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③】아트부산이 남긴 것들 -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아트페어에서 전시를 보는 방식은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는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술관은 시간이 멈춘 공간이다. 조명은 계산되어 있고, 동선은 설계되어 있으며, 관람객은 그 시간 안에 조용히 잠겨든다. 아트페어는 다르다. 부스와 부스 사이의 간격, 갤러리스트와 컬렉터가 나누는 짧은 협상, 작품 옆에 붙은 가격표, 그리고 첫날 오후가 지나면 빨간 스티커가 붙기 시작하는 그 긴장감 - 이 모든 것이 페어라는 공간의 질감을 구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트페어에서 어떤 작품은 그 소음을 뚫고 나온다. 거래의 열기 속에서도 잠시 발을 멈추게 하고, 이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를 묻게 만드는 작품들. 아트부산 2026에는 그런 작품들이 있었다. 순서는 시간 순이 아니라 인상의 깊이 순이다.
첫 번째 장면: 무나씨의 '고사관수도' - 전통과 동시대 사이에서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을 먼저 맞이한 것은 커넥트 섹션에 출품된 무나씨(에브리데이 몬데이)의 대형 걸개 작품 '고사관수도'였다.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고사(高士)가 물을 바라보는 그림. 조선 시대 선비 회화의 전형적인 제목이다. 그런데 무나씨가 그린 '고사'는 갓을 쓴 선비가 아니다. 그가 평생 그려온 그 인물 - 표정이 없는 듯 있고, 부처를 닮은 듯 아닌 - 이 물 앞에 서 있다. 이 인물은 무나씨의 모든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존재다.
무나씨는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한 그림을 그린다. 세상 혹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며, 그의 작품 속 인물은 작가 자신을 닮은 존재로 등장한다. 부처의 온화한 미소를 띠는 것 같은 표정과 행위들을 바라보다 보면 작가의 감정을 읽는 듯하지만, 보는 이는 스스로의 감정을 탐구하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무나씨에게 타자와의 경계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곧 타인이고 타인이 곧 나이기도 하다는, 주체와 객체를 초월한 '무경계'가 작품에서 드러난다. 이것은 단순한 미학적 선택이 아니다. 흑과 백. 가장 근원적인 색으로 인물을 그리는 무나씨는 흑백으로만 표현된 간결한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먹빛이라는 재료의 근원성을 붙들되, 그 위에 동시대적 감각을 얹는 방식은 정교하다.
한지 위에 먹과 아크릴로 그린 인물들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작가로서, 짙은 먹빛 화면에 알 듯 말 듯한 표정의 사람이 고요한 어둠이 평안함과 불안함을 동시에 던지는 무나씨의 세계 안에서, '고사관수도'는 전통 회화의 제목을 빌려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한다. 선비가 물을 바라보며 수신(修身)을 다짐하던 그 장면은, 이제 현대인이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아트부산에서 이 작품이 입구에 배치된 것은 전시장 전체의 서막이자, 부산이라는 도시의 역동과는 반대편에 있는 고요의 선언이었다.
에브리데이 몬데이는 무나씨의 200호와 150호 대작을 개막과 동시에 모두 판매했다. 8m 규모 대형 병풍 작품에도 문의가 집중됐다. 이 판매 성과는 단순한 시장 반응이 아니다. 무나씨라는 작가가 현재 한국 컬렉터 시장에서 가장 신뢰받는 동시대 언어 중 하나임을 확인시켜주는 신호다.
