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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록] 이선영 작가 @dong_jiny_11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0.1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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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록] 이선영 작가 @dong_jiny_11 이선영 초대전  《그렇게 삶은 피어난다》 2026. 10. 3 – 11. 1 슈갤러리 @suegallery.23 <전시감상 요약문> 전시감상 - 이선영(b.1972) 선이 시간을 기억하는 방식 이 상 민 | 미술인문 작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이선영의 작품을 처음 만난 곳은 인스타그램의 작은 화면이었다. 촘촘한 선의 밀도는 남달랐지만, 그 선이 몇 겹으로 쌓였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인사동의 작은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꽃처럼 보이던 형상은 가까이 다가가자 수없이 많은 가는 선으로 풀려 나왔다. 이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의 기록이었다. 그 시간을 오래 들여다보고 싶다는 바람이 슈갤러리 두 번째 초대전에서 이루어졌다. 첫 초대전 제목 섬묘취화(纖描聚華)는 가는 선을 모으면 꽃이 된다는 뜻이다. 이번 신작은 그 문장이 약속이 아니라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선은 여전히 가늘지만, 그 선들이 모여 만든 꽃의 형상은 한층 또렷해졌다. 이선영의 화면은 미적분의 풍경이다. 미분은 흐름을 한없이 작은 조각으로 쪼개고, 적분은 그 조각들을 더해 넓이를 얻는다. 선 하나하나는 하루라는 시간의 미분값이다. 하루 열 시간씩 몇 달에 걸쳐 쌓인 선들의 합은 비로소 하나의 면적, 곧 꽃이 된다. 선이 가늘수록 형상이 정확해진다는 역설이 여기에 있다. 과학의 창발(emergence)도 떠오른다. 개미 한 마리는 설계도를 모르지만 군집은 정교한 집을 짓고, 물 분자 하나에는 의도가 없지만 눈송이는 육각의 결정으로 자란다. 작가가 꽃을 '그린'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났다'고 말하는 것은 겸손이 아니라 정확한 묘사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설계도대로 사는 사람은 없다. 기쁨과 아픔을 하루씩 통과하다 보면, 어느 날 돌아본 자리에 한 사람의 결이 피어 있을 뿐이다. 결은 시간이 물질에 남긴 방향성이다. 나이테가 나무가 견딘 계절의 기록이듯, 이선영의 화면도 시간의 단면이다. 〈흐르는_시간〉, 〈쌓여진_시간〉, 〈피어난_시간〉은 각기 다른 시제로 쓰인 한 문장이다. 흐름이 퇴적이 되고 퇴적이 개화가 되는 과정을, 전시장을 걸으며 몸으로 겪어보길 권한다.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아크릴에 먹을 섞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빠르게 굳는 현대의 재료와 스미며 깊어지는 오래된 재료가 한 붓끝에서 만난다. 경전을 한 자씩 베껴 쓰던 사경(寫經)처럼, 그의 선긋기는 서양화의 붓질이면서 동양의 수행이다. 재료의 통섭이 곧 태도의 통섭이다.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보통의 순간들이, 그렇게 쌓여 그렇게 피어난다. 오늘 우리가 그은 한 줄의 선도 어딘가에서 피어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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