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콜린 작가의 개인전에 다녀왔습니다. @colink.images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07.03 13:57
킴콜린 작가의 개인전에 다녀왔습니다.
@colink.images
킴콜린(KIMColin) 개인전
《The Unstill Life Story Tour》
키미아트(Kimi Art)
2026. 6. 29. – 8. 2.
<전시감상 요약문>
전시감상 - 킴콜린(b.1971)
수집가의 방, 다시 태어나는 사물들
이 상 민 | 미술인문 작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평창동 키미아트에서 열린 킴콜린 개인전 《The Unstill Life Story Tour》는 '정물'이라는 익숙한 단어를 배반하는 전시였다. 벽에 걸린 사진 속 꽃과 그릇과 옷가지는 얌전히 멈춰 있지 않고, 제목 그대로 Unstill한 삶을 살고 있었다. 사진가이자 지독한 수집가인 작가는 서울과 수원을 오가며 당근마켓과 광장시장, 스튜디오가 있는 골목에서 이름 없는 사물들을 주워 모으고, 그 쓸모를 다시 정의하는 창작을 이어왔다.
나는 네덜란드에서 본 렘브란트하우스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렘브란트는 평생 사들인 투구와 갑옷, 이국의 도자기와 낡은 직물을 다시 화폭으로 불러들여 트로니를 그렸다. 이름 없는 얼굴에 이국의 터번과 갑옷을 입혀 초상이되 초상이 아닌 얼굴을 완성한 것이다. 수집이 곧 서사의 재료였고, 회화는 그 재료를 다시 조립하는 행위였다.
킴콜린의 설치작 《Household Totem》 앞에서 나는 그 방이 400년의 시간을 건너 되살아난 듯한 착각에 빠졌다. 둥근 나무 테이블 위에 누군가의 아버지가 쓰던 밥그릇과 소주병, 색색의 도자기가 정성껏 쌓여 있고, 맨 위에는 헝겊을 매단 마른 가지들이 솟대처럼 뻗어 있었다. 렘브란트가 이국의 사물로 새로운 얼굴을 지어냈듯, 작가는 도시 곳곳에서 버려질 뻔한 그릇과 술병을 모아 새로운 의식의 대상을 지어냈다. 수백 년의 시차를 넘어, 수집한 사물에 새로운 쓸모를 부여하여 창작물로 되살리는 태도는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기억을 소환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기억에 쓸모를 부여해 창작물로 탄생시키는 순간은, 수집과 재구성이라는 인문학적이고 통섭적인 방법론이 시대와 매체를 넘어 반복됨을 목격하는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Keeping Secrets》는 자개장 위에 값싼 MDF를 겹쳐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위계를 허물고, 옷걸이 가득 걸린 원단 조각들로 드러내고 싶지 않지만 버릴 수도 없는 비밀의 무게를 은유했다. 《L'ingrédient secret provençal (du Kimchi)》는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의 도상을 빌려오되, 그 청자 항아리 속에는 프로방스식 김치의 비밀 재료를 숨겨 넣어 익숙한 형식 위에 낯선 내용물을 채우는 방식으로 새로운 정체성의 서사를 만들었다. 《Eccentricities Ⅰ》은 캐나다에서 태어나 평생 '가운데'에 온전히 속하지 못했던 작가가 완벽한 원 대신 타원으로 자신을 설명한 작업으로, 저마다 다른 색과 형태가 나란히 균형을 이루는 풍경은 통섭이 지향하는 가치와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큐레이터 김미소는 서문에서 "킴콜린의 사물들은 침묵하는 오브제가 아니라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수행적 존재"이며, "문화와 기억, 정체성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관계를 맺는 세계를 보여주는 풍경"이라 풀어냈다. 킴콜린의 사물은 '무엇을 재현하는가'보다 '무엇을 관계 맺게 하는가'로 존재하며, 이는 내가 렘브란트의 방에서, 그리고 킴콜린의 토템 앞에서 동시에 느꼈던 낯익은 경이로움의 정체이기도 했다.
결국 이번 전시는 '수집'과 '재구성'이라는 두 동사로 요약된다. 사물을 모으는 일은 기억을 소환하는 일이고, 다시 배치하고 조립하는 일은 그 기억에 새로운 쓸모를 부여하는 일이다. 렘브란트가 자신의 수집품으로 트로니라는 새로운 얼굴을 그려냈듯, 킴콜린은 오늘의 서울과 수원에서 건져 올린 사물들로 정체성과 비밀, 가족과 문화가 뒤섞인 우리 시대의 초상을 짓고 있었다. 이는 사진과 설치, 회화적 전통과 동시대적 감수성, 고급문화와 생활문화가 하나의 화면에서 만나는 통섭의 현장이며, 정지된 사물이 다시 살아 움직이는 이번 전시가 건네는 가장 큰 미덕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태어나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성장한 킴콜린은 오랜 시간 흑백 사진에 몰두하다 색채의 세계에 매료되며 작업의 전환을 맞았고, 이후 시장과 골목,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나들며 사물을 수집·재구성하는 정물사진 작업을 이어왔다.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했던 성장의 기억은 그의 작업 전반에 흐르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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