두 번째 장면: 서용선 — 부스가 아니라 긴장의 공간
아트부산의 대표 특별전 커넥트에 솔로쇼 형식으로 선보여진 서용선의 조각과 평면작품. 파워풀한 대형조각 4점과 칼칼한 칼맛이 통렬한 질박함을 선사하는 흉상조각 4점이 벽면의 평면작업과 어우러져 서용선 작가의 예술세계를 음미해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서용선은 한국 현대미술에서 가장 오래 '인간'을 그려온 작가 중 하나다. 인문학적 성찰과 탄탄한 조형언어에 기초하여 1980년대 이후 끈질기게 수행해온 독보적인 형상성의 작업으로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며, 작업의 모든 시각적 형상은 회화 매체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와 함께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함축된다. 이는 도시와 역사, 인물과 자화상, 자연풍경과 신화 등의 작업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시간적으로는 인간 상상력의 원형을 보여주는 신화의 시대로, 공간적으로는 뉴욕, 베이징, 베를린 등 세계 각지의 도시와 국내 곳곳의 풍경으로 확장해 나갔다. 작가 생활 내내 지속하고 있는 자화상 연작은 '그리는 자'로서 인간을 연구하는 기본 단위이자 자의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테마 중 하나다.
호주 시드니 기반의 갤러리 엘엔엘(LNL)이 아트부산 커넥트 섹션에서 서용선 작가의 신작 조각을 중심으로 솔로쇼를 선보인 것은 이 페어의 국제화 전략이 단순한 해외 갤러리 유치를 넘어, 한국 작가를 해외 갤러리를 통해 소개하는 역방향 경로를 실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드니 갤러리가 부산 페어에서 한국 중견 작가의 솔로쇼를 여는 것 - 이 구조 자체가 이미 메시지다.
서용선의 조각에는 서구 조각의 매끈한 완성도가 없다. 표면은 거칠고 형태는 뒤틀려 있다. 그러나 그 거침 속에 질문이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도시 안에서 인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아트부산 2026의 커넥트 섹션 주제인 '어바니즘과 로컬리티(Urbanism & Locality)' 앞에서, 서용선의 작업은 단순히 '보여지는 것'을 넘어 '던져지는 것'이었다.
세 번째 장면: 줄리안 오피 - 부스에서 세계가 되다
국제갤러리 부스는 올해 아트부산의 전시형 흐름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흰 공간 안에 줄리안 오피의 납작한 인물들이 서 있고, 그 사이를 실제 관람객이 걸었다. 검은 윤곽선의 인물 조각과 현실의 관람객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부스는 그림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그림 속 인물들과 함께 걷는 장면처럼 보였다.
줄리안 오피(Julian Opie). 1958년 런던 출생. 굵은 검은 윤곽선과 단순화된 색면으로 현대의 익명적 인간을 재현하는 작가. 그의 인물들은 표정이 없다. 특징이 없다. 모든 사람인 동시에 아무도 아닌. 그런데 이 무표정한 인물들이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 서 있을 때, 그 옆을 지나는 실제 관람객들이 어느 순간 그 납작한 인물들의 일부가 된다. 미술 작품이 관람객을 그 안으로 흡수하는 경험 - 이것은 화랑의 흰 벽에 걸린 그림으로는 만들어지기 어려운 감각이다.
국제갤러리는 줄리안 오피의 'Angel couple 1.' 등을 포함해 작품 5점을 판매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판매 자체가 아니라, 왜 팔렸는가다. 오피의 작품은 '갖고 싶다'는 욕망을 만드는 방식이 독특하다. 보는 것을 넘어 '함께 있고 싶은' 감각. 그 인물들이 집 안에 서 있을 때 그 집은 어떤 공간이 되는가를 컬렉터가 상상하게 만든다. 이것이 오피가 전 세계 컬렉터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신뢰받는 이유다.
아트부산 2026에서 줄리안 오피 솔로 부스로 조성된 국제갤러리 부스에는 작품과 관람객의 경계가 흐려질 만큼 인파가 몰리며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이 '이색적인 장면' - 작품과 사람이 구별되지 않는 순간이야말로 아트부산이 지향하는 '전시형 페어'의 가장 성공적인 구현이었다.
