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기록] 김인애 작가 @inae9961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0.05 12:47
[취향의 기록] 김인애 작가
@inae9961
김인애 개인전
〈결결전 II – Beyond Stillness, Freedom〉
2026.9.23~10.10
@gallery_pi_yeongjong
📍 갤러리파이 영종 (인천 중구 큰말로 69, 3층)
🗓 2026.9.23(수) ~ 10.10(토) · 월·화 휴관
🕐 13:30~18:30 (18시 입장 마감)
<전시감상 요약문>
전시 감상 – 김인애
밖에서 안으로 스며든 색면추상
이 상 민 | 미술인문 작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한때 우리 크레파스와 물감 상자에는 '살색'이 있었다. 누구의 살인지 묻지 않던 그 색을, 한 화가는 시드니의 작업실에서 처음으로 의심했다.
김인애 작가는 결혼 후 호주로 건너갔다. 입시 미술로 단련된 그는 서른 가지 물감을 팔레트에 빼곡히 짜 놓았지만, 옆자리 현지 화가들은 튜브 몇 개만 꺼냈다. 그들의 색은 상자 안이 아니라 하늘과 건물, 식물에 있었다. 색을 '배운' 것이 아니라 '다시 보게 된' 순간이었다.
〈결결전 II〉는 그 이후의 여정을 세 개의 결로 보여준다.
① 생명의 빛
먹이 번지고 튀는 어둠 위로 노란 꽃잎이 터지듯 피어난다. 창밖의 붉은 꽃이 자신을 보며 우는 것 같았다는 고백처럼, 이방인의 외로움과 생명에 대한 경이가 함께 있다. 먹을 버리지 못한 화가와 시드니의 색을 만난 화가가 처음 악수한 자리다.
② 달물결
보라와 연두의 짧은 붓질이 수면처럼 겹치고 흰 물비늘이 가로로 번진다. 모네의 연못을 닮았지만 오려 붙인 듯한 흰 새가 풍경을 현재로 끌어온다. 수평 띠는 이미 다음 결의 질서를 예고한다.
③ 산바람결
처음의 산은 아직 산의 얼굴을 하고 있다. 연두의 능선, 점묘로 수놓은 바람의 띠. 세잔의 원뿔과 유영국의 삼각형 산이 겹쳐 보인다. 그러다 연작은 '산바람결-고요'로 갈라진다. 산은 윤곽선과 삼각 면으로 해체되고, 37.9cm 정사각의 작은 화면에 이르면 아예 사라진다. 푸른 색면 위에 원 하나가 부조처럼 떠오르고 그 아래 검정·보라·초록·빨강 네 줄이 지평선처럼 깔릴 뿐이다.
작가는 구상을 하나씩 지워 나가면 끝에 아무것도 없는 경지가 오는데, 그것은 텅 빈 것이 아니라 침묵이 기다리는 자리라고 말했다. 산이 사라진 산바람결, 그것이 고요다.
서구 색면추상은 대체로 안에서 밖으로, 내면의 초월을 펼치는 일이었다. 로스코의 색면은 예배당으로 들어갔고, 뉴먼의 색면은 숭고를 향해 수직으로 섰다. 김인애의 색면은 방향이 반대다. 시드니의 하늘, 창밖의 꽃, 산책길의 바람에서 들어온 색이 켜켜이 쌓여 하나의 면이 되었다. 나는 이것을 '밖에서 안으로 스며든 색면추상'이라 부르고 싶다.
그 증거는 표면에 있다. 재료를 깔고, 하루를 말리고, 사포로 갈고, 다시 깐다. 매끈한 하드에지처럼 보이는 색면도 가까이서 보면 시간의 결이 살아 있다. 전시 제목의 '결'은 은유가 아니라 물질이다.
이번 전시는 일부 작품 곁에 같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든 영상이 함께 놓여, 정지한 회화가 움직임으로 번역되는 과정을 나란히 볼 수 있다.
부제는 'Beyond Stillness, Freedom', 고요함 너머의 자유. 살색이라는 정답을 버린 화가가 결국 도착한 곳이 원 하나와 네 줄의 침묵이라는 사실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덜어낸 만큼 자유로워진다는 것. 이번 가을, 영종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 작은 정사각형 앞에 서 보길 권한다.
김인애 작가는 홍익대 미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지냈다. 개인전 15회를 포함해 200여 회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현재 중앙대 미래교육원 도슨트 양성 아카데미 디렉터 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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