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후기] 이순주 개인전 — 갤러리인 HQ 연희동 전시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06.26 09:01
[전시후기] 이순주 개인전
— 갤러리인 HQ 연희동 전시
작가 : 이순주 @yi_soonjoo
전시명 : 콩나물 (Beans Myself Things)
일정 : 2026. 6. 6 ~ 7. 5 (월,화 휴관)
장소 : 갤러리인 HQ @innsinn
(서울시 홍연길 97, 1F/B1)
연희동 갤러리인 HQ에서 열리고 있는 이순주 작가의 개인전 《콩나물》에 다녀왔습니다. 이순주는 언어가 머뭇거리는 지점을 말하려고 그림을 그립니다. 작품 속 존재들은 얼핏 우리 내면의 불안한 낯섦을 건드리지만, 몇 숨 쉬고 바라보면 경계 없이 겹치고 스며들어 서로를 무사히 잉태하는 공명의 세계를 마주하게 합니다.
해러웨이는 〈사이보그 선언〉에서 자아/타자, 정신/육체, 문화/자연 같은 서구의 오래된 이원론들이 사실은 자아를 비추는 거울 노릇을 하라고 동원된 타자들을 지배하는 논리였다고 말합니다. 사이보그는 인간과 기계, 자연과 문화, 육체와 정신의 경계를 허무는 존재이자, 그 이분법적 사고를 초월하려는 시도입니다.
앤틱 호랑이 문양 도자기에서 자라나는 꼬리, 머리에 반도체 회로를 심은 붓다, 깻잎 한 장을 산책시키는 휴머노이드 로봇 — 이순주의 화면 속 혼성 존재들이 바로 이 경계 허물기를 실천합니다. 해러웨이가 말했듯 경계가 뒤섞일 때의 기쁨과, 경계를 구성할 때의 책임 — 그 둘 사이에서 이순주의 '포용의 몸'은 그 무엇도 소외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혼성의 존재들은 히에로니무스 보스가 〈세속적 쾌락의 정원〉에서 그려낸 인간과 동물, 식물이 뒤섞인 이형체들과도 닿아 있습니다. 도덕적 비극이나 경고의 서사를 내려놓았을 때, 보스의 환상적 생물들도 이순주의 존재들처럼 오히려 안도감으로 다가옵니다. 조선 민화의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표상 역시 같은 결을 공유합니다. 과장된 비극을 내려놓은 자리에서야 비로소 인간의 원래 모습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작가의 독특한 태도는 재료를 쓰는 방식에서도 나타납니다. 작품 속 존재들이 서로 얽히며 만나듯, 작가는 성질이 다른 재료를 긴 시간을 두고 칠하고 지우고 자르고 묵히며 서로 침투가 가능한 표피를 만들어냅니다. 욕망, 상실, 사랑, 두려움, 슬픔, 고독처럼 말로는 완전히 규정할 수 없는 본질적인 고뇌들을, 언어 대신 그리기로 향해 가는 자리입니다.
글: 손만승 @art.connec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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