네 번째 장면: 갤러리크레인의 오타 — 퓨처 섹션이 발굴한 감각
서울 평창동에 자리한 갤러리크레인(Gallery Crane)은 이번 아트부산 2026 퓨처(FUTURE) 섹션에 오타 작가의 솔로 부스로 참가했다. 퓨처 섹션은 설립 5년 이하의 이머징 갤러리 23곳이 신진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공간이다. 화려한 블루칩 부스들과는 다른 온도의 공간 - 조금 더 날것이고, 조금 더 탐색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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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작가를 소개한 갤러리크레인은 서울 평창동이라는 입지에서 이미 하나의 선택을 한 갤러리다. 인사동도 삼청동도 한남동도 아닌, 한국 현대미술의 깊은 뿌리가 내려앉은 평창동. 그 동네의 감수성을 가진 갤러리가 아트부산의 퓨처 섹션에 오타를 데리고 왔다는 사실은, 이 작가가 단순히 '젊다'는 이유가 아니라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판단 위에 있다. 갤러리의 선택은 언제나 하나의 발언이다. 그 발언을 읽는 것이 페어를 보는 방법 중 하나다.
퓨처 섹션에서 발굴된 작가가 5년 후, 10년 후 어떤 작가가 되어 있을지 - 그것을 지금 가늠하는 것이 컬렉터의 안목이다. 거래의 열기가 식은 자리에서, 퓨처 섹션은 조용하지만 가장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오타는 그 질문의 중심에 있던 이름 중 하나였다.
다섯 번째 장면: 아트스페이스엑스의 김선두 - 대교약졸(大巧若拙), 못 그린 듯 잘 그린 그림
아트스페이스엑스(ArtSpace X)를 통해 소개된 김선두의 작업 앞에서 잠시 발을 멈췄다. 아트페어 부스에서 발을 멈추게 하는 작품 - 이것이 이 작가를 소개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현대화로서의 한국화에 대한 고민과 실험을 거듭하며 전통기법과 현대적 감각이 결합된 독자적 화풍을 구축해온 김선두의 작업은, 처음 보면 쉬워 보인다. 스케치처럼 가볍고, 선이 단순하며, 완성도보다는 즉흥성이 앞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이 작가가 수십 년 동안 도달하려 한 경지다. 대교약졸(大巧若拙) - 보통 사람의 눈에는 그리 뛰어난 기교를 사용하지 않고 마치 스케치하듯 그려진 그림들은, 사실 바탕이 쫀쫀한 장지에 채색을 올리고 또 올려서 나타낸 색채이며 형태다. 졸(卒)의 모습을 띤 장(將), 그것이 바로 노회함에 이른 김선두 화면의 특징이다.
한국화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선두는 꽃과 나무, 산과 같은 자연을 통해 삶의 본질을 묻는다. 그의 작품 속 자연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담은 풍경화가 아니다. 필연적이고 본능적인 생명의 순환을 품고 있으며, 인간 삶의 덧없음과 지속성을 동시에 은유한다.
특히 그의 대표 연작인 '낮별' 시리즈는 주목할 만하다. 낮에 뜬 별이라는 독특한 상상에서 시작되는 이 연작에서 보이지 않는 별은 단순히 물리적인 현상을 넘어, 꿈과 깨달음, 진리와 같은 본질적인 것을 은유한다. 낮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별 - 이 역설적 이미지는 우리가 일상의 소음 속에서 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성찰이다. 미술인문학자로서 나는 이 이미지가 가진 인문학적 함의에 주목한다. 보인다는 것과 존재한다는 것은 다르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사라진 것이 아님을 김선두는 그 진실을 한지 위에 분채로 조용히 증명한다.
부감법으로 세상을 관조하는 동양화의 전통과는 반대로, 그의 작품은 관람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허위의식을 벗고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의도치 않게 그의 작품 안 저 낮은 곳에 있는 너무나 미미한 어떤 것과 눈을 마주치게 되고 그것에 이입하여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이 시점의 전복 -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올려다보게 하는 것 - 이 그의 작업을 단순한 한국화의 현대화가 아닌, 세계관의 전환으로 만드는 핵심이다.
