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 작가의 개인전에 다녀왔습니다. @kimjihea_artist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07.11 09:00
김지혜 작가의 개인전에 다녀왔습니다.
@kimjihea_artist
김지혜 개인전
《감각의 지층》
2026 년 6월 30일 ~ 7월 26일
Art Space X @artspacex_seoul
<전시감상 요약문>
전시감상 - 김지혜(b.1976)
감각의 지층을 통해 세상 바라보기
이 상 민 | 미술인문 작가,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김지혜는 판화 전공이다. 지금까지 28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2025년 소버린 아시안 아트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원판 위에 새겨진 흔적을 종이에 눌러 전이시키는 판화처럼, 그의 사진 작업 역시 현실의 이미지를 화면 위에 눌러 쌓는 압축과 중첩의 과정이다.
작가는 "사진이 지닌 기록성과 시각 중심의 인식 방식 자체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로의 이동. 사진은 더 이상 현실을 지시하는 인덱스가 아니라, 감각이 세계를 조직하는 과정 자체를 기록하는 장치로 전환된다. 벤야민이 사진과 복제기술이 예술 작품의 아우라를 소멸시킨다고 진단했다면, 김지혜는 오히려 그 소멸의 자리에서 새로운 감각의 층위를 발굴해낸다. 이미지의 지시 대상이 흐려질 때,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 있다는 역설이 이 작업의 핵심이다.
전시 제목이자 핵심 개념인 '지층'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정교한 철학적 함의를 지닌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지층을 고정된 위계나 퇴적물이 아니라, 이질적인 요소들이 특정한 속도와 강도로 코드화되며 형성되는 '포획의 체제'로 설명했다. 김지혜의 화면은 완결된 재현이 아니라, 여러 시간과 경험이 서로 다른 속도로 퇴적되며 아직 완전히 굳지 않은 인식의 단면이다. 동시에 이는 한 시대의 지식과 인식이 조직되는 무의식적 배치, 즉 푸코의 에피스테메와도 겹쳐 읽을 수 있다.
작가는 "압축과 잠복은 삭제가 아니라, 감각적으로 접근되어야만 드러나는 상태를 만든다"고 말한다. 베르그송에게 시간은 공간화된 순간의 연속이 아니라, 과거가 현재 속에 압축되어 함께 살아 움직이는 질적 다양체다. 도시의 틈과 스침의 순간을 픽셀 단위까지 압축할 때, 사라지는 것은 구체적 형상과 서사일 뿐, 그 시간의 강도는 화면 아래 잠복한 채로 남는다. 관람자가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조정할 때 비로소 드러나는 건물의 실루엣, 인물의 뒷모습, 도로 표지의 글자 같은 형체들은, 마치 지층 속 화석이 발굴되듯 감각을 통해서만 접근 가능한 잠재적 이미지다.
작가는 최근 "몸의 압력으로 땅과 지면을 더듬는 행위"로까지 작업을 확장하고 있다. 메를로퐁티가 말했듯 지각은 순수한 시각적 표상이 아니라 신체가 세계에 얽혀 들어가는 살(chair)의 경험이다. 물감과 미디엄이 물리적 마티에르로 쌓이는 것은 촉각적 신체성의 회복이며, 시각 중심의 인식 체계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 시도한, 먹에 미디엄을 섞어 마티에르를 강조한 작품들은 에디션 없는 오리지널로 제작되었다. 판화라는 반복 가능성의 매체에서 출발한 작가가 굳이 유일무이한 오리지널을 택한 것은 단순한 재료 실험을 넘어선다. 사진의 매끈한 표면 위에 요철과 균열, 물감의 흐름 자국이 물리적으로 존재할 때, 그것은 복제된 이미지가 아니라 특정 순간 작가의 신체가 남긴 유일한 압력의 기록이 된다. 사진(디지털·복제 가능성)과 회화(물성·일회성)라는 서로 다른 시간성과 존재 방식이 한 화면 위에 겹겹이 쌓여 새로운 인식의 층을 만들어낸다.
「숨은 결」, 「드러나는 표면」, 「도시-피어난 틈새」, 「우리가 미처 다 보지 못한 것들」 연작은 도시와 자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며, 예술과 철학, 시각과 촉각의 이분법을 흔드는 통섭적 실천을 보여준다. 김지혜는 명확한 서사나 결론 대신, 서로 다른 시간과 경험이 축적된 감각의 풍경을 펼쳐 보이며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인식의 지층을 발굴하도록 초대한다.
그렇다면 감각은 단순한 경험을 넘어 인식 가능한 구조로 조직될 수 있는가. 김지혜는 이 질문에 성급히 답하지 않는다. 대신 사진이라는 매체 안에서, 그리고 이제는 회화적 물성이 개입하는 확장된 매체 안에서 그 조건을 지속적으로 실험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식을 우리에게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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