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기획 5회 - 최종회 】 통섭미술 그림감상문, 세상 모든 지식으로 '취향의 기록' 작성하기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졸업식에서 '점 연결하기(Connecting the dots)'를 이야기했다. 지나온 경험의 점들이 앞날에서 어떻게 연결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점들이 반드시 연결된다는 믿음을 갖고 지금의 점을 찍으라고. 나는 어린 시절 문학 소년이었고, 수학을 전공했고, 매스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했고, 음악과 언론사와 매체전략과 중국에서 사업을 했고, 귀국해서 전략기획 컨설팅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 갈팡질팡의 점들이 '아트커뮤니케이션'과 '통섭미술'로 연결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감상문 쓰기도 마찬가지다. 오늘 당신이 그림 앞에서 쓴 500자의 글은, 당신이 예상하지 못한 어딘가에서 반드시 연결된다. 그것이 컬렉터의 안목이 될 수도 있고, 작가와의 우정이 될 수도 있고, 예술을 통한 자기 치유가 될 수도 있다.
AI는 감상문을 쓸 수 없다
AI는 이제 그림을 생성하고 설명할 수 있다. 수천 개의 작품을 분석하고 비교하며 유려한 텍스트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AI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있다. '내가 이 그림 앞에서 느낀 것'이다. AI에게는 삶이 없다. 실패도 상실도 기쁨도 없다. 그림이 누군가의 상처를 건드리는 방식, 잊었던 기억을 불러내는 방식, 그 개인적 울림은 오직 살아있는 인간만이 쓸 수 있다.
나는 최근 경제경영서로 《취향과 안목 왜 AI를 이기는가》와 《통섭과 협업 AI 이후 인간의 전략》을 출간했다. AI 이후 인간의 경쟁력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취향과 안목이라는 것이 이 책들의 핵심 메시지다. 취향은 경험의 축적이고, 안목은 그 경험을 언어로 정제하는 능력이다. 그림감상문 쓰기는 취향과 안목을 동시에 훈련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감상문 쓰기, 지금 시작하는 방법
이 연재를 읽은 독자에게 구체적인 출발점을 제안한다.
첫째, 오늘 당장 전시장에 간다. 어느 갤러리든, 어느 미술관이든. 입장료는 대부분 무료다.
둘째, 가장 오래 눈이 머무는 작품 하나를 고른다. '왜 이 그림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셋째, 스마트폰 메모장에 떠오르는 단어를 적는다. 느낌도 좋고, 연상되는 이미지도 좋다.
넷째, 그 단어 하나를 붙잡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연결한다. 그것이 통섭의 시작이다.
다섯째, 작가 이름을 검색해서 작가 노트, 인터뷰, SNS를 읽는다.
여섯째, 500자 이상의 글을 쓴다. SNS에 올려도 좋고, 일기장에 남겨도 좋다.
이것이 반복되면 당신은 어느 순간 자신만의 '취향의 기록'을 갖게 된다. 그것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안목이 되고, 작가를 후원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 되며, AI가 결코 복제할 수 없는 당신만의 인문학적 자산이 된다.
연재를 마치며 - 그림과 글이 만나는 곳에서
5회에 걸쳐 나는 미술 감상이 보기에서 쓰기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 통섭미술 감상법의 구조, 실전 적용 사례, 미술 생태계와의 연결, 그리고 AI 시대에 감상문이 가진 의미를 이야기했다.
『통섭미술 그림감상문』은 이 모든 이야기의 집약이다. 이 책은 미술 전공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살아오면서 쌓아온 지식과 경험이 있는, 세상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다. 그 지식이 수학이어도 좋고, 그 경험이 요리사의 손끝에 담긴 감각이어도 좋다. 세상 모든 지식이 그림 앞에 오면 '특별한 감상 - 취향의 기록'이 된다.
나의 아버지는 평생 납활자를 목판에 심는 식자공이었다. 그분이 나에게 물려준 것은 직업이 아니라 통섭의 DNA였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손으로 골라 활판에 심는 그 행위가, 지식과 지식을 연결해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통섭과 다르지 않다. 나는 그 유산으로 그림 앞에서 오늘도 글을 쓴다.
당신도, 오늘 그림 앞에 서서 글을 써보길 바란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갤러리와 미술관에 직접 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삶 속에 깊은 울림과 영감을 선물해 줄 것이다. — 이상민, 『통섭미술 취향의 기록 1』"
@iartno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