전통적인 필법이 몸에 체화된 그의 작업에서 도시와 농촌, 인간과 자연,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의미를 상실한다. 그것이 김선두가 '통섭'의 작가인 이유다. 한 갈래로 설명되지 않는다. 동양화이면서 현대미술이고, 서정적이면서 철학적이며, 소박해 보이면서 깊다. 아트부산이라는 국제 무대에서 이 작가의 작업이 아트스페이스엑스를 통해 소개된다는 것은, 한국화의 현대적 가능성을 세계 컬렉터들에게 제시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트페어에서 한국화 작가를 만나는 일은 아직 드물다. 단색화의 국제화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또 다른 층위로서 한국화의 재발견이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 - 김선두의 부스는 그 신호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이었다.
아트스페이스엑스 부스 전면에 설치된 강경구 작가의 <임계리>, Acrylic on canvas 80.5 × 234, 2023. 한국 현대회화의 원로 강경구(b1952) 작가의 작업은 눈으로 보는 풍경화가 아니다. 절벽, 물길, 바람, 잔설까지 - 자연 현장에서 온몸으로 받아들인 소리와 진동, 공기의 밀도가 즉흥적으로 화면 위에 풀려난다. 강경구의 그림이 '생각해서 그린 그림'이 아닌 '몸의 반응으로 그려진 회화'에 가깝다는 평가는 이런 작업 방식에서 비롯된다.
여섯 번째 장면: 우고 론디노네의 신작 — 날짜가 제목이 되다
미국의 글래드스톤 갤러리가 출품한 우고 론디노네의 신작 'sechsteraprilzweitausendundsechsundzwanzig'(2026, Acrylic on canvas, 120x120cm). 제목을 읽으면 곧 알아차린다. 독일어로 쓰인 날짜 - '2026년 4월 6일.' 론디노네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작품 제목을 날짜로 붙이는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다. 제목이 곧 탄생의 기록이 되는 방식.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스위스 출신, 뉴욕 기반. 무지개색 광대, 돌 조각, 달과 태양의 형상 등을 통해 고독과 희열의 양극단을 넘나드는 작가. 표면적으로는 밝고 유머러스하지만, 그 아래에는 존재의 고립과 시간의 무게가 깔려 있다. 글래드스톤은 우고 론디노네의 신작과 근작 회화 3점을 중심으로 알렉스 카츠, 데이비드 살레, 피터 사울의 회화, 아침 김조은, 캐스퍼 보스만스의 신작 등을 소개하며 부스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글래드스톤이 아트부산에서 선보인 론디노네의 신작 회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작품의 완성도만이 아니다. 글래드스톤이라는 갤러리가 이 페어에 론디노네 신작을 들고 왔다는 선택 자체가 아트부산에 보내는 신뢰의 신호다. 갤러리는 어느 페어에 어떤 작가의 무엇을 가져가는가를 계산한다. 블루칩 작가의 신작을 부산으로 가져온다는 것 - 이것이 아트부산 15년이 쌓아온 신뢰의 증거다.
일곱 번째 장면: 정구호의 '백동' — 전통이 비워질 때 생기는 것
정구호의 '백동'은 전통 반닫이를 투명 아크릴 구조로 다시 세워 구조와 빛만 남긴 작업으로 호평을 받았다. 정구호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아트 디렉터다. 그가 미술 작업으로 본격 전환한 이후, 그의 작업은 일관되게 '비움'의 미학을 추구한다. 전통 가구의 형태를 취하되, 그 물질을 투명한 아크릴로 대체한다. 반닫이의 윤곽선만 남기고 내부를 비운다. 그 비워진 자리에는 빛이 들어온다. 이것은 단순한 오마주가 아니다. 전통의 '구조'를 현대적 언어로 번역하면서, 동시에 전통이 담아온 '내용'을 비워냄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작업이다. 가득 찬 반닫이는 무언가를 보관하는 기구지만, 비워진 반닫이는 공간 그 자체가 된다. 보관에서 존재로의 전환인 것이다.
