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승의 ONE PIECE] — 채단 작가의〈186,〉작품 감상문
아트인코리아
승인 2026.07.06 13:07

[손만승의 ONE PIECE]
— 채단 작가의〈186,〉작품 감상문
AR갤러리 벽 한 면을 채운 것은 186개의 투명한 레진 알입니다. 오프닝 당일 작가는 사람들에게 이 배열이 뭐 같냐고 먼저 물었습니다. 계란 트레이, 자판기라는 답이 나왔지만 작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달력이에요." 186개는 올해 1월 1일부터 오프닝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지나온 날의 수, 그 안에는 바나나 껍질, 계란 안쪽의 막, 초코파이 포장지 같은 것들이 봉인돼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고 썼습니다. 성장의 신화처럼 읽혀온 문장이지만, 채단은 이를 뒤집습니다. 알을 깨고 나왔다고 믿는 순간이 실은 더 큰 알로 들어가는 입구였다면... "그게 다시 알 속에 들어간 거예요. 나는 계속 껍질을 까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고 착각을 한 게 아닐까, 여전히 알 속에 머물러 있는데.." 작가의 이 말이 이 작업의 핵심입니다.
여기서 멈췄다면 우울한 고백이었을 텐데, 현장에서 작가가 반복한 말은 절망이 아니라 "불안"과 "의구심"이었습니다. 매일 껍질을 모으고 레진을 붓는 노동을 그는 스스로 정화하는 과정이라 말합니다. 바위가 다시 굴러떨어질 걸 알면서도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하는 것 — 그 지속에는 절망과는 다른 결이 있습니다.
전시장을 나오며 생각했습니다. 나 역시 매일 아침 씻으며 어제를 벗어 던졌다고 믿지만, 결국 같은 알 속을 돌고 있는 게 아닐까. 187번째 알은 이미 만들어지고 있을 겁니다.
이상. 작품 감상문 요약.
감상작품 : <186,>, 레진, 가변크기,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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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tinkorea.kr/on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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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 손만승 @art.connter
작가 : 채단 @dano_kunst
전시명 : 몇 칸이나 들어갈까 — CUBIC WORLD
일정 : 2026. 7. 4 ~ 7. 22 (일·월·화 휴관)
장소 : AR갤러리 @ar.creator.space (0도씨 2관)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33길 34, 1층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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