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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복희 작가님의 전시 서문을 써드렸습니다. @kbh061744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07.1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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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복희 작가님의 전시 서문을 써드렸습니다. @kbh061744 권복희 초대전 <Bathed in Bliss> 2026.7.14~26 엘핀아트큐브 @elfin_artcube <전시서문 요약문> 전시 서문 - 권복희(b.1960) 색채가 연주하는 정원 이 상 민 | 미술인문 작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그림도 하나의 소통이다. 화가가 자신의 마음을 어떤 형태에 담으면, 보는 이는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다시 풀어 읽는다. 권복희의 그림에서 흥미로운 점은 그 원재료가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 귀로 들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작가는 자신이 들은 선율과 그로 인해 일어난 마음을 색과 붓터치로 옮기고, 우리는 그림 앞에서 다시 그것을 소리로 되돌려 듣는다. 이 감각의 건너뜀이 있기에 이번 전시는 단지 예쁜 그림의 모음이 아니라 하나의 대화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이 대화에서 우리는 결코 수동적인 청중이 아니다. 저마다 다른 기억 속 음악을 품고 그림 앞에 서기 때문에, 같은 그림도 사람마다 다르게 들릴 것이다.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소리를 찾아낼 수 있도록 열려 있다는 점이 이 그림의 미덕이다. 구도로 보면 권복희의 그림은 인상주의의 계보 위에 있다. 흩날리듯 찍은 붓터치로 뭉갠 나무와 꽃덤불, 빛이 부서지는 듯한 색점들의 무더기는 모네가 자신의 정원을 그리며 좇았던 반짝임과 닮았다. 다만 인상주의 그림 속 인물이 대개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는 관찰자였다면, 권복희의 연주자들은 풍경 안에서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존재다. 이는 동양 산수화가 거대한 산과 물 사이에 아주 작은 인물을 그려 넣어, 자연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안을 흐르는 인간의 시간과 이야기를 함께 알려주던 전통과 닮아 있다. 음악은 오래전부터 다른 예술과는 조금 다른 대접을 받아 왔다. 그림이나 소설은 무엇을 그리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가 비교적 분명하다. 반면 음악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집어 말하기 어려운 채로, 감정의 오르내림과 흐름 그 자체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그래서 음악은 말로 옮기지 않아도 되는 가장 순수한 감정의 언어로 여겨져 왔다.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화가 파울 클레는 그림 그리는 일을 마치 산책하듯 이어지는 선율을 그려내는 일로 여기며, 색과 선을 리듬과 화음처럼 다루었다. 권복희는 바로 이 말로 옮기기 어려운 예술을 다시 눈에 보이는 그림으로 옮기는 쉽지 않은 도전을 하고 있다. 색이 뭉치고 흩어지는 방식으로 음악의 강약과 리듬을 흉내 내고, 화면 한쪽에 작게 그려 넣은 연주자의 몸짓으로 그 소리가 어디서 왔는지 짚어준다. 끝없이 흐르는 감정과, 그 감정이 시작된 자리를 알려주는 손끝. 이 둘이 함께 있다는 점이 권복희 그림만의 문법이다. 정지용의 시가 그려내는 고향 역시 눈에 보이는 풍경이면서, 동시에 소 울음소리와 물소리, 바람 소리로 기억되는 곳이다. 눈으로 본 것이 그대로 귀로 들은 기억으로 옮겨가는 이 정서는, 권복희가 색채 속에서 선율을 끌어내는 방식과 닮아 있다. 그림이 보여주는 것은 어느 특정한 정원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어린 시절 소리와 풍경이 하나로 뒤섞여 있던 그 순간의 기억이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는 기억을 서서히 잃어가는 한 노년 여성이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오히려 그 상실 때문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모습이나 살구가 떨어지는 소리 같은 사소한 아름다움을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게 알아차리게 된다는 점이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이 반드시 감각을 무디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오히려 감각을 벼려낼 수도 있다는 이 통찰은 권복희의 그림에서도 비슷하게 작동한다. 압도적인 색채 앞에서 아주 작고 연약하게 그려진 연주자들이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전시장에서는 감상을 서두르지 않기를 권한다. 색채의 덤불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순간, 화면 한구석에 놓인 피아노나 첼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아보시라. 이 그림들이 건네는 것은 결국 눈에 보이는 정보가 아니라 귀에 남는 여운이므로, 눈을 감는 그 짧은 순간이야말로 전시가 가장 온전하게 완성되는 지점이다. 노랑과 초록으로 채워진 봄, 보랏빛과 남색의 밤, 분홍과 주황으로 물든 노을처럼 각 작품이 지닌 계절과 색을 하나의 곡조로 받아들이며 걷다 보면, 어느새 낱낱의 그림들이 한 편의 모음곡처럼 이어지는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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