아트부산 2026에서 정구호의 작업이 더페이지갤러리를 통해 아트페어에 소개됐다는 사실은, 이 페어가 갤러리와 작가의 경계,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실제로 허물고 있다는 증거다. 디파인(DEFINE) 섹션이 공식적으로 그 경계를 허무는 시도라면, 정구호의 작업은 그 경계 허물기가 '선언'이 아니라 실제 작품으로 구현될 때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준다.
여덟 번째 장면: 류지민과 '하나퓨처아트어워드' — 시스템이 작가를 만드는 방식
히피한남(Hippie Hannam)은 류지민의 회화를 소개했는데, 류지민은 하나금융그룹이 시상하는 '하나퓨처아트어워드'를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류지민하면 아직 많은 사람에게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이 이름은 이제 아트부산이 공식 수여한 이름이 됐다. 퓨처 섹션에서 신진 갤러리를 통해 소개된 이머징 작가가 페어 최고 권위의 상을 받는다. 이 경로는 단순한 시상 이벤트가 아니다. 아트페어가 작가의 경력에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이다.
설립 5년 이하 신진 갤러리 23곳이 참여하는 퓨처 섹션은 신진 작가의 작업을 집중 조명하며, 하나금융그룹의 '하나퓨처아트어워드'를 통해 이머징 작가 발굴과 시장 진입을 지원한다. 히피한남이라는 갤러리 이름도 주목할 만하다. 이태원과 한남동을 기반으로 한 이 신진 갤러리의 감각은, 전통적인 화랑의 언어와는 다른 곳에 있다. 갤러리의 이름부터 작가 선택까지, 젊은 컬렉터 세대와 소통하는 방식을 선택한 공간이다.
이 수상이 중요한 이유는 한 작가의 인정이 아니라, 아트부산이 '발굴'이라는 기능을 실제로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작가후원연대를 운영하면서 가장 오래 고민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작가를 발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더 어려운 것은 발굴된 작가가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일이다. 아트부산의 퓨처 어워드가 단순한 일회성 수상이 아니라 다음 해 전시 기회, 갤러리 연결, 컬렉터 소개로 이어지는 시스템으로 발전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한국 미술 생태계에서 진짜 의미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
아홉 번째 장면: OKNP × 츠타야 북스 — 라이트하우스의 의미
부산 해운대 화랑인 OKNP의 이번 아트부산 부스는 일본 긴자 츠타야서점과의 협업으로 선보인다. 작품과 에디션, 인공위성, 이동형 전시 프로젝트가 함께 놓이는 서가형 부스로 꾸며, 전시와 출판, 컬렉션, 기술이 교차하는 실험적 플랫폼을 제안한다. 특히 이번 부스에서는 송호준 작가의 세계 최초 개인 인공위성 프로젝트 OSSI가 소개됐다.

송호준 작가의 세계 최초 개인 인공위성 프로젝트 OSSI(출처:OKNP)
인공위성 프로젝트 ‘OSSI(Open Source Satellite Initiative)’는 작가가 2013년 카자흐스탄에서 직접 제작한 인공위성 OSSI-1을 발사하며 본격화한 개인 인공위성 발사 프로젝트로, 그는 오픈소스 기술과 아마추어 무선 통신 등을 활용해 직접 인공위성을 제작하며 거대한 국가 사업인 우주 개발을 개인의 상상력과 예술적 실천으로 전환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세계 최초 개인 인공위성으로 아트페어 부스에서 인공위성 프로젝트가 소개된다. 이 조합이 가능한 것은 라이트하우스 섹션이라는 구조 덕분이다. LIGHTHAUS는 갤러리들의 부스 안에 작은 부스를 꾸며 전시공간처럼 연출한다는 전략으로, 큐레이토리얼 기획과 공간 디자인을 함께 선보이는 '부스-인-부스' 구조다.
