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와 공간, 그리고 한 그릇의 곰탕 《쓰임의 미학 | TABLESCAPE》 세 번째 토크쇼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08.16 03:32
회화와 공간, 그리고 한 그릇의 곰탕
《쓰임의 미학 | TABLESCAPE》 세 번째 토크쇼
실황 지면 중계
모더레이터 : 이상민 이사장 @iartnoori
참석자 : 강동하 셰프, 김선경 작가, 장은미 디렉터
@myunghwaok_official @kdh5421 @clairesatelier
일시 : 2026년 8월 15일 14시
장소 : 몽고트갤러리 @mongoat_official
글. 이상민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 미술인문학자)
2026년 8월 15일 오후, 말복 다음 날의 청담동 몽고트 갤러리. 《쓰임의 미학 | TABLESCAPE》 세 번째 토크쇼는 회화 작가 김선경, 몽고트 갤러리 아트 디렉터 장은미, 명화옥 셰프 강동하가 한 테이블 위에서 만나는 자리였다. 화가의 붓, 디렉터의 공간, 셰프의 국자—서로 다른 세 개의 손끝은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각을 만들어 사람에게 건네는 일"이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만났다. 진행을 맡은 나는 사회자이자, 오랫동안 이 세 사람을 지켜봐 온 목격자로 이 자리에 앉았다.
김선경 작가는 예술가를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보스턴 미술관에서 마주한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 앞에서 그는 화가의 길을 결심했다. 이번 전시작은 인상주의 이전 화가들의 제작법—나무 틀을 짜고 린넨에 풀을 먹여 오일 그라운드를 바르는—을 직접 재현한 실험작이었고, '돌 하우스' 연작은 인형의 집 같은 사회 구조 속 인간의 자유의지를 물었다. 그의 그림은 독립된 완결이 아니라 만화의 한 컷처럼 연작 서사의 일부로 존재하며, 관람객이 각자의 흐릿한 기억을 그 위에 얹기를 기다린다. 회화와 드로잉에만 유독 '-ing'가 붙는 이유도, 보는 이의 감정과 성장 단계에 따라 끊임없이 다시 해석되는 진행형의 매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장은미 디렉터에게 전시의 출발점은 "작가와의 호흡"이다. 작가의 탄생 서사와 메시지를 오래 들여다본 뒤에야 공간을 논한다. 공간을 빈 그릇이 아닌 공동 조력자로 대하며, 빛과 공기에 따라 매일 다르게 호흡하는 공간에 맞춰 작품을 끊임없이 재배치한다—이 정교한 재배치를 그는 "작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예우"라 불렀다. 상업 갤러리의 지속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빨간 머리 앤』을 인용하며, 돈이 목적이었다면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답했다.
강동하 셰프의 명화옥은 어머니에게서 출발한 브랜드다. 60도로 데운 물수건, 사계절 22~23도의 실내 온도, 80~85도로 서빙되는 곰탕까지—모든 디테일이 온도로 계산되어 있다.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미각이 감칠맛과 육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이날은 말복에 맞춰 키르 로얄, 전복문어편육, 보양식 곰탕 세 가지를 준비해 회화와 공간 못지않게 정교한 미식의 서사를 선보였다.
대담을 마무리하며 나는 취향과 안목—한 인간의 생애사가 응축된 결정체이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술가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물에 새로운 가치와 맥락을 부여하는 사람"이며, "취향은 무미건조한 데이터 속에서 방향을 결정하는 영혼의 중력"이라고 나는 써 왔다. 회화·공간·미식은 결과물(Style)은 다르지만 원리(Code)는 같다. 첫째는 밸런스와 구조다—색채와 구도의 대치, 공간의 동선과 소재 배치, 짠맛과 감칠맛과 온도의 균형이 그것이다. 둘째는 서사와 맥락이다—터너의 그림 앞에서 시작된 화업, 작가의 탄생 서사를 좇는 큐레이션, 어머니에게서 출발한 곰탕 한 그릇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는 오감의 복합적 경험이다—시각과 촉각과 미각이 한 공간 안에서 동시에 밀려드는 경험. 넷째는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드러내는 자아의 투영이다. 이 네 가지 원리 위에서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재료를 들고 같은 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쓰임의 미학》이 던지는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다. 아름다움은 벽에 걸려 감상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쓰이고 경험되고 몸에 스밀 때 비로소 완성된다. 도자기가 저마다 다른 디자인으로 믹스매치되어 개별 찬기로 쓰이고, 회화가 화장실 동선까지 이어지는 연작으로 존재하며, 곰탕 한 그릇의 온도가 감상의 방식을 결정하는 이 모든 장면들이 그 증거였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들이 오래도록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상업 갤러리도, 작은 곰탕집도, 캔버스 앞의 화가도 결국 이 질문 앞에 함께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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