"

아트스페이스X가 이번 아트부산에서 선보이는 라인업은 하나의 단일한 미학적 경향을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세대를 가로지르며 — 1947년생 차명희부터 1983년생 김기주까지자연, 물질, 시간, 내면, 공간이라는 인간 존재의 근본 질문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탐구하는 작가들이 함께 숨을 쉰다.

원로의 작업이 검증된 깊이를 보여준다면, 중견 세대의 작업은 지금 이 시대와 호흡하는 감각을 전한다. 아트스페이스X는 이 두 층위가 서로를 견인하는 구조 속에서 갤러리의 정체성을 만들어 왔다. 아트페어를 단순히 판매의 장으로 보지 않고, 작가와 컬렉터 사이에 신뢰와 안목이 쌓이는 자리로 바라보는 시각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아트부산 2026이 열리는 벡스코에서, 아트스페이스X의 부스는 한국 미술의 깊이와 다양성을 가장 성실한 방식으로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아트스페이스X는 서울을 기반으로 한국 현대미술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갤러리로, 아트부산 2026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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