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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후기] 박진흥 개인전 — 갤러리반디트라소 성북동 전시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0.0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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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후기] 박진흥 개인전 — 갤러리반디트라소 성북동 전시 작가 : 박진흥 @jinhpicasso10 전시명 : 탄광炭光: 빛을 캐는 시간 일정 : 2026. 10. 8 ~ 10. 31 (일,월 휴무) 장소 : 갤러리반디트라소 @gallery_banditrazos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49 운석빌딩 3층) 성북동 갤러리반디트라소에서 열리고 있는 박진흥 작가의 개인전 《탄광炭光: 빛을 캐는 시간》에 다녀왔습니다. 30여 년간 '쉼'과 '명상'을 주제로 작업해 온 작가가 이번에는 강원도 정선 고한의 옛 정암광업소(구 삼탄아트마인)를 여러 차례 찾아가며 마주한 공간을 화면에 옮겼습니다. 전시 제목의 炭光은 '탄광'과 '빛을 캐낸다'는 두 의미를 함께 품고 있습니다. 화면 곳곳에 등장하는 낡은 나무 문은 전시의 핵심 소재입니다. 값비싼 문도 아니고, 활짝 열린 문도 아닙니다. 오프닝 현장에서 이 문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수십 년간 닫혀 있던 공간 안에서 오래된 빛들이 숨어 있는 게 보이기 시작했고, 그 빛을 찾아 캐내고 싶었다고 말입니다. 반면 문밖에는 세월과 날씨에 따라 벽에 새겨진 흔적들이 지금도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작가에게 문은 그 시절의 빛과 지금의 빛이 만나는 접점이었습니다. 작가노트에는 이 생각이 더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문 안쪽에는 광부들의 삶과 노동이 60여 년간 머물며 조용히 여물어 온 빛이 있고, 문밖에는 완전한 형상 없이 스쳐 지나가는 지금의 빛이 있습니다. 숙성된 과거의 빛이 현재의 빛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흔적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전시에는 광부들이 남긴 엑스레이도 등장합니다. 빛이 몸을 통과해 뼈와 폐에 남긴 흔적이자, 몸 안에도 빛이 스며든다는 걸 보여주는 또 다른 '문'인 셈입니다. 작가는 진폐로 굳어간 폐의 음영과 뼈 사이로 뻗은 흔적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그려온 나뭇가지의 형태를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지상과 지하를 잇던 권양기 역시 같은 흰 선으로 그려지며, 나무의 가지이자 몸속 폐의 가지, 땅 아래로 이어진 갱도의 가지로 겹쳐집니다. 작가는 현장에서 이런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광부들이 가장 어두운 곳에서 캐낸 석탄이 훗날 연탄이 되어 빛을 밝혔듯, 지금 자신도 그 어둠 속에서 빛을 캐내고 싶은 마음으로 이 작업을 해왔다고요. 어둠은 결핍이 아니라, 그 안에 세밀한 빛이 숨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 작업에는 '삭히고 묵힌다'는 한국의 오래된 미감이 겹쳐 있습니다. 미술사학자 고유섭이 한국 미술의 특색으로 꼽은 '구수한 큰 맛'과 '무기교의 기교'처럼, 박진흥 작가 역시 얇은 유화 물감을 여러 날에 걸쳐 거듭 쌓아 올리며 빛이 저절로 번지고 고이기를 기다립니다. 계획해서 그린 선이 아니라, 반복 속에서 저절로 남겨진 흰 선과 얼룩. 그 흔적들이 결국 폐광의 벽과 문이 스스로 시간을 쌓아온 방식과 같은 문법으로 화면 위에 되풀이됩니다. 정암광업소가 자리한 정선 고한의 탄광은 한국 산업화를 지탱한 공간이었지만,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이후 빠르게 문을 닫았고, 2025년 6월 마지막 국영 탄광이었던 삼척 도계광업소마저 89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폐광했습니다. 가장 먼저 잊히는 이름이 된 이 공간에서, 박진흥 작가는 사라짐을 기록하는 대신 그 자리에 남은 빛을 캐냅니다. 빛은 나타났다 사라지는 순간의 현상이 아니라, 공간과 사람을 지나며 흔적을 남기고 시간 속에서 더 깊어지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요. 글: 손만승 @art.connecter #성북동전시 #갤러리반디트라소 #박진흥작가 #탄광炭光 #빛을캐는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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