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채연 @cynk.l 작가의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강채연 개인전 《Soft Temple》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06.17 09:13
강채연 @cynk.l 작가의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강채연 개인전 《Soft Temple》
2026. 6. 9(화) – 6. 27(토)
콤플렉스 2층, 서울 용산구 후암동 59 @venue_komplex
화–토 11:00–18:00 (월·일 휴관)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전시감상 요약문>
전시감상 - 강채연(b.1999)
은유를 거부하는 축축한 몸
이 상 민 | 미술인문 작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수전 손택은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말했다. "환자들이 가장 깊이 두려워하는 것은 고통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비하한다는 고통이다." 질병을 낙인화하는 언어의 함정을 폭로하고 쫓아내는 것 — 그 직시(直視)의 용기야말로 손택이 우리에게 건넨 선물이었다.
콤플렉스 2층에 오래 서 있는 동안, 나는 그 문장들이 몸 안에서 다시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강채연의 《Soft Temple》은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한다. 질병을 둘러싼 은유를 걷어내고, 몸이 직접 발언하도록 놔두는 자리.
전시 제목이 먼저 어긋난다. 사원은 언제나 단단하고 수직이다. 그런데 그것이 '부드럽다'면? 이 어긋남이 작업의 전부를 예고한다.
김지윤 독립 큐레이터는 서문에서 묻는다. 오늘날 우리는 잠든 밤의 깊이, 근육 비율, 스트레스 지수까지 — 수많은 데이터로 몸을 안다고 믿는다. "오늘날 온전히 살아있다는 것은 어쩌면 감각이라기보다 데이터로 이뤄진 이성적 판단에 가까울 것이다. 데이터보다 빠른 고통이 몸으로 도착하기 전까지." 강채연은 바로 그 '데이터 이전의 몸'을 끌어올리는 작가다.
작가는 말한다. "나는 몸을 직접 그리지 않는다. 대신 그 흔적과 상상된 가능성들과 함께 작업한다." 젤라틴, 스코비(SCOBY), 시아노타입, 잉크젯 — AI 이미지 위에 바이오 재료를 더해 비현실적 질병의 표면을 빚어낸다. 가까이 다가서면 색이 달라지고 층이 조여들거나 풀어진다. 고정된 재현이 아니라 살아 있는 현존이 된다. 이것이 통섭미술의 감각이다. 디지털과 유기물이, 기억과 물질이 서로를 침투하는 방식.
인터뷰에서 작가는 고백한다. "제 작업들은 약한 부분들을 똑바로 마주해 보는 시간을 전달하며 이를 해소해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아이러니하죠." 두려움을 통과해 살아남은 자의 기록. 그것이 강채연의 작업이 단순한 신체 비판론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김지윤 큐레이터의 정의를 그대로 가져오고 싶다. "정상성이라는 하나의 완벽하고 고결한 여성성에서 이탈된 축축한 몸, 탈락되고 오염된 몸 안팎의 존재와 만나는 사원." 축축하다, 오염되었다, 탈락되었다 — 이 단어들은 통상 미술관에서 쓰이지 않는다. 강채연은 바로 그 언어들을 끌어안는다. 몸의 고통을 사회적 낙인의 언어로 번역하기를 거부하고, 몸이 직접 말하도록 놔둔다.
좋은 작품은 설명 이전에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강채연의 작업은 그 느낌이 불편한 쪽에 가깝다. 아름답다기보다 불안하다. 완결되어 있다기보다 계속 변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이 작업의 힘이다.
손택은 몸이 몸으로서 직시될 수 있는 '투명성(Transparency)'을 평생 추구했다. 강채연은 그 투명성을 미술의 언어로 실천한다. 다만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 축축하고, 불투명하고, 물컹거리는 몸의 감각 그 자체로.
《Soft Temple》은 성소(聖所)다. 완벽한 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탈락하고 흘러넘치고 오염된 몸들을 위한 성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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