부산 기반의 갤러리 OKNP가 도쿄 긴자의 서점과 협업해 아트페어 부스를 서가형으로 꾸민다. 그 서가에 인공위성 프로젝트가 놓인다. 이것은 단순한 부스 디자인이 아니라, 미술과 기술과 출판이 교차하는 실험적 공간의 제안이다. 그리고 이 실험이 부산의 로컬 갤러리로부터 나왔다는 사실 - 그것이야말로 아트부산이 글로컬이라는 말을 허언이 아닌 실천으로 만드는 장면이다.
잔치가 끝난 자리에서 - 남겨야 할 질문들
좋은 전시를 보고 나서도 물음표가 남는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다른 이름이다. 아트부산 2026도 그렇다. 앞서 소개한 전시들이 충분히 인상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을 나서면서 몇 가지 질문이 뒤를 따라왔다. 좋은 페어일수록 좋은 질문을 남긴다. 그 질문들을 여기 솔직하게 펼쳐두려 한다.
정성적 지표의 함정 — 무엇을 어떻게 잴 것인가
올해 아트부산은 참여화랑의 수와 규모라는 양적 지표에 매달려서는 더이상 승산이 없다는 판단 아래, 아트페어가 제시하는 미학적 기준과 완성도에 집중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 전략이 통하기 시작했다는 뉴스핌의 평가는 틀리지 않는다. 방향 자체는 옳다. 그러나 정성적 지표는 그것을 어떻게 측정하고 공개하느냐가 문제다. '큐레이션의 완성도', '관람 경험의 밀도', '전시형 페어로의 전환' - 이 표현들은 모두 맞는 말이지만, 구체적인 검증 기준 없이는 자평(自評)에 그칠 수 있다.
VIP 프리뷰 개막 3시간 만에 1500명이라는 입장객 수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이 숫자는 여전히 정량 지표다. '실구매 컬렉터가 왔다'는 현장 평가는 고무적이지만, 그 컬렉터가 부산에서 왔는가, 서울에서 내려왔는가, 해외에서 왔는가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달라진다. 아트부산이 진정한 국제 페어로 자리 잡으려면 국내 컬렉터 비율 대비 해외 컬렉터 비율, 그리고 실제 구매로 이어진 해외 갤러리 판매 건수 같은 구체적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시작해야 한다. 정성적 지표를 강조할수록,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량적 근거가 더 정교해져야 한다. 이 역설을 주최 측이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향후 아트부산의 성숙도를 가를 것이다.
국제 페어다운 라인업이었는가 - 냉정한 시선
솔직하게 말하자. 글래드스톤, 탕 컨템포러리, 국제갤러리의 줄리안 오피 솔로 부스 — 이 라인업은 분명 수준이 있다. 그러나 '국제 아트페어'라는 이름에 걸맞은 해외 갤러리의 밀도였는가를 물으면, 아직 갈 길이 있다는 답이 나온다. 올해 해외 갤러리는 전체의 약 26%를 차지한다. 네 갤러리 중 하나가 해외 갤러리다. 아트바젤 홍콩의 해외 갤러리 비중이 통상 60%를 상회하고, 도쿄 겐다이조차 해외 갤러리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흐름과 비교하면 아직 갭이 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해외 갤러리의 '무게감'이다. 1군 국제 갤러리들이 아트부산을 아트바젤 홍콩과 같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는가. 현실적으로 아직은 아니다. 글래드스톤이 론디노네 신작을 부산에서 최초 공개한 것은 의미 있는 신호지만, 그것이 예외적 선택인지 아니면 새로운 흐름의 시작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아트부산이 국제 갤러리들에게 '꼭 가야 할 페어'가 되려면 그들이 가장 중요한 작품을 이곳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 그 단계는 아직 요원하다.
다음 회에서는 마지막으로 페어 이후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결론적으로는 한국작가후원연대의 하반기 프로젝트인 미술감상교육의 필요성이다.
@iartno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