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승의 ONE PIECE] — 다원의 〈오라토리오〉에 대한 작품 감상문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07.08 17:56

[손만승의 ONE PIECE]
— 다원의 〈오라토리오〉에 대한 작품 감상문
갤러리크레인의 긴 흰 벽 한가운데, 가로 194센티미터의 캔버스 한 점이 걸려 있습니다. 화면은 정확히 반으로 갈라져 왼쪽은 칠흑 같은 검정, 오른쪽은 순백에 가까운 흰색입니다. 그 경계 위에는 구체 하나가 떠 있는데, 멀리서 보면 달 같기도 낯선 행성 같기도 한 이 구체는 흑과 백을 동시에 빨아들이며 소용돌이치고, 화면 아래로는 뾰족한 암석과 얼어붙은 지형이 펼쳐집니다. 다원 작가의 신작 〈오라토리오〉입니다.
작가는 제목의 유래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오라토리오라는 단어가 처음 나온 게 기도하는 공간에 대한 단어에서 나오는 말이더라고요." 오라토리오는 본래 기도실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나와, 배우도 무대장치도 없이 합창과 독창만으로 진행되는 음악 장르로 굳어졌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작가는 "만화가 명확해서 좋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도, 정작 화면은 하나같이 애매하게 그려두었습니다. 명확한 선에서 시작해 의도적으로 애매함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이 작업의 방법론이었습니다.
이 텅 빈 화면을 두고 작가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굉장히 많이 차 있는 에너지"라고 표현했습니다. 배우도 무대도 없이 저마다의 기도를 완성하게 만드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 침묵은 절망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자신과 조용히 대면하도록 남겨두는 지속의 자리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오프닝은 축하와 안부 인사 소리로 소란했지만, 이 화면 앞에서만큼은 다들 잠시 말을 멈추고 감상에 집중했습니다. 같은 구체, 같은 흑과 백을 보면서도 저마다 전혀 다른 생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말보다 더 분명하게 전해졌습니다. 작가가 원했던 것도 아마 이 장면이었을 겁니다 — 하나의 화면이 관람자의 수만큼 다른 무대로 펼쳐지는 순간이요.
- 작품 감상문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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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 손만승 @art.connecter
작가: 다원 @_kimdawon_
전시: TRACE BELOW
일정: 2026. 7. 4 ~ 8. 1 (일·월·화 휴관)
장소: GALLERY CRANE @gallery_crane
(서울 종로구 평창30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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