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후기] 심모비 개인전 — 히피한남 갤러리 한남동 전시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06.25 08:37
[전시후기] 심모비 개인전
— 히피한남 갤러리 한남동 전시
작가 : 심모비 @sim__moby
전시명 : 연옥의 심상 SIM_Imagery
일정 : 2026. 6. 17 ~ 7. 11 (일·월 휴관)
장소 : 히피한남 갤러리 @hippie_hannam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27가길 26-20)
한남동 히피한남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심모비 작가의 개인전 《연옥의 심상 SIM_Imagery》에 다녀왔습니다. 작가의 세계관은 어릴 적 깨달음에서 출발합니다. "하나의 생명을 낳는 것은, 하나의 죽음을 낳는 것과 같다." 그에게 연옥은 천국과 지옥 사이의 중간 지대가 아니라, 태어남 이전에 존재하는 유예의 공간입니다.
티베트 사자의 서가 말하는 바르도는 한 장면의 '완성'과 다른 한 장면의 '시작' 사이의 과도적인 상태, 의식이 육체를 이탈해 허공에 걸려 있는 듯한 특수한 광경입니다. 죽음 이후 49일간 유랑하며 윤회하는 그 사이의 시간 — 듣는 것만으로도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이 경전의 가르침처럼, 심모비의 연옥도 증명되지 않고 완전히 인식될 수 없는, 언제나 불투명하게만 감각되는 세계입니다.
이러한 연옥의 속성은 작가의 작업 방식 자체에 새겨져 있습니다. 디지털 드로잉이 인쇄되어 캔버스에 붙여지고, 다시 조각나 콜라주로 재배치됩니다. 한 번의 생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나듯, 하나의 작업은 해체되어 또 다른 작업의 재료이자 생명이 됩니다.
들뢰즈는 반복이 동일한 것의 재현이 아니라 차이 자체가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생성의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모네가 2년에 걸쳐 그린 30여 점의 루앙 대성당이 서로 같지 않듯, 차이는 동일성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모든 사물의 기저에서 펼쳐지는 창조적 과정입니다. 스케치에서 디지털 드로잉으로, 콜라주로, 점묘로, 풍경으로 — 작가가 '회화의 윤회'라 부르는 이 순환은 들뢰즈가 말한 차이의 반복을 실천합니다. 같은 이미지가 매체를 옮겨갈 때마다 그것은 똑같이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른 무언가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번 전시 〈SIM_Imagery〉에서 추상 점묘는 처음으로 구상적인 풍경의 형태로 펼쳐집니다. 특정 장소의 재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가 조금씩 윤곽을 얻어가며 환생에 닿는 과정입니다. 이 전시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그 세계가 남긴 잔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천천히 경험하게 하는 자리입니다. 그 경험 속에서 누군가는 자신만의 '연옥'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글: 손만승 @art.connec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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