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후기] 노해율 개인전 — 갤러리온도 인사동 전시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10.03 18:14

[전시후기] 노해율 개인전
— 갤러리온도 인사동 전시
작가 : 노해율 @nohhaeyul_official
전시명 : Silent Movement
일정 : 2026. 10. 2 ~ 10. 24 (일,월 휴무)
장소 : 갤러리온도 @galleryondo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57-1, 2~3F)
인사동 갤러리온도에서 열리고 있는 노해율 작가의 개인전 《Silent Movement》에 다녀왔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불친절한 인터랙션"이라고 부릅니다. 여러 번 전시를 치르면서 작가가 발견한 사실 하나는, 관객들이 오히려 불친절한 작품에 더 오래 머문다는 것입니다. 너무 친절하게 반응하는 작품은 쉽게 읽히는 만큼 쉽게 잊힙니다.
흔한 인터랙션 아트는 관객이 조금만 움직여도 화려한 이미지로 즉시 반응합니다. 작가는 이 방식을 의도적으로 거부합니다. 관객의 작은 행동에 과장되게 반응하는 이미지들이 자신에게도, 관객에게도 그다지 큰 흥미를 주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한 대가 보여줄 수 있는 자극의 총량 앞에서, 전시장 안의 자극은 이미 승산 없는 싸움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자극이 아니라 여백을 택했습니다.
3층의 계기판 설치 작업은 관람객의 움직임을 카메라로 읽어내지만,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오히려 빛이 꺼집니다. 반응해야 할 순간에 반응을 거둬들이는 셈입니다. 작가는 이 선택이 당혹감을 주기 위한 장치라고 말합니다. 빛이 켜지는 이유보다 꺼지는 이유가 관객의 마음에 더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답을 주는 작품은 그 순간 질문을 닫아버리지만, 답을 주지 않는 작품은 질문을 계속 열어둡니다.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움직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인 듯합니다. 회전과 점멸, 꺼짐과 켜짐은 결과일 뿐, 작품의 진짜 주제는 그 아래 숨은 원리와 긴장에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일에도 거리를 둡니다. 원리를 알아버리는 순간 작품과 관객 사이의 호기심과 교감이 사라진다는 이유였습니다.
김노암 평론가는 이 보이지 않는 이면을 물리학의 언어로 풀어냅니다. 회전하는 오뚜기 형태의 조각은 각운동량 보존과 자이로스코프 효과로, 전자석을 이용한 진자 운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장이 물체에 남기는 흔적으로 설명합니다. 중력과 자기력, 관성과 저항처럼 세계에 실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힘들. 사람들은 그 힘의 정체를 다 알지 못한 채로도, 오래전부터 경험과 감으로 그것들과 관계 맺는 법을 익혀왔습니다. 노해율 작가의 작업도 그 짐작의 자리, 다 알지 못해도 관계 맺을 수 있는 그 자리를 남겨둡니다.
이 태도는 움베르토 에코가 『열린 작품』에서 말한 개념과 겹쳐집니다. 작품이 모든 의미를 확정해 건네는 대신 해석의 공백을 수용자에게 남겨둘 때, 비로소 살아있는 소통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완결된 설명은 전달을 끝내는 동시에 관계도 끝내지만, 빈틈을 남긴 작품은 받아들이는 사람을 계속 끌어당깁니다. 노해율 작가가 말하는 "불친절함"은 무관심이 아니라, 관객을 작품 안으로 더 깊이 끌어들이기 위한 설계인 셈입니다.
친절한 것은 스쳐 지나가고, 불친절한 것이 오래 붙잡을 수도 있습니다. 노해율 작가의 조각 앞에서 관객은 답을 얻지 못할 수 있지만, 대신 작품과 함께 머무는 시간을 얻게 됩니다.
글: 손만승 @art.connec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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