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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록] 강선미 작가 @progress_mi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08.0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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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록] 강선미 작가 @progress_mi 강선미 개인전 <고요한 사색> 2026. 8. 3(월) – 9. 3(목) 갤러리로윤 4층 @gallery_royoon <전시감상 요약문> 전시감상 - 강선미(b.1977) 달빛이 내리는 쉼의 풍경 이 상 민 | 미술인문 작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색이 아니라 리듬이다. 한지 위에 분채가 겹겹이 쌓여 만든 결은 마치 오랜 시간 켜켜이 앉은 나이테처럼, 서두르지 않은 붓질의 흔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이 전시 앞에서 먼저 몸의 감각으로 반응했다. 숨을 조금 늦추게 되었다는 것. 그것이 이 전시가 관람자에게 건네는 첫 인사다. 동양철학의 언어로 보면 이 숲은 장자가 말한 소요유(逍遙遊)의 공간과 닮아 있다. 쓸모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나무, 목적 없이 그저 거기 있는 산의 능선. 서구의 언어로 보면 이는 안식일의 시간, 즉 생산하지 않아도 존재가 정당화되는 시간에 대한 회화적 번역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언어로 보자면, 이는 한병철이 말한 '피로사회'에 대한 조용한 반박이다. 그는 현대인이 타자의 억압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존재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화면에는 그 어떤 채찍질도, 어떤 서사의 긴장도 없다. 오직 달빛이 내려앉는 속도, 색이 스며드는 속도만이 있을 뿐이다. 작가가 다루는 소재들 — 숲, 하늘, 집, 그리고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달빛 — 은 각기 다른 층위의 '쉼'을 상징한다. 숲은 공동체적 쉼이다. 개별의 나무가 아니라 군락으로 존재하며, 서로에게 그늘이 되어주는 존재의 연대. 하늘은 초월적 쉼이다. 손닿지 않는 곳에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 여백. 집은 회귀적 쉼이다. 밖에서 소진된 것을 다시 채우는 원점.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저 달빛이다. 화면 위쪽에서 아래로 가늘게 내리꽂히는 은빛 선들 — 그것은 빛이라기보다 차라리 비처럼 보인다. 나는 이 대목에서 작가가 '빛'과 '비'라는, 본래 다른 두 자연현상을 하나의 시각언어로 통섭시켰다고 읽는다. 비가 대지를 적셔 생명을 돋우듯, 이 달빛은 우리의 마르고 굳은 마음을 적셔 다시 부드럽게 만든다. 장지 위에 무수히 찍어낸 짧은 붓의 점선들은, 그 자체로 '반복되는 돌봄'의 은유처럼 보인다. 단번에 그려낸 획이 아니라, 수천 번의 손길이 쌓여야만 완성되는 표면. 쉼이란 것도 본디 그러하다. 한 번의 휴가로 완성되지 않고, 매일의 작은 돌봄이 쌓여야 비로소 몸에 새겨지는 것. 그리고 이 절제된 화면을 완성시키는 것은 결국 여백이다. 형상을 다 채우지 않고 남겨둔 자리, 색을 다 칠하지 않고 숨 쉬게 둔 공간. 그 여백은 관람자를 위한 자리다. 화가가 모든 것을 말해버리지 않기에, 우리는 그 안에 들어가 잠시 머물 수 있다. 작품이 관람자에게 '느껴라'라고 강요하지 않고, 다만 '머물러도 좋다'고 허락한다. 요즘 나는 일이 부쩍 늘었다. 한국작가후원연대도 몸집이 커지면서 챙겨야 할 일이 많아졌고, 회사의 프로젝트들도 겹쳐 돌아간다. 부족한 시간을 메우는 유일한 방법은 잠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원형탈모가 찾아왔고, 몸이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강선미 작가의 이 숲과 달빛 앞에 서서야 비로소 그 신호를 제대로 들었다. 이 작품들은 내게 경고장처럼 다가왔다. 쉬어가라고. 그리고 그 순간 더 아프게 깨달은 것은, 정작 내가 그림을 좋아하고 감상문을 쓰는 이유 자체가 나 자신의 안온함을 위한 일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느새 또 하나의 '일'이 되어, 나에게서 쉴 틈마저 빼앗고 있었다. 쉼을 위해 시작한 일이 쉼을 잠식한다면, 그것은 작품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어긋난 것이다. 강선미 작가가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쉼은 몸의 피로를 푸는 행위가 아니라 다시 일어설 힘을 기르는 내적 에너지다. 나는 그 에너지를 충전하지 않은 채로, 계속 소비만 해온 셈이다. 이 깨달음을 준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겨울을 견딘 나무가 새순을 틔우듯, 쉼은 삶을 지속하게 하는 근원적 힘이라는 작가의 말을 이제야 제대로 받아들인다. 오늘은 이 작품 앞에 조금 더 오래 머물러 보려 한다. 서둘러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지 않고, 저 달빛이 내려앉는 속도만큼 나도 천천히. 그렇게 쉬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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